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차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첫 차세대 전기자동차(NE) 제원과 생산 계획 등을 공개했다. 정부의 지원을 발판 삼아 미래차 산업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기차 생산 공정의 자동화로 생산 인력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노조에 울산 1공장 2라인을 전기차 전용라인으로 바꾼다고 알렸다. 이에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첫 전기차 생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NE는 현대차의 첫 번째 차세대 전기차다. 코나와 아이오닉 등 기존 차량의 뼈대를 부분 개조해 내놓은 전기차와 달리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첫 차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 첫해인 내년에 7만4000대, 2022년에 8만9000대까지 생산량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NE는 길이가 길고 높이가 낮은 쿠페형 SUV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차체 길이(전장·4635㎜)와 차체 폭(전폭·1890㎜)은 중형 SUV 싼타페와 비슷하다. 디자인은 현대차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45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업계는 BMW X4 등 쿠페형 SUV와 유사한 모습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NE의 내부 공간은 훨씬 쾌적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면 엔진 등을 넣는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내부 공간이 커진다”며 “현대차 NE는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충전 속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초고속 충전소를 이용하면 현행 40분이 소요되는 충전 시간이 15분으로 줄게 된다.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초고속 충전 시설 20곳을 짓고 초고속 충전기 120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NE 첫 생산을 눈 앞에 둔 현대차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성장 산업 육성 기조에 힘입어 미래차 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 신산업으로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미래차를 꼽았다. 이어 신산업에 아낌 없이 투자하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당 분야의 전망이 고무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생산 시설이 가동 중단되면서 최악의 상태에 빠진 국내 자동차 업계는 문 대통령의 미래차 신산업 육성 기조 덕에 살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향후 10년간 미래차 생태계 전환을 위해 60조원 투자 계획까지 마련했다.
아울러 정부는 3856억원을 들여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에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탑재가 필수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에 자리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전기차 분야에 9조7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대차가 미래 산업에 관련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의 절반 가량을 전기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NE를 시작으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4종에 불과한 전기차 모델을 16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 등 일부 차종의 전기차만 만들고 있으나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전 라인업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부 육성 기조와 미래차 산업 투자를 통해 현대차는 세계 3위권의 전기차 제조회사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연간 판매량을 2025년까지 56만 대까지 대폭 상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수소전기차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추구하고 있는 길이다”며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 시장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미래 자동차업계 구도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빛나는 미래차 비전과 달리 일자리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생산 공정이 일반 공정보다 자동화율이 더 높아지는 만큼 생산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현대차의 발표에 따라 울산 1공장 2라인은 8월 1일부터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으로 탈바꿈한다.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이 구축되면 NE와 코나 전기차만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해당 라인에 생산 보조 로봇을 더 많이 도입해 자동화 비중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이 구축되면 필요 인력은 2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3만여 개에 달하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절반 수준인 1만5000여 개밖에 되지 않는 것도 고용 유지에 악재다. 해당 라인이 도입되면 생산 인원이 40%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로 고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생산직 3만5000여 명 중 1만 명 이상이 5년 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정년퇴직에 따른 결원 충원을 최소화해 고용 인력을 자연스럽게 줄인다는 계산이다.
이에 노조는 고용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생산과 고용은 별개로 총 고용 인력을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년퇴직자 수만큼 신규 채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 구축으로 생산 가용 인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장별·라인별로 생산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속적으로 해당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원 감축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며 “다음주에 예정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회사 측과 심도 있게 논의해 이번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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