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 시절 잘나가던 명품 시장이 흔들리면서 명품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연초만 해도 플러스(+) 수익을 냈지만 지금은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미국의 매출 감소와 중국의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가 주가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1개월간(8월1일~9월1일) 4.5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88%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더 크다.
이 ETF는 에르메스·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리치몬트·케링·페라리 등 유럽 증시에 상장된 명품 기업 10곳을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또 다른 명품 기업 ETF인 ‘하나로(HANARO) 글로벌 럭셔리 S&P(합성)’도 최근 한 달 동안 5.48% 떨어졌다. 이 ETF는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가 추종하는 명품 기업 10개를 포함해 메르세데스벤츠·테슬라·나이키·디아지오·룰루레몬 등 80개 종목을 투자한다.
‘럭셔리’를 테마로 한 공모형 펀드 수익률도 부진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명품 기업을 담고 있는 펀드 16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평균 -5.35%로 집계됐다.
나이키·에스티로더·페라리·시세이도를 편입한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은 5.44% 손실을 냈고 하이엔드 산업의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는 1.64% 떨어졌다.
사실 명품 기업 펀드의 감소세는 이례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하나로(HANARO) 글로벌 럭셔리 S&P(합성)’은 지난달 11일까지만 해도 올 들어 26.74% 올랐다. 1년 수익률(15.89%)·2년 수익률(8.03%)·3년 수익률(66.54%)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명품펀드는 8월14일부터 하향곡선을 타면서 연초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고 연중 최저점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감소세는 코로나19 대유행 후 일어난 ‘보복 소비’가 한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펜데믹 당시 과열됐던 명품 소비 심리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3450억 유로(약 491조 원)로 전년 대비 20% 정도 성장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9~11%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전체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도 3600억~3800억 유로로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실적이 부진한 점도 악재로 다가왔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LVMH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212억 유로를 기록했지만 미국 매출액은 1% 줄어들었다.
리치몬트도 미국 매출액이 4% 떨어졌다. 케링의 2분기 북미 매출은 무려 23% 급감했다. 버버리와 프라마다의 미국 매출액 감소율도 각각 8%와 6%로 높았다.
명품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을 책임졌던 중국 시장도 좋지만은 않다. 중국인들은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에 지갑 닫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인 항목별 소비 증감율 중 ‘금·은·보석’의 감소율이 10%로 ‘빌딩·인테리어’(-11.2%)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우려해 고가 제품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경제 상황도 온전치 못하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2.5%로 추정치(4.5%)를 밑돌았다. 고정자산투자 및 산업생산 증가율도 3.4%·3.7%에 그치면서 추정치(3.8%·4.5%)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블룸버그 경제분석가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중간 값)를 5.2%에서 5.1%로 0.1%p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여러 악재로 명품 기업들의 개별 주가는 주저앉은 상태다. LVMH 주가는 1일 기준 775.80유로로 지난달 1일(829.00유로) 대비 6.42% 폭락했다. 에르메스도 1977.40유로에서 1885.80유로로 4.6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케링(518.40→488.80유로)·리치몬트(135.30→124.60프랑)·페라리(317.27→308.32달러)도 각각 5.71%·7.91%·2.82%씩 떨어지면서 바닥을 기었다.
다만 증권가는 중국에서 수요 회복이 명품 기업들의 주가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 소재한 럭셔리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 환이익 수혜를 입어 올해에는 역(易)기저 현상으로 실적 부담을 겪고 있지만 여행업 회복에 따른 매출·마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강세를 보였던 미국 시장에서 약간의 부침이 드러나고 있는 점이 다소 불안하다”면서도 “대부분의 업체가 중국 시장 회복의 수혜를 보고 있다. 중국 여행 아웃바운드(해외 출국) 추이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고 락다운(국경 봉쇄) 레벨을 막 넘어섰기 때문에 이제는 주가에 여행업 회복 이상의 변화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매출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 외적으로 장기 가치 확대에 기여하는 많은 변화가 올 한 해 산업 내에서 관찰되고 있다”며 “하반기를 지나 지역별 소비 심리의 차이 및 기저 정상화 등의 요인으로 횡보가 발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별업체의 2024년 이후 기대감은 여전히 충분하다. 하반기 조정 구간에서의 선별적 매수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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