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표결에서 부결됐다. 정부는 25조 원 규모를 투입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정부 정책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을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 과연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었는가. 최저임금 시급도 벌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수두룩하고 고물가·고금리까지 덮쳐 문을 닫는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다. 이에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와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인 최저임금(인건비)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되게 해 달라고 외쳤지만 그저 ‘메아리’로 남았을 뿐이다.
폐업하는 점포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소상공업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계명 전국중소상공인위원회 회장은 “소상공인이 고금리 대출 이자로 밀린 빚에 허덕이고, 임대료 부담에 폐업하는 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윤석열정부 출범 당시 약 700만 명이던 소상공인이 지금은 약 570만 명으로 줄었다. 130만 명의 소상공인이 폐업을 했고, 지금도 폐업 진행 중에 있다”고 토로했다. 이병덕 경기도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현재 이천시 소기업 가운데 폐업 사업장이 700개가 넘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내년엔 더 많은 사업장이 폐업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최저임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무산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편의점은 인건비와 임대료가 매장 운영비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못하는 가맹점이 늘고 있고, 가맹점주들이 일한 시간 대비 최저시급도 벌지 못하는 점포가 수두룩하다.
소상공인이 겪는 여러 어려움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몫이 가장 크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영업자의 절반(48%)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할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일선 현장에서 소상공인은 어떤 부분이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는가. 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 정부 정책을 지적한다. 그는 “지금 최저임금을 논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소상공인 생태계를 살릴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매년 무조건 최저임금을 올리는데 그건 지불 능력을 갖추지 못한 소상공인을 폐업의 길로 내모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나몰라라식으로 일관하고 폐업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도 없다. 폐업한 소상공인은 그동안 세금을 내며 국가에 공헌했는데, 폐업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취업 기피 업종인 식당은 인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다. 국무총리가 외식업중앙회에 4000명의 외국인 단순 노동자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면 자영업자가 컴퓨터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신청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45명밖에 신청하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은 신청하고 싶어도 신청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바로 그 정책이 ‘탁상공론’임을 말해 준다고 지적한다. 서울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해 온 자영업자 김모(65) 씨는 “대통령실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싶어도 신청 시스템이 복잡해서 신청도 못 하는 자영업자가 많다고, 공무원들이 이렇게 일을 못한다고 항의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주방 보조뿐만 아니라 홀 서빙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탄력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금 수십조 원을 투입해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해결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단편적인 예로 일선 공무원들이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았다면, 전기요금 지원 대상을 연 매출 6000만 원 이하로 제한하는 정책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 매출이 20만 원인 소상공인이 과연 전체 소상공인의 몇 %일까. 이것은 그 밖의 소상공인은 폐업해도 상관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정부는 소상공인이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고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서 정책을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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