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순 의약전문 칼럼니스트
중앙일보가 같은 지면에 소개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 주요 기업들의 벌금 또는 배상금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화이자는 23억달러(2009년 화이자 순익 대비 27%), 2010년 BP(영국 석유회사)는 34억달러(110%), 2011년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는 30억달러(37%), 2012년 존슨앤존슨은 22억달러(23%), 2013년 JP모건은 175억달러(60.5%)의 벌금 또는 배상금을 물어줘야 했다. 불법·탈법행위를 한 기업을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쪽으로 법규환경이 바뀐 결과였다.
당시 뷔르크너 회장의 발언을 가장 귀담아 들었어야 할 사람은 한국 제약기업 CEO들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을 가장 공감하는 사람 역시 한국 제약기업 CEO들이 아닐까 싶다. ‘금융위기’를 ‘쌍벌제’로 바꾸기만 하면 뷔르크너 회장의 발언은 한국 제약기업 CEO에게 꼭 들어맞는 발언이 된다.
제약CEO 지상과제는 장사 잘하기보다 벌금 줄이기
국내 제약업계 역시 2010년 쌍벌제 이후 불법행위로 인한 과징금 및 벌금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최고(最古) 전통을 자랑하는 제약기업은 2011년 발생한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2013년 공정위로부터 9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물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검찰조사로 이어져 지난 2014년에는 의사 155명이 기소됐고 임직원 등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올해에는 행정처분이 떨어지고 해당품목 약가가 20%씩 인하될 것이다.
이미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제약기업들이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이처럼 평균 5년에 걸쳐 수많은 조사에 시달렸으며, 공개망신을 수차례 당했고, 형사처벌은 물론 수십억원 규모의 과징금과 벌금, 약가인하처벌을 받아왔다. 불법 리베이트 영업은 영업이 아니고, 손해나는 헛장사이며 모든 기업구성원의 자긍과 사기를 꺾어버리는 행위다. 무엇보다 제약기업의 절대 고객인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영업방식 노출, 요행도 없고 숨을 곳은 더욱 없다
지난 2014년 국세청은 산하 지청을 통해 제약기업 100여 곳의 5년치 상품권 사용내역 조사에 착수했다. 수년 전 특정 제약기업을 조사해 수십억원의 세금추징 성과를 올린 국세청은 아예 제약기업 조사 매뉴얼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제약기업이 상품권 사용내역 대다수를 소명하지 못했으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세금추징을 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세청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물론 검찰과 경찰 모두 제약기업의 리베이트 영업방식을 훤히 꿰뚫고 있다. 현금을 상품권으로 둔갑시키고 속칭 ‘카드 깡(재판매)이나 인센티브 형식으로 몰래 현금을 만들어냈지만 결국은 들키고 말았다. 올해 또 다른 신종 리베이트 수법이 개발된다 해도 내년이면 그들은 제약기업 한 일을 알아낼 게 분명하다. 제약업계에서 불법 리베이트는 이제 발붙일 곳이 없다. 요행을 바랄 수도 없고 숨을 곳조차 없다. 많은 제약기업 CEO들이 2015년 사업목표를 낮춰 잡으며 준법경영, 정도경영 다지기에 나섰다고 한다. CEO들의 올바른 판단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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