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년 연속 현금배당과 높은 주주환원 비율로 주주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란 이념에 따라 상생과 배려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중이다.
하지만 대신증권 안팎에선 ESG 경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S’에 해당하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남녀임금 격차, 이사회 ‘거수기’ 논란 등 사회적 책임 부문에선 취약한 상태다. 반쪽짜리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녀 임금 격차 커… 경영진 연봉 급증 속 배당성향 줄어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대신증권 전체 임원 35명(미등기 임원 포함) 가운데 여성은 2명에 불과했다. 5.71% 수준이다. 오너일가인 이어룡 회장(67)을 제외하면 1명에 그친다. 이마저도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는 미등기 임원이다. 국내 상장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6명), NH투자증권(4명), 삼성증권(3명), 메리츠증권(2명), 키움증권(2명), 유안타증권(2명) 등의 여성 임원 수와 확연히 비교된다.
남녀 간 임금격차도 심각했다. 지난해 대신증권의 여성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7100만원으로 남성직원(1억700만원) 임금과 비교해 훨씬 적었다. 남성 직원이 100만원 벌 때 여성 직원은 66만3000원 밖에 벌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본사영업·운영·리서치’ 사업 부문에선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가 남성과 같은 5년 8개월이었음에도 여성의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성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사회 독립성도 의문이다. 대신증권의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 포함) 4명은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이사회 안건마다 찬성으로 일관해 사실상 거수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 1분기에 8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는 보고안건을 제외한 총 19건에 대해서 모두 가결로 통과했다.
이런 가운데 대신증권은 4명의 사외이사에게 평균 225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전년 동기 1인당 1260만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78.6%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이어룡 회장,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 3명의 1인당 평균 보수도 4억9800만원에서 8억300만원으로 61.2%나 증가했다. 반면 주주들의 몫인 현금배당금총액은 804억400만원으로 16.5%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현금배당성향은 73%에서 55%로 줄어들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에는 대체로 여성임원이 많이 없다”며 “다른 증권사도 이와 비슷하게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안건에 관해선 “찬성했다고 견제가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없는 것 같다. 찬성 여부와 견제는 다르게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친족기업 풍원개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한편 친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우회 지원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도 ESG 경영, 특히 ‘G(Governance·지배구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G’는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윤리경영’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대신증권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신파이낸스센터의 시설관리·보안을 풍원개발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풍원개발은 대신증권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장남 양회천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양 회장은 고 양희봉 대신증권 전 회장의 형이자 이 회장의 아주버님인 셈이다. 현재는 양 회장의 아내인 문홍근 대표가 풍원개발의 실질적 경영을 맡고 있다.
채용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풍원개발은 3일 현재 대신파이낸스센터(서울 중구 삼일대로 343)를 근무지로 두고 시설관리직, 건물 영선직, 기계시설관리 등 총 3건의 직무를 채용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관리소장, 보안팀장 등의 채용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풍원개발은 저희의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회사로 포스메이트에 하청을 줬는데 (포스메이트에서) 재하청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스메이트가 알아서 한 것이니까 저희가 관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양홍석, 경영승계 위기… 피해자와 합의 없인 징계 피하기 어려워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달 28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대신증권이 판매한 라임 펀드에 대한 배상비율을 최고 수준인 80%로 결정했다. 이는 사후 정산 방식으로 이뤄진 라임 펀드 판매 분쟁조정 중 최고 수준의 손해배상비율에 해당한다. 앞서 손실 미확정 라임 펀드 판매사의 기본배상비율은 KB증권(60%), 우리·신한·하나은행(55%), 기업·부산은행(50%) 순이었다.
분조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투자성향 분석해 적합성원칙을 위반했다. 또한 총수익스와프(TRS), 주요 투자대상자산의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초고위험상품을 오히려 안전한 펀드라고 설명하는 등 설명의무도 어겼다.
특히 대신증권 반포WM센터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대상자산, 위험 등에 대해 거짓 기재나 표시를 한 설명자료 등을 사용해 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등 부당권유·부정거래 금지의무를 위반하는 행태도 저질렀다. 이와 관련해 장모 전 센터장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올해 5월 2심에서 벌금 2억원이 추가됐다.
최고 수준의 배상비율이긴 하지만 전액 배상을 요구한 투자자들은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법원이 대신증권의 사기 부정거래 혐의를 인정한 만큼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신증권 라임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입장문에서 “금감원의 이번 불완전판매 결정은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사법부의 사기적 부정거래 유죄 인정 판결보다도 훨씬 못한 엉터리 결정이다”며 “대신증권 피해자들은 불완전판매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제 관심은 양홍석 사장의 중징계 여부로 향한다. 금감원 제재심의원회(제재심)은 지난해 11월 양 사장에게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해당 징계가 통과돼 사실상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최종 의결만 남은 상태다. 금융위가 징계를 그대로 확정하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양 사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 순이다.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3년, 직무정지가 확정되면 4년, 해임권고가 확정되면 5년 동안 금융사에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금융위에서 문책경고 이상으로 징계를 확정할 경우 양 사장은 연임은 물론이고 경영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징계 수위를 경감하기 위해선 피해자들과 합의가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배상 비율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전으로 이어갈 경우 금융위 소위원회·정례회의에서 중징계가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양 사장은 지난달 13일 기준 대신증권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9.70%(493만주)다. 2019년 1분기 7.79%(395만주)이던 양 사장의 지분은 약 2년 만에 2%p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엔 총 31만6355주를 장내매수하며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양 사장의 아들로 알려진 양승주(10) 씨도 올해 5만주를 매입하며 0.18%로 지분 서열 4위에 안착했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6월말 창립 59주년 기념행사에서 “고객과 사회에 더 투명하고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경영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친환경, 사회공헌, 투명한 지배구조를 그룹 정책에 반영해 ESG 경영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회장의 다짐이 과연 어떻게 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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