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의 유명인들이 잇따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는 이른바 ‘커밍아웃’을 선언하면서, ‘성 소수자’에 대한 지지의 응원과, ‘사회적 무질서’라는 비난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성 소수자들은 비단 동성애자만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 간성, 젠더퀴어, 제3의 성 등도 ‘성 소수자’의 범주에 포함된다.
성 소수자들이 맞딱드려 헤쳐 나가야 하는 차별이나 사회적 편견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청소년이 교내에서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졸지에 친구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고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해외에서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취업 시 불이익을 받거나 공공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쉬쉬돼왔던 성 소수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안희정 등 정치인들이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해 관심을 촉구하기도 하고,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도 꾸준히 개최되는 등 사회적으로도 성 소수자들을 감싸 안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최근 한 대학교내에 ‘성중립 화장실’이 건립된다는 건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성 중립 화장실’은 단어 뜻 그대로 성별 구분 없이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을 뜻한다.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다양한 성 정체성의 사람들을 배려하겠다는 취지로 건립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인권단체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 유일하게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성 중립 화장실’은 해외에선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백악관에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한 후 여러 도시와 대학으로 퍼져가고 있다. 2015년 기준, 미국 150여개 대학에 ‘성 중립 화장실’이 도입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화장실, 남·여 장애인 화장실 등 다양한 화장실 문화가 있다.
지난 3월 백승목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은 학생회장 선거 당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성 소수자 뿐 아니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후 연내착공을 목표로 공약 이행에 돌입한 상황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 사이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감이 섞인 목소리가 공존한다. ‘성중립 화장실’의 설립 취지에는 적극 공감을 하지만 건립 된다면 자신은 결코 이용할 의사가 없다는 모순을 드러낸 학생도 있다.
언젠가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사회에 원하는 것은 동성 결혼이나 차별없는 세상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까지 너무나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마음 놓고 공중 화장실을 출입하고, 여느 연인처럼 보통의 연애를 하는 등의 사소한 일상, 그 자체가 그들에겐 ‘꿈’이라는 말이었다.
‘성 소수자’들의 인권은 갈등상황이 아닌 일상 곳곳에서 억눌리고 있다. ‘성중립 화장실’이 소수로 몰린 그들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지현 기자/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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