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협이 고도화됨에 따라 국가를 방위하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 ‘핵 무장론’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핵 잠재력은 핵폭탄이나 원자력에너지를 갖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핵 물질 보유 및 처리 능력’을 말한다. 여기엔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기술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핵 역량 확보와 우라늄 등 핵물질 공동 생산·공급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 구성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방전문 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핵 잠재력 확보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평화적 핵 발전과 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한·미 간 컨소시엄 구성 및 국제 연대 구성’ 등과 같은 ‘핵 물질 확보 능력’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었다.
박인국 전 주(駐)유엔대사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논쟁’의 두 가지 난제는 결국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능력 여부 △미국의 협조나 묵인 없이 독자적 핵무장이 가능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가 바로 ‘핵 잠재력’ 확보이다. ‘핵 잠재력’은 핵폭탄이나 민간 원자력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또는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의미한다.
박 전 대사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협조나 최소한 미국의 방조 없이 한국의 핵무장은 불가능하다.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미국의 경제·군사·정치 제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미 간에 △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해군함정 건조 분야의 파트너십 구축 △위성 영상정보 공유를 통한 우주 안보 협력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논의를 확장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겸 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는 고농축 우라늄의 공동 생산·공급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정 센터장은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보유량·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기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일본은 자체 핵 개발이 어느 정도 가능한 기술적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한국은 일본보다 핵잠재력이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독자 핵무장’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로 윤석열정부가 ‘한·미 원자력 핵 협정 개정’을 최소한 일본 수준으로 높일 외교적 결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한국이 비록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일본처럼 유사시 신속하게 핵으로 무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면 북한이 지금처럼 남한을 무시하고 수시로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설에 기반한 것이다.
이에 관해 정 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의 권한을 확보하고 플루토늄을 비축해 둔다면 일본처럼 유사시 3~6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우라늄 농축 업체이자 영국·네덜란드·독일 컨소시엄 기업인 우렌코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고순도·저농축 우라늄(HALEU) 생산 설비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러시아·중국과 별도의 안정적 우라늄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미·일·영국(또는 유럽)과 우라늄 최대 부존국인 호주 등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평화적 원전산업 이용 증진을 위한 한·미 원자력 동맹’을 관련 발제를 한 황용수 국제원자력대학원 교수는 'Net Zero 2050' 달성을 위해 지속 가능한 청정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의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우리는 원전산업 중에서도 원자력발전소 설계·건설·운영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우라늄 채광·정련·농축 및 핵연료 성형가공과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핵연료주기(Nuclear Fuel Cycle)’의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러시아가 우라늄 농축 글로벌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함께 원전 도입과 수출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핵연료주기 시설 확보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황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제조 실력 혹은 원자력 개발 단가 면에서는 한국을 따라 올 서방 국가가 없다. 그러나 국제 안보 질서가 다각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에너지 안보 시장에서 동맹 체제를 확립하지 않을 경우 우라늄 공급망은 러시아나 중국에 의해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확신하고 있다.”
황 교수가 언급한 ‘핵연료주기’ 문제에 이어서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농축 및 재처리·폐기물 저장’ 등의 문제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핵 잠재력’을 갖추기 전에 정치적 프레임에 걸려든 원전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큰 의문을 제기했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원전산업계에서는 용지 확보와 폐기물 처리 등으로 핵 잠재력 확보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다. 또한 핵물질·투발 수단·기폭장치 등 핵무기 3대 요소와 전문 인력·시설·장비 등의 능력이 ‘핵 잠재력’에 모두에 포함되는데, 1년 이내 핵무장 가능한 핵 능력 수준을 갖춘다는 것은 과장된 주장일 수 있다.”
“현행 핵협의그룹(NCG) 중심의 한·미 확장억제 협력을 통해 강력한 대북 억제 태세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위험 관리 측면에서 이것이 이상적인 선택지이다. 핵잠재력 확보 능력은 과학기술·에너지 안보·원전산업 문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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