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미국에 가면 체포당한다? 미국이 항공모함을 보내서 윤석열을 구출한다? 극우 세력은 이재명 대통령을 악의 축으로 여기고 탄핵을 당한 윤석열을 희생자로 본다. 이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을 구원할 메시아이자 사탄과 싸우는 천사 미카엘과 같다. 그러나 극우세력 희망을 짓밟기라도 하듯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 훌륭한 분이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모함도 윤석열 구출이 아닌 일본 총리 접대에 사용됐다.
유독 더웠던 올 여름 극우세력은 환호했다. 이재명이 방미를 몇 시간 앞둔 시점에 트럼프는 숙청과 혁명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purge)이나 혁명(revolution)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 트루스소셜에 올린 트럼프 글 때문에 이재명 체포설이 그럴 듯해 보였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이 결국 미국의 눈에 숙청과 혁명처럼 비치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주장했고, 주진우 의원은 한 술 더 써서 “공산혁명에서나 볼 법한 반인권 행위로 인식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우세력과 야당의원 짐작과 달리 트럼프는 이재명을 반겼다.
오히려 트럼프는 가짜뉴스를 비웃었다. 트럼프는 8월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입구에서 이재명과 악수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숙청을 걱정하고 있냐?” 취재진이 트럼프에게 묻자 트럼프는 이재명에게 말했다. “우리는 저런 사람들을 가짜뉴스라고 부른다.(We call them the fake news)” 윤석열 탄핵을 숙청이라고 믿고 싶었던 극우세력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순간이었다. 이튿날 보수언론조차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보도했다. “한미동맹 시험대 첫 허들은 넘었다(조선일보)” “李-트럼프 신뢰 첫발… 한미 관세합의 유지(동아일보)” “북미회담 띄우자 트럼프 받았다(중앙일보)”
항공모함도 극우세력의 희망을 꺾었다. 트럼프 방한을 앞두고 미 해군 7함대는 핵추진 항공모함(조지 워싱턴호)을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시켰다. 항공모함이 윤석열을 구출할 거라던 극우세력 희망과 달리 트럼프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항공모함에 올랐다. 북한은 미일 정상의 항공모함 승선을 앞두고 순항미사일을 쏘았다. 사실상 북미정상회담을 거절당했지만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극우세력이 싫어하는 북한에 대한 언급도 남달랐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29일 경주에서 이재명과 트럼프는 또 만났다.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매던 트럼프는 더불어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맨 채 나타났다. 이재명과 트럼프의 화기애애한 만남은 결국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 합의로 이어졌다. “우리가 함께 간다면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한국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선 “항공모함은 언제 들어오는 거냐”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하자 미국은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진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허용해달라고 부탁한 지 하루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한국은 그동안 한미 원자력협정 때문에 핵연료를 개발할 수 없었다. 핵추진 잠수함은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투자한 대가로 자주국방에 한걸음 다가선 셈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유튜브에는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영상이 많다. 예를 들자면 무역협상에서 한국은 잘했는데 일본은 엉망이었다든가 한국은 신라 금관과 무궁화 대훈장으로 트럼프 환심을 샀는데 일본은 고작 황금 골프공과 아베 신조가 썼던 골프 퍼터를 선물했다는 영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도 외교무대에서 트럼프와 친분을 쌓았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처럼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한국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가지더라도 일본이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자위대를 군대로 바꿀지 모른다.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과 더 친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환경과 안보환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음모론이 아닌 부국강병에 신경을 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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