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11월5일)가 한달 남짓 남은 가운데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또 구설에 올랐다. 그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멍청하다”(stupid) “나약하다”(weak) “미쳤다”(crazy) 등의 표현을 써 왔으나 이번엔 “정신 장애”(mentally impaired)를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전날 위스콘신주 유세 때도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야 미국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다시 찾은 트럼프가 이리 카운티에서 유세했다. 선거인단수 제5위(19인)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의 북서쪽 끝인 이곳엔 ‘벨웨더(bellwether·지표) 카운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2008년 이래 대통령 포함 상원의원·주지사·법무장관·재무장관·감사관 등을 뽑는 25번의 선거 중 23번이나 이리의 최다득표자가 최종 승리를 거뒀다.
이리 카운티가 표심 향방을 읽는 곳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경제적·인종적 다양성 때문이다. 이리엔 대도시·시골·교외 지역이 섞여 있고 거주민들 인구 구성도 펜실베이니아주 전체와 비슷해 이리 투표결과가 주 내지 미 전역에서의 승리를 암시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리를 찾아 트럼프가 국경문제 관련해 민주당 측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우선 “삐딱한 조 바이든(대통령)이 정신장애를 갖게 돼 슬프다”고 말했다. 한때 총명했으나 인지능력 퇴화를 보인 끝에 후보직을 사퇴해야 했던 바이든의 처지에 대해 트럼프 식으로 소감을 밝힌 셈이다. 이어 “거짓말장이 카멀라 해리스는 솔직히 말해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정신장애) 것 같다”며 “그녀에겐 분명히 뭔가 빠진 게 있다. 우리 모두 그걸 안다”고 지적했다.
문맥상 ‘정신장애’란 ‘지력이 모자란다’ ‘똑똑하지 않다’를 의미한다. 공식 석상에서 입에 담긴 부적절한 언사지만 해리스의 과거 동영상들을 찾아 보면 트럼프 발언과 일맥상통한 댓글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해당 사안에 식견 부족 내지 횡설수설 분위기임을 짚거나, 말이 막히면 폭소를 터뜨리는 습관을 들어 “낄낄 해리스”로 놀리기도 한다.
해리스에 대한 트럼프의 정신장애 평가는 바이든정부 출범 이후 남부 국경을 거쳐 유입된 불법이민자의 증가가 치안 불안을 야기했다며, “유죄 판결자인 악랄 잔인한 살인범 1만3099명이 미국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면서 나왔다. 트럼프는 “해리스 탓에 사람들이 다수 살해당했다. 그녀는 탄핵· 기소 당해야 한다”며 목소리 높였다.
바이든정부가 국경 상황을 방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문제 특임이 맡겨진 해리스 역시 한 게 없다. 2021년 6월 중미 방문 당시 밀입국을 말린 것이 전부다. 해리스는 과테말라에서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하며 “위험한 미국행 예정자들에게 분명히 말하건대 ‘오지 마세요, 오지 마세요.’ 계속 법을 집행해 국경을 지킬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직후 NBC방송 단독 인터뷰에서 앵커 레스터 홀트가 “(여전히)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이 계속된다. 그들이 당신 말을 믿을지 모르겠다. 국경에 가본 적 있나” 묻자 해리스는 “어느 시점에… 국경에 가 볼 거다, 가봤다”며 당황한 듯 답했다. 앵커가 재차 캐물었고 해리스는 “난 유럽에도 안 갔다. 질문 요지를 모르겠다”며 특유의 웃음을 보였다.
트럼프는 이리 유세에서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 지지도 강력히 피력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주요 수입원인 셰일가스가 환경문제를 내세운 민주당 반대를 받았고 바이든 취임 첫날부터 완전 금지됐다. 트럼프는 “프래킹 금지를 공언해 온 해리스와 달리 난 당선되면 프래킹·펌핑하게 하겠다”며 현지 유권자 표심을 자극했다. 우크라이나전쟁까지 겹쳐 물가앙등의 주요 요인이던 미국 내 에너지 문제에 셰일 시추가 하나의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공화당 일부 인사들이 트럼프의 말투에 새삼 우려를 표했고 정책이슈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29일 CNN방송에 출연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그저 미친 진보라 여길 뿐 해리스를 (정신적 능력 면에서) 의심하진 않는다”며 “차라리 그 정책이 나라를 파괴한다고 고발하라” 일침을 가했다. 그는 “(현 정부가) 미 전역에 석방시킨 불법이민자로 사람들이 강간·살해·절도 피해를 입었다”며 “악몽이자 미친 짓”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톰 에머 상원의원 역시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향해 “(정책) 이슈에 더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성향의 한 사람인 일명 ‘한국 사위’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11월 연방 상원의원 도전을 앞두고 CBS방송에서 “해리스 부통령뿐 아니라 실제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모욕적”이라며 “트럼프의 분열적 레토릭”을 꼬집었다.
한편 10월1일(한국시간 2일 오전) 부통령 TV토론 또한 뜨거울 전망이다. J.D. 밴스 공화당 후보의 토론 모의 연습 시 팀 월즈 민주당 후보 대역을 담당한 톰 에머 상원의원이 월즈를 “플란넬 셔츠 차림의 개빈 뉴섬”에 비유했다. 민주당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공화당 진영에선 급진 좌파로 통하며 플란넬 셔츠란 월즈의 ‘아재 패션’을 풍자한 말이다. 월즈가 1990년대부터 동성애를 지지한 것, 가까운 가족·친지들이 월즈를 비판하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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