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월 누적 수출액이 9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수출 1조 달러 클럽' 진입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152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우리 수출은 1971년 10억 달러, 1977년 100억 달러를 이룩했다. 이후 1995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31년 만에 1조 달러라는 대역사를 쓰게 됐다. 10월까지 무역흑자만 2800억 달러로 추계된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위업의 이면에는 한국 경제가 반드시 풀어야 할 구조적 양극화와 대외 리스크 관리라는 무거운 과제가 숨어 있다. 무엇보다 특정 품목 및 대기업 쏠림이라는 착시 효과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의 수출 호황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반도체 단일 품목의 폭발적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누적 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나들고 있어, 향후 반도체 가격의 고점 통과(피크 아웃)나 경기 꺾임이 발생할 경우 전체 수출이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도 극복해야 한다. 수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상위 대기업에서 발생하면서 중소·중견기업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수출 지표의 화려함과 달리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한파와 괴리를 낳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 극복이다. 낙수효과 실종이다.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소비와 서비스업 등 내수 시장은 여전히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수출 성과가 국내 고용 확대나 가계 소득 개선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현안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성과와 세수를 활용해 내수 활성화 및 타 산업군으로 온기를 확산시키는 정책적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대외적 해결 과제도 적잖다.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통상 압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상 압박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보복 가능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보다 185.8% 증가한 249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AI 관련 품목 수요 폭증 영향으로 지난달 대미 무역수지는 176억 달러 흑자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대미 무역수지는 1023억 달러 흑자를 보이고 있다. 연간 기준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2024년 556억 달러 흑자였다.
이 같은 흑자 확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 명분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고, 결국 상호 관세 25% 적용을 예고했다. 정부는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를 15%로 낮춘 바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관세 장벽이나 공급망 재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통상 외교 전략이 시급하다.
따라서 신흥 시장 다변화 및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 및 개도국)' 등과의 경제 협력을 다각도로 추진했으나, 실제 교역 규모 확장 면에서는 정체돼 있다. 정부와 기업은 양적 팽창에 만족하지 말고, 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해 대외 충격에 견딜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갖추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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