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다. 이들은 최전선 골목상권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획일화된 박리다매식 사업 진출을 비롯해 상권 탈취·규제·세상의 편견 등 각종 위협으로 쉼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는 특별기획 시리즈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를 마련했다.
꽃은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꽃을 집에서 기르기도 하고 다양한 행사에 쓰기도 한다. 꽃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보통 인근 꽃집으로 많이 간다. 요즘은 꽃집에서 꽃만 파는 것이 아니라 꽃꽂이 클래스 등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런 꽃집을 대표하는 단체가 바로 ‘한국화원협회’다.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등록을 거쳐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권익을 보호받으며 현재 전국에 16개 지회가 있다.
업계에서 잔뼈 굵은 배정구 회장
배정구 한국화원협회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해 협회를 이끌고 있다. 배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줄곧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제가 꽃집을 창업한 지 27년째이고 개인 교육 기관을 개설한 지는 12년 정도 돼요. 제가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었고 그만큼 경험도 많다 보니 꽃을 통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여러 분의 추천도 받아서 회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당선이 됐습니다.”
“그렇게 패기 하나로 회장 선거에 나서서 당선이 됐는데 막상 회장이 되고 보니 무엇을 해야겠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이곳저곳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지금은 협회를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정리가 됐어요.”
배 회장은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반드시 한국화원협회 회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약자로서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원협회는 100%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등록돼 있는 단체에요. 원래 오프라인으로 꽃집을 운영하시는 분들만 회원으로 가입시켰는데 온라인 운영자가 늘면서 조건을 완화해 추가적으로 가입하게 했어요.”
“한국화원협회는 최대한 소상공인들의 입장에 서기 때문에 가입하는 게 좋아요. 서울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이 세종시에 있는 정부 기관 관계자에게 주문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죠. 그렇게 준비를 해서 정부 기관에 전달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꽃 반입 금지라며 안 받다고 통보를 하면 꽃집 주인만 피해를 입어요.”
“그런 경우 꽃집 주인이 회원이면 협회에 연락을 해서 이런 불공정한 일을 당했다고 호소해요. 이후 협회에서는 공문을 보내는데 그러면 정부 기관에서는 공문을 받고 꽃 반입을 허용해 줘요.”
“그리고 협회는 수·발주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예를 들어 꽃집 주인이 성남에 있는데 고객이 제주도에 있으면 직접 배송하기 어렵거든요. 이럴 때는 제주도에 있는 회원에게 연락해 고객에게 꽃을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에요. 이런 점들 때문에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정부에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 2월 대통령과의 민생 토론에서 업계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얘기했다.
“꽃집은 전기세가 굉장히 많이 나가요. 생물을 다루는 업종이라서 온도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께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해 전기세를 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다행히 성사가 돼서 연매출 6000만 원 미만인 소상공인들은 전기세 최대 20만 원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어요.”
배 회장은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윤 대통령께 전기세 지원과 함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제대로 알아야 업계가 동반성장할 수 있어요. 사실 꽃 같은 경우에는 교육비가 좀 비싼 편이라 개인이 비용을 감당하는 건 좀 부담스럽죠. 사정이 넉넉지 않은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농림축산식품부 등 기관에서 지원을 해 줘서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회장에 취임한 후 ‘반려식물치료센터’를 만들었어요. 이것도 농축산부에서 지원해 주는데 꽃집 앞에 치료센터라는 현판을 걸 수 있어요. 다만 자격 요건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국가공인 자격증인 ‘화훼장식산업기사’나 ‘화훼장식기사’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실용적인 ‘반려식물관리사’라는 민간 자격증을 만들어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치료센터 현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배 회장은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했다.
“제가 꽃집을 운영하면서 48살에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후 6년 정도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러다가 개인 교육 기관을 설립해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이렇게 대학을 갔던 이유는 더 발전하고 싶어서였고 그 배움을 업계 종사자 분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어요.”
업계 전망 밝지 않아… 꽃집과 화훼농원 모두 해결책 찾아야
배 회장은 업계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고 했다. 수입산 꽃과 폐업률 증가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제가 1997년 처음 창업할 때만 하더라도 수입산 꽃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수입산이 늘어나고 꽃값도 27년 전 대비 10배가 올랐어요. 꽃집에서 수입산을 많이 선택하는데 그 이유는 저렴하고 품종도 좋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국내 화훼농원은 타격을 입고 있어요. 그렇다고 수입산 꽃에만 관세를 많이 매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대책이 없는 것 같아요. FTA 체결 이전에 국내 농민을 보호할 정책을 마련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꽃집을 창업할 때는 무턱대고 하기보다는 업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그걸 토대로 여러 가지를 잘 따져 봐야 해요. 제가 교육에 힘을 쓰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또 공부해서 실용적인 자격증을 따면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게 되고 폐업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에요. 협회 차원에서도 폐업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 회장은 신고제나 허가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꽃집 주인과 고객 모두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서 난을 선물받았어요. 그런데 이 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해서 난이 죽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꽃을 매매할 때 신고제나 허가제를 도입해야 하고 저희 협회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겠죠. 그러면 꽃을 구입하거나 선물받은 고객도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할 수 있게 될 거예요.”
한국화원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는…
배 회장은 스스로 인정받는 회장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가 한국화원협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협회가 원활하게 잘 돌아갔고 회원들의 요구를 정부 기관 등에 적극적으로 건의해서 숨통이 트였다는 평을 나중에 듣고 싶어요.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발로 뛰는 회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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