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가 “대다수 기업과 근로자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생산과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는 ‘불량기업’이 늘고 있다”며 “현대그룹의 유전자를 공유한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업체인 서진이엔지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해고와 폐업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1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재난시기 고용위기 방조하는 문재인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불량식품은 단속하는 기관도 있고 단속하는 법도 있는데 불량기업은 아무런 제재도 없이 못된 짓을 벌이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불량기업의 준동이 정책실패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는지 쉬쉬하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한국 제조업의 어려움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며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그간 눈치만 보다가 코로나 위기가 터지자 이때다 싶어 짐을 싸는 외국자본, 기업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다 이제는 근로자를 모조리 해고하는 이상한 경영자, 불법파견을 감추고 노조를 파괴하는 범죄를 구조조정이라 주장하는 재벌대기업 등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려는 공동체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불량기업이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의 사내하청업체인 서진이엔지 근로자들은 간접고용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다. 그런데 회사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7월 해고와 폐업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속노조는 “일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원청이 결정하는 사내하청의 구조상 이는 서진의 노동조합이 다른 하청사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현대중공업의 결정이다”며 “노조는 고용승계를 요구하지만 회사는 경비대를 동원한 폭행으로 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금속노조는 “창원에서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한국산연은 일본 산켄전자 자본이 74년에 설립했다”며 “40년 넘게 생산한 공장은 올해 7월 일본 본사의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으로 문을 닫는데 코로나 위기 국면이 일방 폐업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생각에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자 고용에 대한 대책도 없이 내린 철수 결정에 일본의 시민들조차 분노했고 먼저 대책위를 꾸려 코로나 시기임에도 일본에 건너가 폐업에 저항하는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 간부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한국게이츠는 다국적 자동차부품기업 게이츠의 한국생산공장이며 2014년 세계최대규모 사모펀드라는 블랙스톤이 게이츠를 인수해 한국게이츠도 국제투기자본의 소유가 됐다”며 “새 주인 블랙스톤은 한국게이츠 이익의 98%를 주주배당으로 가져갔는데 이에 항의하고 싶어도 페이퍼컴퍼니인 대주주는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했다”며 “결국 블랙스톤은 30년 흑자기업의 문을 닫고 국내생산 대신 물류비용을 감수하면서 중국에서 수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대우버스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자일대우상용차는 이름 그대로 옛 대우자동차의 후신인데 대우그룹의 공중분해 이후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인수하면서 대우버스의 잔혹사가 시작됐다”며 “대주주는 멀쩡한 부산공장을 뒤로하고 억지로 울산으로 이전했는데 눈앞의 이익만 쫓는 대주주는 기술연구와 신차개발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성학 회장은 코로나가 퍼지기 훨씬 전인 2019년 말 이미 베트남으로의 생산 이전과 국내 공장폐쇄를 추진했고 결국 지난 10월 4일 355명의 근로자를 해고한 후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는 빈 공장을 만들었다”며 “해고의 이유를 만들기 위해 회사 스스로 생산을 축소하고 계약을 취소하는 이상한 경영이다”고 비판했다.
각 기업의 행태를 고발한 금속노조는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금속노조는 “민주당은 이스타항공 정리해고의 불똥이 튈까 서둘러 이상직 의원을 제명했지만 정작 노동자를 구제하려는 노력에는 서두름이 없다”며 “국감장에서는 불량기업의 행태를 꾸짖고 감독당국의 태만을 지적하는 비판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공동체 모두의 노력 덕분에 올라갔던 방역의 단계가 한 계단 내려왔다. 그간 방역에 쏟던 힘의 일부라도 우리 사회에 해고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을 막는 새로운 방역에 투입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가 차가운 겨울을 마주하지 않도록 불량기업이 경제와 고용을 흔드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청와대 외에도 서울 정부종합청사, 여의도 민주당사 앞을 돌며 정부와 각 기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생산현장의 모습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더 큰 재앙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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