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수출국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밀 등 식자재 수출제한조치를 단행하면서 식량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 식품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 구축을 위한 장·단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무협)은 20일 ‘식량 수출제한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비료 수출제한조치는 총 57건으로 이 중에서 45건이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품목 중에서는 소맥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순이었다.
이는 러·우 전쟁 영향으로 식자재 가격이 치솟은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러한 수출제한조치는 식량 공급망을 교란하기 때문에 무역수지·기업 채산성·인플레이션 악화를 유발한다. 올해 4월에는 국제 곡물·유지 가격이 연초 대비 각각 20.6%, 27.8% 상승했으며, 원화 기준 국내 식량 가격은 달러 기준보다 10% 이상 크게 상승해 관련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식량을 수입해 이를 가공·소비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따른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8.9%에 달하며,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칼로리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수출제한조치 시행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에 불과하지만, 수출제한으로 상승한 식량 수입가격은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중국이 비료 수출금지조치를 내렸고,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산 비료 수급이 어려워져 국제적으로 공급이 축소되고 사료·식품업계 전반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5월 주요 비료 가격은 중국의 수출제한조치 직전인 지난해 8월 대비 41~155% 가량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비료 생산에 필수적인 첨가제로 활용되는 염화칼륨 가격이 같은 기간 154.5%로 가장 많이 올랐고, 합성 비료의 재료인 암모니아는 131.7%, 질소질비료의 일종인 요소는 49.4% 급등했다.
무협이 주요국의 식량 및 비료 수출제한조치로 가격 상승이 품목별 국내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출제한 이후 곡물, 유지, 비료 가격이 각각 45%, 30%, 8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은 국내 사료(13.6%),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곡물·식량작물(3.9%), 채소·과실(3.2%) 등 농산물도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무협은 식량 공급망 교란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을 우려해 장·단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수출제한조치가 활발히 시행되지 않은 수산물 등 품목에 대해서도 제재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데이터를 이용해 수출제한조치 등 식량 공급망 교란 상황에 대비해 취약 품목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체 공급선을 마련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국내외 식량 생산 및 유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해외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정착 국내 기업의 생산 물량을 원활하게 운송하기 위해 기업도 유통 터미널 지분을 매입하고 해외 기업과 합장 투자를 진행해 지속가능한 유통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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