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이래 연일 군사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다. 휴전선 인근에 탄도탄미사일 발사대 250기를 배치했고 신형 ‘자폭 드론’도 공개했다. 발사대만 있을 뿐 탄도탄 보급이 힘들 수도 있다는 국정원의 분석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전대미문의 홍수로 수많은 주민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도 죽기 살기로 군사력 증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그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무기체계와 전술을 신속하게 자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폭 드론의 디자인이 흥미롭다. 하나는 러시아 드론(란쳇)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드론(하롭)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은 어떻게 확보했을까. 더욱이 북한은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란쳇급 자폭드론으로 우리 K-2전차 모형을 수직 타격하는 사진을 배포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전략정찰 및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 및 특수작전구분대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생산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전투 적용 시험을 더 강도 높게 진행해 하루빨리 인민군 부대들에 장비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물론 우리 군도 ‘국방혁신 4.0’의 일환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AI)·드론 등 무기체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나 김씨 일가 독재 체제의 ‘명령·실행 시스템’과 달리 민주주의적 무기 획득 의사결정시스템을 가진 우리는 무기획득을 위한 각종 위원회는 물론 기획재정부 및 국회 예산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그 과정이 복잡하고 이에 따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근본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하기에 설령 긴급 소요로 해외무기체계 구입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최소 2년은 걸리는 것이다.
북한은 2023년 7월 자칭 전승절 행사에서 미국의 첨단 무인기인 글로벌호크(RQ-4)와 리퍼(MQ-9)를 복제한 ‘샛별-4호’와 ‘샛별-9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샛별-9호의 경우 미국의 헬파이어 미사일과 유사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영상까지 공개한 바 있다.
사실상 북한의 군사력은 ‘퀀텀 점프(Quantum Jump·양자 에너지가 도약하듯 이동하는 것으로 급격한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는 용어)’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2014년엔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판자 비행체와 일반 카메라를 장착한 ‘조잡한 무인기’를 운용했었다면 불과 10년 만에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아 신형 공격 드론을 생산하고 사이버 해킹 또는 자발적 국가 반역자들의 도움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무인기를 모방 생산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기름이 부족하여 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노후화된 공군기만 보유하고 있던 북한의 항공력 건설 방향을 전향적으로 바꾼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북한은 유인기라는 전통적 공군력 유지의 수준을 넘어 드론 위주의 항공 작전을 기반으로 해상전 및 지상전 지원 전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언급한 24일 김정은의 교시처럼 “보병들이 모든 휴대용 자폭 드론을 사용하라”는 교시가 실현된다면 우리 군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 무기체계 획득 시스템은 녹록지 않은 상태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획득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국방부의 무기획득 권한을 분리해 2006년 1월 방위사업청을 창설했다. 당시 프랑스의 ‘병기본부(DGA·Direction générale de l'armement)’ 와 미국의 IPT(통합사업관리·Intergated Project Team) 제도를 준용하여 만들었다.
그러나 20년 전과 지금은 안보 상황 자체가 다르다. 뿐만 아니라 개혁 대상이던 조달본부 군무원들을 공무원으로 신분 전환시키면서 현역 장교 위주의 사업관리본부와 계약관리본부라는 기형적 조직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흘러 문민화라는 성과도 있었으나 조직은 비대해지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있음에도 ADD에서 분리된 국방기술품질원 산하에 연구기관이 신설되는 등 조직과 인력 통합이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국방 연구개발의 혼선과 중복 투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대 변화는 ‘정반합(正反合)의 원리’와 같은 양상을 띤다. 당초 2005년 국방부 장관의 힘을 약화시키고자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좌파 세력이 주도하여 방위사업청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면 이제는 무기획득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국방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할 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의 신형 무기체계 개발과 새로운 전술 개발 능력은 실시간으로 향상되고 있다. 무기 개발과 전술 개발은 절대 따로 갈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방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고 국가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방사청은 사업전문기관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와 함께 전술 개발이 연계된 국방 연구개발을 통제할 국방부 2차관제 신설, ADD의 국방부 산하 기관 원복 등 근본적인 국방획득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것이 가시적 국방 혁신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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