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주식투자 열풍’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순 ‘인기’ 차원을 넘어 가히 ‘신드롬’ 수준이라 할 만 하다. 친구들과 일상에서 주식 얘기를 하는 일은 이제 흔한 광경이 됐다. 적금으로 목돈을 만들 수 없는 초저금리 기조와 ‘코로나 폭락장’ 이후 돈을 벌었다는 학습효과가 만들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2030세대들의 만성적인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에 따른 불안감도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러한 주식투자 열풍은 기존에 없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관련 서적이나 유튜브 채널 등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경제, 그 중에서도 산업동향 등에 대한 관심 역시 급증했다.
경제활동인구수 육박하는 주식계좌수, 주식투자 신드롬에 빚투·영끌 등 신조어까지 등장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5조171억원으로 지난해 2월 25일(30조7128억원)보다 111.7%(34조3043억원) 늘어났다. 투자자예탁금이란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코스피 3000’ 바람을 타고 정점을 찍었던 1월 12일(74조4559억원)보다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 등 빚을 내면서 주식에 투자하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1조7242억원으로 올해 들어 2조5028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2월 25일(10조4864억원) 대비 107.2%(11조2378억원) 많은 금액이다.
주식 계좌를 개설해 주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급증했다. 25일 기준 CMA(종합자산관리계정)계좌 수는 지난해 말(2066만개) 대비 8.95%(185만개)오른 약 2251만개로 드러났다.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작년 2월 25일(1628만개)보다는 623만개 늘어난 수치다. 올해 1월 기준 경제활동인구(2739만명)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이러한 영향으로 서점에는 주식 관련 책들이 상위권에 자리를 잡은 상태다.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돈의 시나리오’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돈의 속성’,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나의 첫 투자 수업 1’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도 날마다 상승하고 있다. 신사임당(구독자 137만 명), 슈카월드(133만명), 삼프로TV 경제의신과함께(123만명) 등은 구독자수 상위 랭킹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주식 채널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예탁금이 정점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60조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며 여전히 많은 상황이고 거래대금도 올초 대비 줄어들었으나 지난해보다 여전히 많다”며 “개인투자자의 머니무브(money move)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숨 고르기 단계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9.2% 오를 때 국민(1분위) 소득 13.2% 감소…희망 잃은 서민들 결국 주식통장 개설
주식투자 열풍의 주된 원인으로는 집값폭등과 경기불황에 따른 수익감소 등이 꼽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말에 발표한 ‘KB 부동산 보고서 주거용편’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9.2% 올랐다.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 7.3% 상승했다.
소득 대비 서울 집값 비율(PIR)은 2019년 1월(12.9년)보다 2년 이상 늘어난 15.6년으로 나타났다. 연소득이 3분위인 중위 소득 계층이 중간 가격대 서울 집을 사려면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6년간 저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근로소득은 코로나 사태 여파로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소득 1분위는 59만6000원으로 13.2%, 소득 2분위는 188만2000원으로 5.6% 각각 줄었다. 소득 3분위와 소득 4분위는 각각 303만1000원, 427만9000원으로 2019년 4분기와 똑같았다.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소득이 줄다 보니 국민의 시선은 자연스레 주식 투자로 쏠리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밀레니얼 세대 투자인류의 출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중 71%가 주택 구입을 위한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경제신문이 20~30대 남녀 5757명의 주식투자 동기를 조사한 결과 33%가 ‘근로소득만으로 자산증식 및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30%는 ‘초저금리로 예적금이 무의미해져 주식투자에 나섰다’고 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40대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의 ‘생애금융보고서-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머니편)’에 따르면 설문에 답한 40대들은 금융 투자를 늘린 이유로 ‘저금리’(53.9%)를 꼽았다. 그 뒤는 ‘투자를 안 하면 목돈 마련이 어렵다’(47.2%)였다.
직장인 김민수(33)씨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달리 은행 예·적금 금리는 높지 않아 주식 투자로 집값의 일부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식 투자가 위험하고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마저 하지 않는다면 집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은 특별한 시점에서 담는 자산이라기보다는 필수자산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달라진 것인데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주식 외엔 답 없는 동학개미들,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투자 의지는 여전히 활활
지난해 불기 시작한 주식 열풍은 올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8조9980억원으로 전월(24조4560억원) 대비 약 63.2% 줄긴 했으나 기관(-5조7630억원)과 외국인투자자(-2조1960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유가증권시장의 ‘화수분’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다만 수익률은 지지부진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지난달 수익률은 -3.24%을 거뒀다. 1월 상위 10종목 수익률인 10.6%보다 10%p 이상 감소했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3조원 순매수한 삼성전자는 0.60%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2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NAVER(9.33%)와 현대글로비스(1.58%)는 소폭 상승했고 지난달 5일 상장한 피비파마는 첫날 종가 대비 18.3% 올랐다. 반면 나머지 상위 종목인 기아차(-3.76%), 삼성전자우(-0.41%), LG전자(-4.25%), 현대모비스(-4.57%), SK바이오팜(-18.6%), 삼성SDI(-8.17%) 등은 대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의 수익률은 개인투자자보다 높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수익률은 15.1%로 드러났다. 기관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S-Oil의 수익률은 24.6%였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투자심리 위축을 야기한 만큼 당분간 미국 금리의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27조300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에 금리의 방향이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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