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8000억 원 규모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군 전력화 일정 및 방위사업법 시행령 규정 등을 고려하면 수의계약을 하는 게 통상적인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한화오션 측은 경쟁입찰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9일 본지에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의 경쟁입찰과 수의계약은 모두 별도의 규정 신설이 필요 없이 합법으로 인정되는 사안이어서 경쟁입찰 추진을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방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방위사업 관리 규정 제89조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한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할 수 있도록 즉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돼 있고 중대한 불법행위가 발생한 이 사업이 과연 수의계약이 필요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방사청 개청 이후 경쟁입찰 전례가 없었던 배경은 그만큼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게 되면 비용의 증가와 전력화 일정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 역시 일방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함정의 품질과 납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사업 추진(계약체결) 방식이 아니라 함정 건조 관련 기술력을 비롯한 종합 건조 역량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이 사업의 시작인 개념설계를 수행한 업체로서 10여 년간 꾸준히 KDDX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온 향후 사업 수행의 적임자”라며 “양사의 입장차에 대한 해법이 수의계약이 될 수는 없고 최악의 부정행위가 일어난 만큼 이 사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경쟁입찰로 공정하게 추진하는 게 타당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방위사업청(방사청)이 KDDX 사업을 HD현대중공업에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겠다고 보도하자 계약 방식을 둘러싸고 일진일퇴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방사청은 “아직 사업 추진 방안을 확정한 바 없고 해당 보도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사청 사업분과위원회 일정은 다음 달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개념설계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들여 해군의 6000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방위사업 관리 규정에 따르면 기본설계 수행 업체에 문제가 없으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HD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는 2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고 이후 KDDX는 방산물자로 지정돼 관련법상 수의계약 대상인 것도 사실이다.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방식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은 ‘방위사업 계약의 방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되 다음 각호의 경우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제7조는 경쟁계약이 원칙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며 경쟁입찰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는 2019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아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사건을 짚은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모두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한화오션 측이 고소전을 벌였고 방사청은 경찰 수사 발표 이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압수물 분석 기간 등을 고려해 수사의 마무리가 예상되는 이달 말 혹은 내달 초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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