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특별하게 하는 말, 안부. 팬데믹 상황인 요즘엔 이처럼 피부에 크게 와닿는 말이 없다. ‘안부를 묻다’라는 부제로 무대에 오른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의 밤 ‘별신(別神)’(2020년 11월 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만추가 절정에 다다른 11월은 이렇게 특별한 안부를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1984년에 창단된 대구시립국악단은 연주회, 음악회, 한국무용의 밤 등 여러 유형의 공연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국악단이란 명칭을 가진 단체는 특성상 국악연주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그러면서 무용부, 창악부, 사물놀이가 편제되어 있는 곳은 해당 파트 중심으로 공연을 할 때가 있다. 이번 무대도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 파트의 열네 번째 무대다. 이번 공연은 무용부가 단순 구성원이 아니라 단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한 자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연출 및 안무를 맡은 계명대학교 장유경 교수의 힘이 컸다. 단원 몸풀기부터 시작해 연습 과정 매 단계마다 예술적 에너지를 제공했고, 특별출연한 9명의 남자무용수의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안무자가 목적하는 바를 객석에 어려움없이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한마디로 ‘달구벌 별신굿’이다. 별신굿은 큰 규모의 마을굿을 지칭한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지금같은 코로나가 계속되는 상황에는 마을을 넘어 지구촌을 향한 바람의 굿이요, 축제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별신굿은 남해안 별신굿, 동해안 별신굿, 하회 별신굿, 가산 별신굿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번 작품은 동해안 별신굿을 바탕으로 무제(巫祭)의 원형과 창작의 재구성을 염두해 두고 구성한 작품이다. 동해안 별신굿의 독특한 장단과 풍부한 내용에 기반해 재해석했다. 특히 버겁고 힘겨운 시대를 버티는 우리를 위해 잘 견뎠고 잘 이겨내자는 감사와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안무자의 말은 울림이 크다.
리프트에서 여자 무용수 한 명 등장한다. 무대 뒤쪽으로 서서히 걸어 나간다. ‘쾌치나 칭칭나네’ 소리 반복해서 들린다. 후방 무대가 열리며 세로로 길게 늘어뜨린 구조물 사이로 2인무가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공간감 창출이 좋다. 무대 중앙에 김순주 대구시립국악단 수석이 앉는다. 애잔함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서서히 퍼진다. 구음이 소리 진폭을 확장한다. 넋이 넋이 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사각 구조물속 독무의 깊이가 더해진다.
무대 세트는 길도 되고, 때론 숲도 된다. 시공간 효과 창출에 적합하다. 하나 둘씩 가세한 군무는 묶인 것을 풀 듯 자유롭다. 큰 원을 돌 때는 세상 근심마저 날린다. 대구시립국악단의 연주는 춤 구성과 움직임에 생동감을 부여하며 동행한다.
8명의 남자 군무진이 나와 춤추기 시작한다. 움직임이 좋다. 힘과 에너지를 발산하다. 여자 군무가 이어진다. 각각의 군무에서 남녀가 함께한 군무로 향할 때 별신을 향한 질주는 기세등등하다.
11명이 춤추는 장면은 유장하다. 선살풀이 느낌 강하다. 부채와 수건이 절묘하게 결합돼 살풀이의 독특함이 상당한 선살풀이춤은 군무 작품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다. 무화(舞花)는 이처럼 무궁하다. 다만 이 때 반주가 좀 쎈 느낌이 들었다. 춤과의 안정되고 세련된 호흡을 위해서는 음악의 역할은 지대하다.
특별출연의 맏형인 김용철 전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무대 중앙에 서다. 군무진이 하나되어 나온다. 머리를 가볍게 촤우로 흔든다. 돌기 시작한다. 이별의 정한을 자유로움으로 치환해 공간성 강한 춤 면모를 보여준다. 의상도 한 몫한다. 영남춤 특유의 춤가락이 나부낀 무대다. 슬픔을 승화할 땐 한국춤의 이면과 내재성 발현이 증폭된다. 순간 포착이 어렵지 않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공연은 텍스트 각 장과 춤을 연결하기가 다소 어려운 점, 연주와 춤과의 물리적 결합이 아닌 용해된 화합적 결합이 일정 부분 요구되는 점을 제외하곤 안무의도와 안무 포맷, 움직임과 제반 무대 표현 요소의 탄탄한 활용은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 작품은 춤에서 군무의 역할을 명징하게 일깨워줬다. 큰 원을 그리며 유영하는 모습, 자유롭게 벌판과 창공을 누비는 모습은 춤이 지닌 시원성에 컨템포러리한 느낌을 질끈 동여맸다. 특히 슬픔의 승화라는 명제를 한 템포 앞서 보여주는 장면은 인상깊다. 이는 억누름, 삼킴보다 무언가를 훨훨 털어버린 자유로움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특별한 안부를 전한 대구시립국악단의 별신. 모두에게 전한 11월의 편지는 따뜻했다. 누구가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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