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6% 증가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빚어진 공급망 차질 등으로 석유류, 공업제품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개인 서비스 물가도 높은 물가를 지속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5일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1·2월에 각각 3.6%, 3.7%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3월(4.1%)과 4월(4.8%)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5월에는 5.4%까지 오름세를 지속하더니 지난달에는 6%대에 진입했다.
사실 해당 통계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6%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경제계 일각에서는 예상돼 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일 개최된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국제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세계 각국이 높은 물가 상승세를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5월 5.4%의 소비자물가 상승에 이어 6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한 바 있다.
지난달 물가가 오른 주요 품목들을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4.8%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이 6% 상승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6% 상승하며 5개월 만에 가격 내림세를 끊고 오름세로 전환했다. 주요 등락 품목을 보면 쌀(-12.6%), 사과(-19.1%), 고구마(-31.6%), 배(-13.8%), 참외(-7.4%) 등의 가격은 내렸으나 포도(31.4%), 배추(35.5%), 수박(22.2%), 감자(37.8%) 등에서 가격이 올랐다.
축산물은 돼지고기(18.6%), 수입쇠고기(27.2%), 닭고기(20.1%) 등 품목의 가격이 모두 오르며 1년 전보다 10.3% 상승했다. 수산물은 같은 기간 2.9% 올랐다.
경제계 안팎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계속되면서 석유류 가격도 오름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경유(50.7%), 휘발유(31.4%), 등유(72.1%), 자동차용 LPG(29.1%) 등 석유류 가격이 39.6%나 오른 것이다. 이는 1998년 10월(42.0%)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공업제품도 1년 전보다 9.3%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밀가루(36.8%), 국수(31.5%), 부침가루(22.1%), 빵(9.2%), 식용유(40.3%), 소금(29.3%) 등 주로 소비되는 가공식품들의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7.9% 올랐다.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상수도료(3.7%) 등이 오르면서 공공요금은 1년 전보다 9.6% 인상됐다. 4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린 데다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오른 것이 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1년 전보다 0.7%, 5.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외래진료비(2.3%), 국제항공료(21.4%) 등은 올랐지만 유치원납입금(-18.6%), 부동산중개수수료(-7.7%) 등이 하락하면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에 개인서비스는 생선회(10.4%), 치킨(11%) 등 외식 물가가 8%나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5%) 등 외식 외 서비스 물가도 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7.4%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생선, 채소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을 반영한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계절적 요인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에 민감한 농산물, 석유류 등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물가 분석 지표로 평가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도 3.9% 올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국제에너지·곡물가 상승 영향으로 당분간 어려운 물가여건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이에 정부는 식품·에너지 등 생활물가의 안정과 서민생계비부담 경감,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시장동향 등을 철저히 점검하면서 그간 발표한 민생·물가안정 과제들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한편 민생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방안을 지속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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