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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열풍이 한창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제페토, 이프렌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사람·사물이 상호작용하며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세계(플랫폼)”로 정의될 수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경우 지난해 가입자가 이미 2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약 2억1300명의 넷플릭스 가입자 수를 능가하는 수치다. 이 중 90%가 해외 이용자다. 특히 제페토가 K-팝 컨텐츠와 결합하면서 동남아 등에서 이용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입자의 80%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로 주로 20대라고 보면 된다.
바야흐로 메타버스는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고, 달리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관련업계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 달리는 버스가 성추행과 관련해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문제가 제기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0월 페이스북은 회사이름을 아예 ‘메타(Meta)’로 바꾸고 미래 메타 세계를 선점하려는 각오를 드러냈다. 메타는 10년 후 메타 플랫폼 가입자 수 목표를 10억명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9일에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라는 가상현실(VR) 기술이 적용된 확장형 멀티 플랫폼을 선보였다. 페이스북 계정과 메타 VR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거주 1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 새로운 메타 세계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해 아바타로 가상현실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호라이즌 월드가 오픈된 지 일주일 후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 가상현실에서도 현실세계와 다름없이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문제를 다뤘다. 호라이즌 월드에는 20명의 아바타가 동시에 입장해서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시설물을 건설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6일 메타는 이미 이 공간에서 성폭력이 자행될 수 있음을 보고받았다. 베타 테스트에 참여했던 한 이용자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고한 것이다. 그 여성 이용자는 호라이즌 월드에서 낯선 사람이 자신의 아바타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며칠 후인 12월 1일 메타는 피해 여성이 호라이즌 월드 베타 테스트에서 당한 경험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메타 측은 ‘사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피해 여성이 ‘세이프존(Safe Zone)’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이프존은 호라이즌 월드에 설치된 일종의 안전장치의 일부로서 이는 이용자가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보호 버블’이다. 버블을 작동시키면 이용자는 버블 안에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보호 버블을 작동한 상태에서는 상대방이 만지거나 말을 거는 등 어떤 행위도 가할 수 없다.
호라이즌의 부사장인 비벡 샤르마는 이 사건을 “절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사건으로 호라이즌 측은 ‘훌륭한 피드백’을 얻은 셈이라면서 보호 버블이 이용자의 눈에 띄기 쉽고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같이 가상현실의 이용자가 성폭력을 당하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불행하게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6년 10월 조던이라는 여성 게이머가 게임 중 당한 성추행을 상세히 묘사한 편지를 써서 미디엄(Medium)이라는 플랫폼에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실을 접한 개발자는 곧바로 이용자의 아바타가 두 팔을 V자로 뻗어 위협적인 상대방을 물리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 같이 가상현실에서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고 불쾌감을 일으키는 가해 행위가 이슈화되자 이와 관련해 보고된 네티즌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디지털게임리서치’라는 저널에 따르면 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거나 때로는 오히려 ‘모욕감을 주는’ 반응을 보이거나 ‘여성혐오적’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가상현실에서 자신의 아바타가 당한 성추행이 현실세계와 똑같은 수치심과 불쾌감을 준다고 말한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제시 폭스 교수는 “성추행이 신체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언어적이나 가상의 경험 역시 성추행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로 도약하는 대한민국’를 모토로 내세우며 2026년까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점유율 5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신대륙이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성폭력과 같은 범죄예방 시스템도 철저히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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