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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한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본사 앞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일종의 ‘뱅크런(예금인출러시)’이었다. 이들은 이미 결제한 포인트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새벽부터 사옥을 찾았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 6층은 밖으로 나가려는 직원들과 이를 막아서는 가입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머지포인트는 가입자에게 대형마트, 편의점, 카페, 음식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의 6만여개 가맹점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었다. 티몬·위메프 등 전자상거래에서 머지머니 10만원권을 8만원에 사고 이를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하면 바코드를 사용해 가맹점에서 10만원어치를 결제하는 방식이다.
사태는 머지플러스가 서비스 축소를 공지하면서 일파만파로 번졌다. 11일 회사는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당분간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축소 운영된다”며 “전자금융업 등록 절차를 서둘러 행정절차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고 4분기 내에 더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2개 업종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는 경우 금융당국에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그럼에도 머지플러스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3년 넘게 영업을 지속했다. 그러다가 최근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문제로 불거졌다.
공지 이후 머지플러스는 이용률이 높았던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의 결제를 일방적으로 끊고 포인트 판매도 돌연 중단했다. 환불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미사용분에 한해 구매가격의 90%를 환불하겠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사용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돈을 돌려받기 힘들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진 상태다.
현재 피해자 수와 피해액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가입자 수와 거래 규모를 보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머지플러스는 2018년 2월 머지포인트를 출시하면서 지금까지 약 100만명의 가입자를 그러모았다.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68만명, 월 거래금액은 4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머지포인트 발행액이 1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자본금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머지포인트가 대형 금융사들과 제휴를 맺는 등 공격적 행보로 100만명 안팎의 가입자를 모으는 동안 부작용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허가 영업을 사실상 3년 넘게 방치한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책임론’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등록 영업 행위에 강제조사권이 없고 등록하지 않은 업체의 영업까지 전부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지난달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 등록 여부를 물어오기 전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전자화폐, 가상화폐 등 기술 혁신에 따라 결제 플랫폼이 변할 때 한 발 앞서서 기준을 잡아줘야 한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규제 사각지대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 몫이다. 정부는 관련 업체에 책임을 묻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화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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