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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농지개혁은 역사를 바꾼 결정적 장면”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생애 첫 대중강연’으로 주목 받았던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최근 강연에서 나온 이 한마디에 전 언론은 주목했다.
한 장관은 주대환(周大煥·68)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이 2017년 낸 저서 ‘주대환의 시민을 위한 한국현대사’를 인용해 ‘이승만·조봉암의 농지개혁’을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적 장면’으로 치켜세웠다.
한 장관은 주대환 부회장의 저서에 담긴 논지의 핵심을 짚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1948년 8월15일 수립될 때 우리는 압도적인 농업국가였다”며 “전체 농가의 86%가 소작농이었다는 통계도 있는데, 이러한 시대적 난제에 대해서 이승만 정부가 내놓은 답이 농지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유사 이래 자기 농토를 가져 본 적이 없던 한반도의 소작농민들이 자기 땅을 갖게 됐고 이러한 농지개혁은 민주공화국의 초석을 놓았다는 것. 평생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몸담은 주 부회장의 역사관이 재차 빛을 발했던 순간이었다.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승만과 조봉암. 특히 조봉암은 정부 수립 후 초대 농림부 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인물로서 ‘농지개혁’과 ‘헌법제정’에서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2·3대 대통령 선거 때 이승만 대통령과 맞붙었고 1959년 7월3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간첩으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진 비극의 인물이다. 하지만 윤길중 민주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그에 대한 재평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은 사람은 바로 주 부회장이다.
주 부회장은 10여 년 전,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을 맡은 후 “조봉암과 북한은 관련이 없다”며 그의 ‘농지개혁’이 민주공화국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주장을 설파하며 재평가를 부르짖어왔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건국사에 대한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매우 다른 관점을 저술 및 강연 등으로 꾸준하게 알려왔다.
주 부회장은 진보정치가, 노동운동가로 세간에 이름을 떨친 재야 지식인이다. 1954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마산고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제적까지 당한 그는 19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며 여러 차례 옥고를 치뤘다. 1979년에는 부마민주항쟁 때 또다시 구속됐다. 1992년 한국 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2004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으로 일하며 진보정당운동에 초석을 놓았다. 2008년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 ‘농지개혁’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1950년대 우리나라 토지 소유의 평등지수는 세계 1위였어요. 농지개혁에 성공하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들과 필리핀 등은 농지개혁에 실패하여 대토지 소유자들이 지배계급으로 군림하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 후 40년이 지난 2000년대에 비교해보니 한국은 산업화에 성공하였고, 남미 여러 나라들과 필리핀은 여전히 국민의 다수가 가난한 농업국가로 남아 있었습니다.
대농장주는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고, 대농장주의 아들은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농업노동자는 열심히 일할 수가 없고, 농업노동자의 아들은 열심히 공부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데 나라가 발전하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지난 75년 기적의 주인공은 열심히 일한 자영농과 열심히 공부한 그 자식들입니다. 이런 기적이 일어날 대한민국을 만든 이승만과 조봉암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들에 대하여 저는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대한민국 기적의 100년이 이제 마지막 4분의 1이 남았다고 강조하였는데‧‧‧
대한민국 건국이 올해로 75주년이 되잖아요. 한국은 건국 당시부터 세계에서 유례없이 좋은 DNA와 유전자를 가졌었죠.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필리핀 같은 자원 부국들을 제치고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선진국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튼튼한 토대 위에 좋은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제헌헌법이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기초라면 농지개혁은 사회경제적 토대입니다.
그런 건국의 주역 가운데 우남 이승만이 가장 큰 인물입니다. 특히 그는 1898년의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서 확립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노선, 친미의 민주공화국을 세워서 중국과 러시아, 일본 사이에서 독립을 지키자는 노선을 고집스럽게 지켜낸 분입니다. 인촌 김성수와 고당 조만식도 국내에 남아 민중과 고락을 함께 하였으며,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피땀을 흘린 무명의 숱한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해공 신익희와 죽산 조봉암은 한독당과 공산당을 대표하여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여 그 상징적 존재로서 가치가 큰 인물입니다.
-이승만을 중심으로 여권에서는 역사관 바로잡기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저는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류의 현대사관을 비판해왔습니다. 통일 한국을 세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여 ‘분단체제론’을 세운 강만길 류의 사관에 대해서도 저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데요, 하지만 너무 좁은 관점으로 현대사를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사상과 인물들이 힘을 모아서 만든 나라입니다. 생각보다 큰 그릇이고, 전 인류의 꿈이 실현된 나라입니다. 또 앞으로 더 그렇게 되어야하고요.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해서 그가 모든 것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우려가 됩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신격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테네 사람들은 왜 도편추방을 하였습니까? 누군가 영웅이 나타나 독재자가 되고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 것입니다. 어떤 인간도 신이 될 수 없고, 이승만도 신이 아닙니다.
-최근 발간한 책 ‘K-데모크라시’에서 건국의 아버지들 5명을 꼽았는데…
사실 건국의 아버지들이라면 198명의 제헌국회 의원들을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남 이승만, 인촌 김성수, 죽산 조봉암, 해공 신익희, 고당 조만식이 가장 중요한 분들이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미국을 보면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헤밀턴, 존 애덤스, 제임스 매디슨, 토머스 제퍼슨, 벤자민 프랭클린을 비롯한 100명이 넘는 분들을 ‘Founding Fathers’라고 하죠. 중화민국에서 손문 오직 한 사람을 국부라고 부르는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 못지않게 발전한 민주공화국으로서 ‘국부’라는 신격화한 존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던 50년대 건국 초기의 아시아적 권위주의는 이미 4‧19혁명으로 부정된 것입니다. 역사를 되돌리는 반동적 시도를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미국식으로 '건국의 아버지들‘을 기리자는 겁니다.
-한국 정치의 미래와 정치개혁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나.
민주화운동 시절부터 주사파들과 대립하면서 선진국형 진보의 길을 개척해 온 나는 이제 환갑이 된 86세대가 철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민주주의와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주신 조상들에게 감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후진국형 민족주의 사관’과 가슴을 채우고 있는 피해자 정서는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25년쯤 되었을 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아직 불안정한 존재일 때입니다. 그들이 철이 들면, 우리나라 정치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할 수가 있고, 정치개혁도 자연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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