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반발이 거세다. 전국경찰서장회의에 이어 30일엔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가 예정돼 있다. 파출소장을 참여시키자는 내부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 격하게 반응했고 26일 각의에선 경찰국 신설이 확정됐다. 양측의 극한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갈등을 계기로 권력의 수족에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조직법 34조 5항에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돼 있다. 한마디로 경찰청은 행안장관의 지휘를 받는 행정기관이다. 그 경찰이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막강해졌다. 강해진 경찰은 조직이기주의 때문인지 은혜를 베풀어준 전 정부에 대한 보은 심리 때문인지 현 정부가 하려는 통제를 싫어한다. 그래서 전국경찰서장회의에 200명 가까이 직접 혹은 온라인으로 참여해 ‘경찰국 신설 반대’에 동조했다.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면 법적 제도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의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도 같이 참석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국 신설은 30년 전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경찰은 주장한다. 경찰 일각에서는 경찰국 대신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한 지휘·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들은 정식 정부조직인 내무부나 행안부에 경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경찰 중립이 보장되는 않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인사권을 행사하며 경찰을 제어했다. 줄곧 지시해 왔고 마음껏 주물러 왔다. 일부 경찰이 제안하는 경찰위원회를 통한 경찰 견제도 실효성은 낮다. 경찰위원회는 경찰법에 근거해 1991년 만들어진 자문기구에 불과해 경찰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
그간 어떤 경찰관도 ‘경찰 중립 훼손’을 항의하지 않았다. 50만 규모인 군(軍) 다음으로 큰 정부 조직인 14만 경찰은 문 정부 시절 ‘검수완박’을 통해 권한이 엄청나게 커지고 막강한데다 무력마저 보유한 경찰을 통제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당연히 있어야 했다. 그간 자행된 경찰 비리를 감안할 때도 지휘·통제는 필수다. 수많은 청와대 ‘하명 수사’를 비롯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드루킹 사건 뭉개기 △친정권 인사 보호를 위한 택시기사 거짓 증언 유도 △대통령 비판 대자보 붙인 청년에 대한 ‘건조물 무단 침입’ 혐의 씌우기 △탈북 청년 강제 북송 협조 등 한이 없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밀실정치의 온상이자 경찰을 통제해온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이다. 사실은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통제권을 되돌려주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정도이지만, 국회 절대 다수인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찾은 궁여지책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한 행안부 내 조직 신설이다.
정부는 민생치안을 위해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경찰도 이전처럼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휘를 받는 것이 권력으로부터 중립을 보장받는 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 일부 세력은 아직도 자신들 위에 문 정부나 민주당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행안부가 아닌 국민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 정부 위에 있는 것이 국민이다. 또 행안부가 정식 직제를 통해 경찰행정을 통제하고 그 내용을 국회가 국정감사하는 것. 그것이 경찰 중립을 보장하고 주권자인 국민이 경찰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경찰에 필요한 것은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 정치로부터의 중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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