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관세 등 정책 불확실성은 크나 시장에서는 이를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 내년 1분기쯤 반영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 미 증시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기업은 2024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돋보였다.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는 매그니피센트7(M7,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테슬라)을 중심으로 전 세계 투자자금을 빨아들였다. 미 증시 3대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S&P)500·다우산업·나스닥종합은 올해 들어 6일까지 18~32% 올랐고 연중 역대 최고가를 차례차례 모두 갈아치웠다.
관심은 내년에도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지다.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시장을 쥐락펴락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고관세 정책, 법인세 인하, 금융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트럼프 시대를 맞이할 2025년 미국 증시에 대해 미국 주식 전문가인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위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분기 조정 후 랠리 예상”
올해 미국 주식시장은 우상향 흐름이었다. 4700대로 출발한 S&P500 지수는 2월 5000선을 넘어선 뒤 6월 5500을 넘었고 11월에는 6000마저 돌파했다. 6일 기준 주가 상승률은 27.7%다. 역대 최고치다. 다우 지수도 18.4%의 상승률을 보이며 4만 대를 넘어 4만5000대에 이르렀다. 나스닥 지수도 사상 최초로 1만9000을 넘어서며 약 1년간 32%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조연주 연구위원은 “올해 미국 주식시장은 테크 섹터, 특히 빅테크라고 할 수 있는 AI 관련주인 엔비디아 등의 종목을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가가 많이 상승했다”며 “고물가·고금리 수준인데도 소비·산업생산 등 경기 지표가 좋았던 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상승 폭은 미 대통령 선거 직후 더 컸다. 3대 지수는 지난달 6~11일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나스닥은 6일, 다우는 4일 역대 최고치를 또 썼다. 대선 전과 양상은 달랐다. M7 쏠림이 아닌 ‘트럼프 수혜주’를 중심으로 시장을 끌어 올렸다. 조 연구위원은 공화당이 행정부·입법부를 모두 휩쓸면서 정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는 “대선 후 M7은 쉬어가고 금융과 테슬라를 필두로 한 경기소비재, 산업재(항공·방산·우주)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는 섹터들이 지수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며 “미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의회까지 장악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고 그러다 보니 정책 수혜주인 ‘트럼프 트레이드’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년 미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나 그 폭은 올해보다 작을 전망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내년 S&P500 목표가격(Target Price)과 관련해 6500을 제시했다. 6일(6090.27)과 비교해 6.7% 높은 수준이다. 그 근거로는 내년 1분기 정책 불확실성 반영 가능성 등을 들었다.
“낙관 편향적인 흐름으로 미 증시 레벨이 많이 올라온 상황인데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 물가·금리가 생각보다 많이 안 떨어질 수 있는 점 등 종합적인 불확실성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확실성이 1분기쯤 반영돼 내년 S&P500은 상저하고 느낌으로 보고 있고 하단을 크게 보면 20% 상승도 가능하지만 지금 레벨에서는 10% 정도 업사이드로 본다”고 전망했다.
관세정책이 핵심이다. 공약에서 내세운 것과 같이 보편관세 10~20%, 대(對)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시 하방을 크게 열어놔야 한다고 봤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하방 요인 중 하나다.
조 연구위원은 “1분기 정책 불확실성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어 1분기쯤 조정되고 이후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세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세금 감면 및 규제 완화 정책에 초점을 두면서 상승 여력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반대로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를 미루고 관세정책에 초점을 맞추면 6500 목표치도 못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새 행정부가 보편관세 10~20%, 대중국 관세 60% 등 관세정책을 강하게 펼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1분기 공포심에 지수가 떨어지다가 ‘별거 없다’는 느낌과 함께 2분기부터 다시 오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최근 관세정책과 관련해 물가와 금리를 올리지 않는 레벨에서 시행해 좋은 협상을 끄집어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연구위원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지수 흐름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미국 경기를 살리려고 하고 있어 경기침체를 견인하는 수준으로 관세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다”며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도 관세를 점진적으로 올린다고 말해 그 정도로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관세정책에 대한 공포심과 리스크는 1분기에 나올 수 있고 이후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라며 안도하고 시장이 다시 한번 랠리를 펼쳐 6500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산업재·소비재株 수혜 기대”
주식시장에 미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회요인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하 및 규제 완화 정책을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출 것이라는 공약을 내비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강화된 금융규제도 트럼프 1기 수준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크다.
조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를 조세피난처 수준인 15%로 인하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미국 기업들이 조세피난처로 갈 필요가 없고 많은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게 된다”며 “그것은 미국 금융시장의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규제 완화 정책도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 대형 은행의 유보율이 15~16%, 많게는 18%까지 현금성 자산으로 비축하고 있는데 유보율을 12~13%로 내린다면 대형 은행들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시중으로 나와 유동성을 더 확대할 수 있고 자본조달이 중요한 중·소형주에 대출을 더 내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가상자산을 베이스로 대출을 해 준다는 식으로 금융규제를 완화한다면 기업들은 추가적인 실적을 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 인하 및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할 시 금융·산업재·자유소비재·전통에너지 등의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일례로 미국 대표 금융주 상장지수펀드(ETF)인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SPDR(XLF)’의 11월 중 상승률은 10.5%로 S&P500(+5.7%)을 웃돌았다.
조 연구위원은 “(정책 기대감에) 금융 섹터가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고 경기소비재·산업재도 법인세 인하 시 내수가 좋아질 것이라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며 “늘어난 유동성이 어디로 투자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트럼프 당선인은 방산·우주·항공 분야에 투자한다고 했으므로 산업재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것이고 법인세를 인하하면 경기가 좋아져 M&A·IPO를 더 많이 하고 임금도 올라가 경기 선순환에 따라 경기소비재 섹터도 좋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위기 요인으로는 관세정책을 꼽았다. 조 연구위원은 “지금 미국 물가 수준(소비자물가상승률)이 2.6%로 2%인 목표치를 밑도는데 관세정책을 실시하면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고 오히려 다시 3% 위로 올라갈 수 있다”며 “물가가 올라가면 금리도 당연히 높아지고 그러면 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해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해 완전히 바뀌는 부분도 위기라고 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완전 폐기를 천명한 상태다. 조 연구위원은 “IRA 보조금을 보고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에 많이 진출했는데 갑작스럽게 변하게 돼 보조금을 반영해 실적을 전망한 신재생에너지·전기차 관련주로서는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책 피해주로는 신재생에너지·제약/바이오·부동산을 꼽았다. 조 연구위원은 “백신에 대해 안 좋게 평가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됐기 때문에 제약·바이오는 좋지 않고 금리 상승으로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섹터도 피해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에게는 지금 달러로 환전하고 내년 초까지 관망하다가 1분기 말 또는 2분기 초에 들어가라고 조언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 다른 국가 대비 정책 모멘텀도 있고 실적이 좋아서 해외주식 중 미국 주식 투자를 추천하지만 펀더멘털보다 주가가 먼저 움직였다”며 “강아지 산책으로 비유하면 주인보다 강아지가 먼저 갈 버린 상황과 같다. 강아지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분기 그 주인이 어떻게 행동할지 나올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주인이 빨리 오지 않거나 주인이 딴 데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1분기 정말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해서 주가가 올라가도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관세 부과로 가격이 조정돼야 하는지 이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내년 1분기쯤 공포 심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할 필요가 없다. 기다리고 관망하다가 내년 1분기 가격이 매력이고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때가 타이밍이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달러 가치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정도 예상한다. 환율이 비교적 저렴한 지금 환전하고 주식 투자는 내년 1분기쯤 들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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