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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법부 “일시 중지” 아랑곳… 불법이민 260명 추방
‘미국 침공’ 규정… ‘적성국국민법’ 227년 만에 되살려 엘살바도르로
국경책임자 호머 “판사·좌파들 뭐라든 상관없다… 할 일 계속할 것”
브라운대 교수, 헤즈볼라 지도자 장례식 참석 후 美재입국 불허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8 16:02:13
▲ 미국서 추방돼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불법이민자들. 260여명 가운데 250명은 베네수엘라 갱단 멤버로 활동한 혐의가 있으며 이 중 137명에겐 '적성국국민법'이 적용됐다. EPA·연합뉴스
▲ 17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의사당 앞에서 브라운대 교수인 라샤 알라위흐 지지 시위가 열렸다. 알라위흐는 출국기간 중 헤즈볼라 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미 재입국을 거부 당했다. 반미(反美)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단호한 자세를 보여준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갱단' 혐의의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을 강제 추방해 논란이 확산 중이라는 소식이다. 17일(현지시간)부터 국내외 주류 언론의 비판성 보도가 쏟아지지만 트럼프 입장에선 '좌편향 사법부 들이받기'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14일 '적성국국민법'을 불법이민 추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포고령에 서명했으며 이튿날 법원의 일시중단 명령을 무릅쓰고 260여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250명은 베네수엘라 등에서 활동해 온 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TdA)'의 멤버를 포함한다.
 
이 중 137명에게 적성국국민법이 적용됐다. 1798년 제정된 이래 227년간 1812년 현 캐나다 땅에서 영국과 벌인 전쟁과 1·2차 세계대전 때를 합쳐 단 세 번 발동됐던 법이다. 대량 불법이민을 '미국 침공'으로 규정한 판단에서 취해진 트럼프의 이번 조치에 '입법·사법·행정 3부 간 갈등을 초래한 헌정 위기'라는 게 대다수 미 언론 반응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선 "트럼프정부가 정부를 제약할 법원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한계를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을 대리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이번 추방령은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에 가처분 결정을 즉각 내렸다. ACLU 청원을 받아들여 트럼프 명령에 제동을 건 게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아스버그 판사다. 예일대·옥스퍼드대, 예일 로스쿨 졸업 후 제9순회 항소 법원 서기로 일하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워싱턴DC 법원의 수석 판사로 임명됐으며, 2014년부터 외국정보감시법원(FISA법원) 판사(2020~2021년 FISA법원 수석 판사)를 지내고 연방 법원에 복귀했다. 이후 트럼프 진영에 불리한 판결을 내려 온 판사로 통한다.
 
보아스버그 결정에 트럼프정부 변호사들이 즉시 항소했으며 국경문제 전권(차르)인 톰 호먼 역시 반발했다. 호먼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판사들이 뭐라든 좌파가 어찌 생각하든 상관없다. 매일매일 또 다른 싸움의 연속"이라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침략하지도 약탈적 침입을 하지도 않았기에 이번 추방 명령이 불법"이라지만 트럼프는 현 국경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본다. 현재 트럼프 정책에 반발해 제기된 소송이 108건이지만 최종심인 연방대법원은 보수 우위 구도라 결국 정부 측에 유리하다. 
 
ACLU 측에선 보스버그 판사가 필요할 경우 비행기를 회항시키라면서 구두로 '일시 정지' 결정을 내린 이후에 추방이 진행됐다고 주장했으나 백악관은 부인한다. 캐롤라인 리빗 대변인이 폭스뉴스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법원 결정이 나왔을 때 추방된 수백 명을 태운 항공기가 미 영공을 이미 출발해 공해 상공에 있었으므로 법원 명령을 위반한 게 아니다. 리빗 대변인 발언엔 "법적 근거 없는 (법원) 명령"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보스버그 판사 명령이 구두로 당일 오후 6시45분, 서면으론 이날 7시26분에 내려졌다. 추방자들을 태운 2대의 비행기는 텍사스 구금센터 인근 해링턴을 오후 5~6시 사이 출발해 각각 오후 7시37분, 오후 8시10분께 온두라스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엘살바도르로 이동했으며 3번째 비행기가 15일 오후 7시37분 동일 경로로 엘살바도르로 날아갔다.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두명령이 서면명령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지 의문"이라면서 "우리측 변호사들이 법원에서 잘 묻고 답변할 것이다. 이 사안의 법적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보스버그 판사가 당일 오후 관련 심리를 개최했으나 정부 대표로 출석한 법무부는 관련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법무부측 변호사가 심리에서 국가안보 우려를 들어 비행기 편수 등 구체적인 내용 확인을 피하며 법원 명령을 위반한 적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해진다. 보그버스 판사가 18일 정오까지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할 것을 법무부에 요구했으나 법무부에선 연방 항소법원에 서한을 보내 보그버스 판사를 사건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행정부·사법부 충돌은 트럼프정부가 반미(反美) 행태를 대하는 단호한 자세의 연장선에 있다. 명문 브라운대 교수 겸 의사인 라샤 아랄위에(34) 박사가 국토안보부에 의해 17일(현지시각) 사실상 추방돼 충격을 준다. 레바논 출신인 아랄위에 박사는 이스라엘에 암살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했으며 미국 귀환길에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 심문 때 "(나스랄라 지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국토안보부 대변인이 언급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비자란 권리가 아니라 특권" "미국인 살해 테러리스트를 찬양한다는 게 비자발급 거부의 근거" "상식적인 보안 조치"라며 알라위에가 나스랄라 장례식에 참석한 것을 알아낸 방법, 범죄나 이민법 위반 혐의 여부 질문엔 함구했다. 알라위에 변호를 맡았던 아놀드 앤드 포터 로펌 변호사팀이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한 상태다. 승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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