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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박성민 변호사 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하반신 마비 장애 딛고 변호사·의사 문턱 넘었죠”

의대 2학년 때 스키 사고로 하반신 불구…‘로이어프렌즈’ 유튜브 활동도 왕성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0-22 0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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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앳된 소년 같은 외모의 박성민 변호사(사진)는 의대 2학년 21살의 꽃다운 나이에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의사 전문의 자격과 변호사 자격을 따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유의 유연한 사고(思考) 방식과 긍정적 성격은 그를 ‘장애인 변호사 겸 의사’가 아닌 ‘변호사 겸 의사 박성민’으로 더 유명세를 타게 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고난 속에도 인내하며 성공을 이뤄낸 사람을 흔히 ‘인동초(忍冬草)’라 부른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인동초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하지만 식물로서 ‘인동초’는 무작정 인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남부지방에선 잎이 지지 않고 겨울을 나지만 좀 더 추운 중부지방에서는 생존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잎을 대부분 털어낸다. 주어진 자연 조건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인동초는 ‘강인함’과 함께 ‘유연한 삶’을 표현하는데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사고 후 의사 국가고시·로스쿨 시험 동시 준비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앳된 소년 같은 외모의 박성민(35)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바로 ‘유연한 인동초’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신이 처한 고난을 회피하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찾아 도전하는 그의 발걸음에선 의외로 ‘인생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강인하지도, 날카롭지도 않는 평범한 이웃 친구 같은 분위기의 박 변호사는 의대 2학년 때인 21살의 꽃다운 나이에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의사 전문의 자격과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따내는 성과를 이룩했다. 특히 특유의 유연한 사고(思考) 방식과 긍정적 성격은 그를 ‘장애인 변호사 겸 의사’가 아닌 ‘변호사 겸 의사 박성민’으로 더 유명세를 타게 했다.
 
“극복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는 제가 장애를 극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고가 난 지 15년이 다 돼가지만 가끔 쇼윈도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 ‘아 내가 다쳤구나’,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되죠. 계단에 막혀 이동하지 못할 때는 아직까지도 좀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요”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평안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변호사가 ‘장애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던진 답변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다친 것은 다친 거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보자는 것이 제 생각이죠”
 
“내게 맞은 일을 찾기 위해 의사와 변호사 공부를 하면서 남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소비했죠. 하지만 지나온 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시한 인생을 살아갈 순 없잖아요”
 
중·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수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위의 부러움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에게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 온 건 의대 2학년 때인 2005년 2월이었다.
 
“대학 때 스키부였어요. 겨울이 되면 전국에서 스키부들이 모여서 합숙훈련을 하곤 했죠. 사고 나던 해도 2월 초에 제 생일이 있어서 저는 먼저 합숙훈련에서 빠져나와 돌아가게 돼 있었어요. 생일 전날 나가려고 하니 한 달 동안 합숙을 하며 정이 들었는지 아쉬운 마음에 친구 2명과 함께 제일 늦게 까지 스키를 탔어요. 매우 추운 날 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제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갈 때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어요”
 
“마지막 날이니까 좀 과감하게 타 보자라는 생각에 스키점프를 했다가 공중에서 균형을 잃으면서 허리가 먼저 바닥에 떨어졌죠. 강원도에 있는 원주 세브란스 병원에서 응급처치만 하고 앰뷸런스를 타고 모교인 인하대 병원으로 와서 수술을 받았죠”
 
▲ 대학 때 스키부였던 박성민 변호사는 전국 스키부 합숙훈련 동료들과 밤 늦게 스키를 타다 균형을 잃으면서 척추를 크게 다쳤다. 척추 뼈가 부러지면서 절단면이 척수를 끊어 버리는 바람에 하반신이 마비됐다. ⓒ스카이데일리
 
“척추수술을 받았어요. 척추에 척수라는 두꺼운 신경이 지나가는데 척추 뼈가 부러지면서 절단면이 척수를 끊어 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 끊어진 신경 밑으로 마비가 온 거에요. 어머님이 많이 우시고 놀라셨죠. 한 달 동안 집에도 안 가시고 계속 제 옆을 지키셨죠”
 
하지만 사고에 대한 원망과 절망은 그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라는 걱정이 가장 컸다고 한다.
 
그는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한 후 서울 수유동의 국립재활원으로 옮겼다. 지체장애1급 장애인으로서의 삶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립재활원에서 중도장애인들이 신체적 고통 외에도 법적으로 억울함을 당하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법조계에 뜻을 두기 시작했다. 또한 장애를 가진 자신에게는 육체노동이 필요한 의사보다는 변호사 일이 맞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국립재활원에 있을 때 저보다 한두 살 많은 형이 있었는데 음주운전 교통사고였다고 하더군요. 그 형의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고 본인은 조수석에 탄 채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이미 수술이 끝난 상태였데요. 목을 다치면서 사지마비가 된 거죠. 운전했던 형 친구는 가벼운 타박상이었구요. 그런데 그 형 친구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람은 내가 아니고 사지마비 그 형이다’ 이런 식으로 진술을 해 버렸어요. 그 형은 다친 것도 억울한데 그런 일까지 당하니 무척 힘들어 하더라구요”
 
“방황보단 미래설계가 더 중요”…유튜브 활동 활발
 
“처음부터 변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의대 2학년 때 다쳤으니 앞으로 4년이 남은 상태에서 ‘지체장애1급 장애인으로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죠. 의사보다는 변호사가 몸을 덜 쓰면서 하는 직업이다 보니 법조계에 마음이 갔어요. 마침 법대를 다니거나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 조언을 들으면서 확고하게 결심했죠. 의대 마지막 학년에 의대 국가고시와 로스쿨 입학시험을 같이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준비가 잘 됐던 것 같아요”
 
박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의사면허가 있는 변호사라고 소문이 나면서 의료 관련사건만 들어왔고 하루 종일 진료기록만 보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진료기록부를 보면 무슨 말인지 알긴 하지만, 머리로만 아는 것과 실제 임상경험을 한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어차피 앞으로 진료기록부를 볼 팔자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임상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변호사를 1년 하고 바로 다시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죠”
 
그는 지난 2월 전문의(직업환경의학과) 자격을 취득한 후 3월부터 법무법인 평안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많이 따지게 되죠. 직업환경의학과는 산업재해 관련 일이 대다수에요. ‘이 사람이 이런 병이 생긴 게 업무 때문이다’는 판정도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하죠. 나중에 변호사 일과 함께 하면 시너지를 내기에 직업환경의학과가 제일 좋겠다 라는 생각에 선택하게 된 거죠. 지금도 수임사건의 절반 정도는 의료사건이죠”
 
▲ 박성민 변호사는 과거에 묶여있는 삶이 아닌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로이어프렌즈’라는 유튜브를 통해 재미있는 법률이야기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하반신 불구라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방황을 겪을 겨를도 없이 의사와 변호사의 길로 달려올 수 있었던데 대해 그는 자신의 성격을 꼽았다. “제 성격이 긍정적이기 보다는 ‘무덤덤하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되돌릴 수 없다면 기왕에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 보자는 주의죠. 먹고 살려면 직업을 찾아야 하기도 했고요”
 
“언제가 ‘인생은 길다. 조급해 하지 마라’와 ‘인생은 길지 않다. 당당하게 살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두 말이 극명하잖아요. 저는 두 말을 합쳐서 실패를 해도 시시하지 않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3개월 전부터 ‘로이어프렌즈’를 통해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다. ‘친구같은 변호사들이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법률 이야기’를 콘셉트로  △변호사 꽃무늬 옷 입고 법정가면 벌어지는 일 △변호사는 거짓말 탐지기를 속일 수 있을까 △변호사가 말하는, 검사 권력 과연 어느 정도일까 △변호사가 실제 보이스피싱 전화를 들으면 △변호사가 사기당한다면 △변호사가 알려주는 술집에서 시비 붙었을 때 대처 방법 △변호사의 암기법 등 우리 일상과 가까운 법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구독자수도 5만 명을 넘어섰다.
 
'팬클럽은 없느냐'는 우스개 질문에 그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건 아닌데 리플에 그런 게 있긴 하더라구요. 팬미팅 이런 거는 안 하냐고...”라며 얼굴이 빨개진 채 조심스럽게 말을 내놨다. “저희 유튜브를 다른 변호사들이 많이 보시나 봐요. 사무실 주변에 변호사 사무실이 많아요. 왔다 갔다 하면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살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 온, 어찌 보면 많은 것을 누렸다고 볼 수 있죠” “과거 제게 일어났던 사고를 되돌릴 수 없듯이, 앞으로의 삶도 언젠가는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올거에요. 과거에 묶여 있는 삶이 아닌, 내게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가고 싶어요. 어떤 구체적 형태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저 역시 궁금하고 기대가 되죠”
 
모진 겨울에도 엷은 잎 몇 개로 겨울을 견뎌내는 강인함과 의미 있는 삶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잎을 과감히 떨어내는 유연함을 갖춘 인동초의 향기가 그에게 계속 머물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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