[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문용균·나광국 기자] 정부가 집값 잡기의 일환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공시가격에 대한 형평성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공시가격은 재산세 등 여러 조세 및 부담금 부과의 기초 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조세 형평성의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지역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 각각…공시가격 손대면 국민 세금 부담 증가
문재인정부는 1년여 동안 무려 9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잡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정책발표에도 부동산시장은 좀처럼 안정화되지 않았고 급기야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를 두고 부작용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히려 집값 거품이 심한 수도권에 비해 지방 주민들의 과세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그동안 공시가격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이 정해진다. 시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올리면 보유세는 당연히 인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유형별·지역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토지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서울·대전(73.4%) 인천(65.4%) 등이 높고 경남(53.8%) 울산(55.8%) 등이 낮았다. 일반적으로 시세반영률이 토지는 30~50%, 단독주택은 50% 안팎, 아파트는 60~70%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파트의 경우 거래 사례가 많고 같은 단지 안에선 주택의 형태도 비슷해 시세를 파악하기 비교적 쉬운 반면 단독주택의 경우 거래양이 적고 건물의 형태·면적 등에 따라 시세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주택가격 현실화가 이뤄지면 오히려 집값 거품이 심한 수도권이 아닌 지방 거주민들의 세금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의 집값 잡기는 부자 증세가 아닌 일반 서민들의 세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높인다는 방향은 맞지만 문제는 속도 조절이다”며 “가격의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시세의 90%는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리한 속도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율 전국최저 제주도…지역 차별 우려
한국감정원의 ‘2017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토지 공시가 현실화율은 41.1%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40%디를 기록했다. 단독주택의 경우도 제주도는 현실화율이 43.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74.0%)과 제주도(41.1%)의 토지가격 현실화율 격차는 32.9%에 달했다.
거래가격 10억 원짜리 땅이 서울에 있다면 재산세 등으로 매년 373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제주에서는 같은 값의 토지에 붙는 세금이 142만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제주도의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2013년 54.4%에서 2017년 35.9%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반면 지난 4년간 제주도의 실거래가 상승률은 117.3%에 달한다.
서울 거주민들에 대한 조세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제주의 부동산 현실화율이 가장 낮은 것은 투자자들이 제주로 몰리면서 땅값, 집값이 단시간 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에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춰 올리면 제주도 부동산 소유주들의 저항이 상당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제주 중문관광단지는 이국적 정취를 자랑하는 자연환경으로 제주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사드 갈등 해제로 인해 중국 자본이 재유입 되고 일본 등지에서도 투자가 잇따르며 꾸준히 지가가 상승하고 있다. 일례로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라온아파트는 2013년 분양 당시 3.3㎡당 70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분양을 시작했다. 현재 매매가는 3.3㎡당 2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제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노형동은 교통여건이 좋고, 풍부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롯데관광개발이 현재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뤼디그룹과 함께 제주시 노형동에 복합리조트 ‘제주드림타워’를 개발하고 있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 역시 노형동에 위치한 ‘노형2차 아이파크(전용 115㎡·11억17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제주를 중심으로 한 영어교육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고, 이주민을 중심으로 영어교육도시 혜택과 편리한 생활 여건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노형2차 아이파크에 거주하고 있는 최현수(63·여) 씨는 “서울에서 오랜 기간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여유 있게 살고 싶어 제주도로 이주하게 됐다”며 “서울에서 살던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세금 부담이 적어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주민 박지훈(44·남)씨는 “강남에서 10년 살았는데 솔직히 비슷한 가격으로 제주도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며 “자녀의 교육 때문에 이주했지만 세금부담도 줄어들어 만족하고 있다고”고 밝혔다.
노형동 아이파크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공시가 현실화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들까지 세금부담이 커지게 되고 또 거래가 잦은 아파트 공시가 현실화율은 높아지고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가의 주택은 시세가 반영이 잘되지 않아 유리하다”며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율 움직임은 결국 서민들의 조세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와 단독주택은 상태에 따라 공시가격이 천차만별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점진적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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