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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대기오염 주범 ‘경유’ 가격인상 논란
미세먼지에 국민은 죽는데 “지금 논쟁할 땐가”
미세먼지에 국민은 죽는데 “지금 논쟁할 땐가”
전세계 최고수준 발암물질 상시만연 ‘비상’…주원인 경유차 대책 설왕설래
김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5-30 15:17:06
지난달 26일에는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미세먼지 종합대책안 차관급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4개 부처의 관계 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됐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대책 중 하나로 ‘경유 값 인상’을 제안하자 이에 대한 부처 간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입자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석면과 벤젠 등처럼 위험하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 새 미세먼지 발생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상위권 미세먼지 발생국(청정도 기준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0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에 취소된 차관급 회의 역시 박 대통령 메시지에 대한 관계부처의 ‘피드백’이 논의되기 위한 자리였다. 잡음은 관계부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힘 좋고 연비 좋은 차’로 각광받는 경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추이를 지켜보자며 한 발 물러선 상황이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화물차 운전기사들 역시 볼멘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경유가 과연 우리 미세먼지의 주범이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대기 상태를 감안하면 도움이 될 만한 무엇이든 하나씩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나타난다. 스카이데일리가 정부의 경유가 인상예고에 발맞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중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환경부는 경유값 인상을 골자로 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관계부처 간 갈등이 큰 상황이다. 지난주 차관급회의마저 결렬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미세먼지에 휩싸인 도심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인 경유차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휘발유 값을 낮추고 경유 값을 휘발유 값보다 상회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우선 유관업계와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찬반양론이 거센 상황이다. 정부 내에서도 차관급 회의가 취소됐을 정도로 부처 간 갈등조짐이 포착되기도 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산업부 등 기타 관계부처는 ‘물가인상 우려’를 각각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울상인 곳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이들이 화물운전 기사다. 또한 신차와 중고차 등 최근 몇 년간 경유차 인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던 곳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신차고객 뒷걸음질에 영업사원 고전…“경유차 매물증가에 낙폭 큰 가격하락 맞을 수도”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현대자동차 모 지점 판매장을 찾은 A씨는 “진행 중인 차량계약을 고민하게 됐다”고 영업사원에 토로했다. 이날은 A씨가 신차로 낙점한 ‘투싼’의 시승계획이 있는 날이었다.
 
시승 후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상담을 통해 확정된 모델에 대한 할부를 안내받고 계약 후 수일 내 차량을 인도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환경부의 경유 인상방침 소식이 전해지면서 A씨는 차량 구입을 망설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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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사진·정부세종청사)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차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경유 값을 휘발유가 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물가인상을 이유로 반대목소리를 내며 지난주 예정된 차관급 회의가 결렬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그는 “1700cc급 터보엔진에 값싼 경유를 원료로 사용해 연비가 좋다는 점이 이 차를 구매하는 주요한 이유였다”며 “1~2년 탈 차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데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높아진다는 소식에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A씨는 내달 중순께까지 추이를 조금 지켜본 후 현행 계약을 이어갈지 다른 차종을 택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담당 영업사원에게 전달한 상태다. A씨의 영업사원에 따르면 현재 경유 유가 인상으로 일선 영업사원들이 고충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영업사원은 “현재 우리 영업소에만 약 9명의 영업사원들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최근 경유가 인상 이슈로 인해 계약이 불발되거나 잠정 연기된 경험이 있다”며 “경유차를 염두 했던 고객들이 갑작스런 소식에 추이를 지켜보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유가가 저렴해 감가상각이 덜 됐는데 차후 이 같은 조짐도 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수원시 북수원 중고차매매단지 관계자는 “휘발유차 역시 최근에는 연비가 상당수 향상돼 단순 연료차이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중고차 시장에서도 SUV차량을 중심으로 경유차 인기가 계속됐으나 휘발유보다 경유가 비싸질 경우 시장 전반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자동차 시장에서 경유차는 힘을 갖췄음에도 저렴한 유가, 좋은 연비 등에 힘입어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차종이다. 하지만 최근 경유가 인상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차·중고차 시장에서 경유차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관망세로 돌아 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중고차업계에서는 그간 경유차의 감가상각이 덜했으나 유가가 오를 경우 시세가 달리 평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강서구 등촌동 중고차매매단지 관계자도 이 같은 전망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갑작스런 유가 변화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 경유차 유입이 급증해 전반적인 시세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47만대 운수사업용 화물차 업계 역시 경유가 인상 여부를 유심히 바라보는 분위기다. 현재 화물차의 경우 연간 5460ℓ~3만4465ℓ에 대해 리터당 345원의 유가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차량들에 비해 타격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역시도 현재와 대비해 차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경유가 인상이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인 논란 중 국립환경과학원 “경유차 탓”…“뭐라도 해봐야지 원인 찾을 때 아냐”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일환으로 경유차를 지목한 가운데 실제 미세먼지의 주범이 경유차가 맞느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지난해 폭스바겐, 올해 닛산의 매연저감장치에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강화된 검측 기준으로 인해 큰 영향이 없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경유차가 원인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초미세먼지 성분에 질산염 비중이 크게 증가했는데, 질산염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곳이 자동차 배기가스라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 측의 설명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대기 흐름이 정체돼 질산염 비중이 높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발 오염물질 황산염의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봐 최근 급증한 미세먼지의 주범은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다”고 강조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측 설명에 비춰보면 자동차 배기가스는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이지만 최근 급증한 미세먼지의 주범임에는 맞다는 내용이었다. 자동차 중에서도 특히 경유차의 경우 산소 공급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연소되기 때문에 기타 유종차량보다 배기가스 배출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경유값 인상에 대한 논란은 경유차가 과연 미세먼지의 주범이 맞느냐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국립환경과학원 측 연구 자료에 따르면 최근 급증한 미세먼지의 주범이 맞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대기 중 발암물질이 떠다니는 가운데 원인을 찾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 보다 무엇이든 당장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은 미세먼지에 휩싸인 서울역일대(사진 위)와 도심을 달리는 경유차 ⓒ스카이데일리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부처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분위기다. 환경부의 경유 값 인상에 맞서 산업부 등이 ‘물가’ 등을 운운하며 가로막은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경제시민단체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물가가 높아질 경우 국민경제에 입는 타격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면서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다른 것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경부가 경유가 인상카드를 꺼내 놨으면 다른 부처들은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게 휘발유 가격을 크게 낮추는 등 다른 대책을 세워야지 제동을 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지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공기 질이 최악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고 또 시도해 볼 때에 원인이 무엇이냐며 한가한 몽니를 부릴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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