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이 심상찮다. 올해 5월까지 나라살림 수준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가 74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22조 원 증가했다. 법인세 등 국세 수입이 줄어든 탓이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1~5월 정부의 누계 총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조6000억 원 늘어난 258조2000억 원이다. 국민연금기금·고용보험기금 등 기금 수익이 늘어난 덕이다.
하지만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 원 감소하며 증가세를 낮췄다. 국세 수입에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되는데 법인세 감소 영향이 컸다. 기업 경영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덩달아 나라 살림이 악화하면서 국가채무도 늘었다. 5월 기준 국가채무는 1146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4조3000억 원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3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55.2%로 집계했다. 1년 전보다 1.4%p 상승한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15년 40.8%였으나, 2019년 42.1%에서 코로나19 때인 2020년 48.7%로 급등했다. 이어 2021년에는 51.3%를 기록하며 처음 50%를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IMF는 올해의 경우 한국의 정부 부채가 GDP 대비 56.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9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했다.
나랏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후세대의 부담이다. 주목할 점은 정부 재정적자의 급격한 증가가 국가채무의 증가를 당연히 수반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재정적자, 나아가 국가채무 증가의 폭 못지않게 그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만약 국가신인도가 조금이라도 하락한다면 이는 일차적으로 우리나라 국채의 할인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가신인도의 하락은 대다수 우리 기업의 신인도에도 간접적으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건전재정의 기조를 정착시켜 2027년 국가채무비율이 50% 중반대가 되도록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정책 기조는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지출 증가가 재정적자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는지를 따져 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른 부문에서의 방만한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던 것인데 아쉽게도 그 점에 있어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현 정부의 긴축적 기조 전환은 2023~202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잘 나타나 있다. 2025년의 계획으로는 통합재정수지상 재정적자를 22조9000억 원으로 제한하도록 돼 있다. 재정건전성을 극도로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집권 4년차 재정이 균형으로 돌아오지 못한 게 아쉽다. 우리 현실에서 현재의 재정 상황은 분명히 균형 기조로의 선회를 요구한다.
물론 증세하면 단기적으로 세수는 들어올지 모르지만 안정적이지 않다. 재정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경제의 먹구름은 언제 걷힐지 모른다. 어떤 유형의 부채든지 경제주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묶는 재정건전화 마지노선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와 행정부는 국가 경제를 우선하는 입장에서 정파적 입장을 초월하는 합리적인 재정정책 수립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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