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수지 와일스(67)를 지명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트럼프는 똑똑한 여성을 싫어한다는 민주당 진영의 조롱을 의식한 듯한 깜짝 인사인가 여길 수 있으나, 와일스는 선거 현장에서 내공을 쌓아 온 실력파 정치 컨서턴트로 통한다.
와일스는 트럼프 2기 백악관의 모든 정책과 일일 운영을 총괄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이끌기 전 이미 40년 넘게 공화당 측 참모·고문으로서 대통령·주지사·시장·의회의원 등 여러 선거를 치렀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승리도 공화당 선거운동을 지휘한 와일스의 공이 크다고 전해진다.
2016년 대선 당시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플로리다주 승리는 트럼프가 와일스를 한층 신임하게 된 계기였다. 와일스는 2010년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와 2018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 승리에도 기여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와 갈등을 빚어 해고됐지만 2020년 대선을 위해 다시 플로리다에 투입됐고 2024년 또 한번 실력을 발휘했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가장 신임하고 경청하는 참모이자, 업무 추진력·절제력에 단단함까지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서로 잘 알고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일해 왔다. 트럼프 가족과도 가까우며 현 참모들 대부분에게 존경 받는 보좌관”이라고 묘사했다.
트럼프1기 시절엔 알고 지낸 시간이 짧았던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가 6개월 만에 교체했다. 재임 중 총 4명의 비서실장이 거쳐 갔으며 그 와중에 트럼프도 어려움을 겪었다. 정치인으로 살아오지 않았기에 공화당계 인사라도 트럼프와 방향성과 결이 안 맞기 십상이라 불가피한 현실이기도 했다.
대선 본투표를 앞두고 트럼프는 당시 1780만 구독자(현재 1830만 명)의 조 로건 팟캐스트에 초대돼 3시간 생방송 대담을 하며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로 인사 실패를 들기도 했다. 와일스는 중도 교체 가능성이 낮을 인물이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한 뒤에도 보좌하며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했고, ‘대선 불복’ 행보와 여러 형사·민사 사건 등으로 고초를 치를 때도 옆에 있었다.
또 와일스는 트럼프를 위한 정치자금 모금단체 ‘세이브 아메리카’ 팩(PAC·정치자금 모금)의 최고경영자를 맡아 트럼프의 법률 비용을 지원했다. 이번 대선의 중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면서 전혀 미디어에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목표에 매진했다. 캠프 참모들에게 “자아(ego)를 문밖에 두고 오라” 경고하는 등 캠프가 내부 경쟁이나 분열 없이 승리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승리 연설에서 와일스를 연단 중앙으로 불러 “우리 ‘얼음아가씨’(ice baby)”로 소래하며 “뒤에 있길 좋아하지만 뒤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와일스 지명 성명에선 “강인하고 똑똑하며 혁신적인 존재” “보편적으로 존경받는 인물”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 된 것은 본인에 걸맞은 영광”이라고 표현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5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의 만남이 두 사람 간 오랜 동맹의 시작이었으며 이후 삐걱거리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16년 어느 날 트럼프가 와일스를 향해 ‘너무 활력 없고 조용하다’며 크게 불만을 토로하자, 누군가를 격분시키는 일은 잘 못하지만 플로리다를 얻길 원한다면 자신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고 와일스가 반박했다는 것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역시 와일스를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참모로 꼽으며, 모든 것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흔적을 안 남긴다고 보도했다. 사진에 찍혀도 늘 뒤쪽에 있으며 언론에 실명으로 발언한 적이 거의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경우는 그보다 더 드물다고 한다.
뉴저지에서 태어나 자란 와일스는 메릴랜드대학 졸업 후 1979년 하원의원 참모를 거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0년 대선 캠프에 몸담으며 본격적으로 정계 입문했다. 레이건 당선 뒤 백악관에서 일정 담당을 맡았고 잭 캠프 전 하원의원 의원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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