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는 국가의 헌법적 질서를 수호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헌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그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낳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소추에 대해 헌재가 보이는 비정상적으로 신속한 처리 과정과 일부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 엿보이는 행동은 헌재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헌재는 정치적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며 오직 헌법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는 유독 대통령 탄핵에 관해 서두르는 헌재의 입장이 있다. 이는 한덕수 권한대행·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 사건은 미루고 있는 상황과 크게 대비되는 점이다. 최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우리 헌정사나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탄핵 남발”이라고 꼬집으면서 헌재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앞서 이 방통위원장과 한 권한대행 탄핵 사건을 우선적으로 결론내 주길 바란다고 촉구한 것도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을 하려는 정당의 뜻에 발맞추듯 이렇게 차별적으로 탄핵 사건들을 처리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헌재가 특정 정치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헌재가 이름 그대로 진정으로 법과 헌법의 수호자로서 오로지 헌법에 따라 재판을 한다는 역할을 다하려면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하고 모든 사건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같이 중요한 사안일수록 그 절차가 공정하고 법적인 근거에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헌재는 헌법의 수호자가 아닌 정치적 도구가 되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재의 역할은 오직 법과 헌법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 본래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가리거나 감고 있는 것은 그 어떤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헌재는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고발 사건과 관련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면 헌법의 수호자가 아닌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감지됨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이 이미선 재판관을 고발하며 “헌법의 핵심가치인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시도는 사법 쿠데타”라고 비판한 것은 그만큼 헌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헌법재판소가 특정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통령 탄핵 소추에서 ‘내란’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었지만 실제로 내란죄가 철회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가 철회됨에 따라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헌법재판소는 “양심에 따라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이는 ‘양심’이라는 주관적인 기준과 ‘국민’이라는 여론을 앞세워 정치적 논란을 피해 가려는 꼼수에 다름 아니다. 여론에 휘둘려 판단을 내리거나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아니다. 그 어떠한 정치적 편향도, 정당 간의 이해관계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흐려서는 안 된다.
만약 헌재가 이처럼 특정 정치 세력에 영향을 받아 공정성과 독립성을 잃게 되면 헌재에 대한 신뢰를 잃은 국민의 저항이 날로 커질 수 있다. 헌재는 지금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에 충실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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