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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K-초격차 산업Ⅱ(上-증권시장)
주주보호 법제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첫 걸음
1년 간 美주식 10% 넘게 오를 때 韓주식 마이너스 행진
저평가 원인으로 물적분할 등 후진적인 지배구조 지적
상속세 낮추고 주식양도세 올려야 지배구조 개편 가능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04 00:07:00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다시 위기에 놓였다. 특히 대한민국은 폐허 위에서 60여년 만에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지만 잠재 성장률과 출산율이 하락하는 등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인 ‘K-초격차’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다른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면서 스스로가 산업이기도 한 금융과 이와 관련된 신산업의 발전은 꼭 필요하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격차 혁신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지난번에 이어 ‘K-초격차’를 이슈포커스 주제로 삼고 금융과 관련 신산업의 미래를 취재·보도한다.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729.98p로 1년 전(3008.33p)과 비교해 10% 가까이 떨어졌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하락세다.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한원석 부장|김학형 팀장·임한상 기자·윤승준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전환 등으로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2500선까지 위협받았을 정도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어서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대외 악재에 쉽게 흔들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한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한국 증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철폐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주주권익을 강화해 투자 유인을 키워야한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안을 도입해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상속·증여세율을 줄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2729.98p로 1년 전(3008.33p)과 비교 해 10% 가까이 떨어졌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봐도 이례적인 하락세가 아닐 수 없다. 미국 3대지수인 다우산업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은 같은 기간 7.1%, 16.2%, 9.5% 상승했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지수가 떨어졌다고 해도 하락 폭이 크지 않거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4.5%, 2.0% 떨어지는데 그쳤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대만 가권지수는 무려 10% 이상 치솟았다.
 
대한민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57조4478억원으로 전년(1933조1524억원) 대비 6.4%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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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주춤했다. 지난달 25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 시가총액은 총 2561조원으로 1년 전(2490조원)과 비교해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가가 명목 GDP 등 실적에 따라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증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언저리에 불과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 대표지수 PER이 20배를 훌쩍 넘는 것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 된 상태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익성 지표로 배수가 클수록 고평가로 해석한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기업은 벌어들이는 순이익만큼 주가가 높게 형성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원인은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 할 수 있다. 남북으로 분단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기관과 증권업계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지정학적 리스크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경직된 노동시장, 낮은 배당성향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8년 발간한 ‘KOSPI Rerating과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지수와 기업가치는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지배구조 우수그룹과 기업가치도 서로 양(+)의 관계를 유지하며 통계상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불투명한 거버넌스(Governance)에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자회사에 대한 약탈적 형태의 합병, 상장폐지, 대주주에게만 주어지는 경영권 프리미엄,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야기되는 더블카운팅 이슈 등이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필요하나 근본적 해결은 상속·증여세 인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제도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9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0%를 신세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400억원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함께 2300억원을 거머쥔 바 있다. 다만 매각 공시 뒤 광주신세계 주가는 14% 나 폭락해 주주들은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회사 지배권 변동은 경영진 및 경영정책의 변동을 초래할뿐 아니라 경영성과도 달라지고 주식의 가치 내지 가격 변동도 초래한다. 이에 따라 지배권 변동 과정에서 소액주주는 적잖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지배주주와 인수자 간 매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편 유럽 등 주요국 정부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경영권 거래에 개입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검토보고서(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안)에 따르면 영국은 30% 이상 주식 취득 또는 30% 이상~ 50% 미만 주식 보유자가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 잔여주주 모두에게 매수청약을 해서 50%+1주 보유할 때까지 공개매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기업의 지배권을 취득한 인수자가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경우 잔여주주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매수청약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기업 지분 30% 이상 취득하는 인수자가 잔여주주 전부에게 공개매수청약을 하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25% 이상, 프랑스는 30% 이상일 경우 잔여주주에게 공개매수청약을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일본 역시 기업 지분 3분의 2를 초과해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잔여주주 모두에게 매수청약을 해야 한다. 캐나다는 20% 이상 취득 시 잔여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청약을 하도록 했다. 미국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소송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한국과는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샘의 M&A 사례와 같이 기업 인수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지나치게 높은 지배권 프리미엄을 독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으로 주당 지배권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전체 인수비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주주평등의 원칙을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지분으로 기업을 인수하도록 해 소유구조의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현행 상법에 명시돼 있는 ‘이사의 의무’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에서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라는 점을 명문화해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쪼개기 상장’ 이슈로 불거졌다. 앞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뒤 올해 초 신규 상장해 LG화학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 바 있다. 100만원 넘던 주가는 현재 6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주주권익을 침해했지만 불법을 저질렀다고는 볼 수 없다. 이사는 회사가 주주에게 불리한 행위를 한다고 해도 ‘회사’에 충실할 의무만 있기 때문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너스포럼 대표는 “해외에서는 모회사가 상장돼 있는데 자회사가 또 다시 상장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만약 그렇게 상장을 할 경우엔 엄청난 검증과 의혹에 시달리게 된다”며 “모자회사가 동시상장을 한다고 해도 이로 인해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LG화학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하게 되며 경영진은 주주총회에서 바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다수 국가들은 이해상충을 고려해 기발행주식의 의결권을 희석하는 자본  재구성을 금지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회사 매뉴얼에 ‘보통주 기존 주주 의결권은 기업 활동이나 신규 증권 발행을 통해 축소되거나 제한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도 유가증권 상장규정 601조를 통해 ‘주주 권리의 내용과 행사가 부당하게 제한되는 경우 상장폐지를 해야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기업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속·증여세를 주식양도소득세만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최고 65%)과 소득세율(최고 42%), 주식양도소득세율(25%) 등의 차이는 꽤나 크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는 배당을 낮추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상속 대상 회사에서 본인이 지분을 독점적으로 가진 회사로 부를 이전하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키운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승계 방법인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작년 10월 발간한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직계 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은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55%)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여기에 대기업 할증제를 적용하면 60~65%로 늘어난다. 그밖에 프랑스(45%), 영국(40%), 미국(40%), 스페인(34%), 독일(30%) 등 주요국들의 상속세율도 한국보다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는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주식양도소득세 전면폐지에 대해 과세 형평성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의 다름에서 파생된 결과이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식양도세 폐지 과정에서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 논의도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종합소득에 합산되면서 40% 이상의 세율로 과세되는데 주식양도세와 비교하면 월등히 세율이 높기 때문에 배당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상황이다”라며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없이 주식양도세만 폐지한다면 배당정책은 더 소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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