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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관치금융 부작용(上-문재인정부)
선진금융 장애물 관치(官治)…文정부도 예외없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부문 경쟁력 제자리…낙하산·코드인사 여전
임현범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1-27 00:08:31
지난 1997년 11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 국민에게는 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IMF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다. 당시 대기업은 물론 결코 망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은행까지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실업자가 속출하고 주식시장은 반의 반토막이 나는 등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처참하게 망가졌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적지 않았을 정도로 외환위기 여파는 나라 전체를 뒤덮었다. IMF외환위기의 혹독했던 상황을 왜란, 호란에 빗대 ‘환란’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20년 지난 현재 한국의 경제지표는 당시에 비해 몰라보게 개선됐다. 하지만 금융업 경쟁력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자본건전성이나 자산규모 등 외형적인 성장은 이뤄냈지만 덩치에 비해 저조한 경쟁력은 ‘우간다보다 못한 한국금융’이라는 비아냥마저 불러일으켰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경쟁력을 잃은 한국 금융의 현주소가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에 기인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부의 과도한 금융간섭, 이른바 ‘관치금융’의 폐단이 한국 금융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키워드로 ‘관치금융 부작용’을 선정하고 한국 금융업 현주소와 이를 둘러싼 각종 부작용 등을 3편에 걸쳐 보도한다.

▲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과거에 비해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 금융업의 경쟁력 약화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규제 등 관치금융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금융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이경엽·길해성·조성우 기자]IMF외환위기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한국 금융 산업의 경쟁력 수준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 불과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 비해 덩치는 커졌지만 정작 수익성 등 금융경쟁력 내실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들이 한국 금융경쟁력 약화의 결정적 요인으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꼽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치금융으로 인한 부작용이 결국 금융산업 발전을 발목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 정책이 각 정권의 정치적 목적과 연계돼 추진되다보니 연속성을 잃고 이른바 ‘5년짜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금융공공기관장은 물론 시중은행 경영진, 민간협회장 선출까지 청와대와 정치권, 정부 등의 입김에 휘둘리다 보니 국내 금융업이 경쟁력을 쌓기란 요원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정치적 목적과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에 따른 ‘낙하산 인사’가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폐단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을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분위기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청와대 혹은 대선캠프,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 핵심 금융기관 수장에 하나 둘 선임되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관피아, 낙하산 인사 등 관치금융 부작용은 여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배경이다.
 
IMF외환위기 20년…경제지표 성장세 속 금융산업 수준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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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한국 경제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경상수지나 외환보유액 등이 몰라보게 개선됐고 대외평가도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업 경쟁력의 경우는 여전히 과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7년 8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3711억달러를 거쳐 올해 10월말 기준 3845억달러로 늘어났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무려 4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주식시장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가를 갱신하는 등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 1997년 12월 376.31이었던 코스피지수 종가는 지난 24일 기준 2541.59를 기록해 7배 가까이 올랐다.
 
코스피 및 코스닥 등 자본시장 상장기업 숫자는 1997년 1135개에서 지난 24일 기준 2024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78.1조원에서 1927.5조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한국경제 및 금융시장이 규모면에서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97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로 평가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AA로 크게 상향조정했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전체적으로 개선된 가운데 금융 분야만은 다른 모습을 보여 우려감이 감돌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외형과 건전성 부문에선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수익성 및 경쟁력 측면에선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은행들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997년 말 7.04%에서 올해 상반기 15.37%로 상승했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7.3%에서 0.63%로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성 등 금융업 경쟁력 등을 나타내는 지표는 달랐다.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68%로 전년 동기 대비 1.28%포인트 올랐다. ROE는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는 아시아 주요 은행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올해 초 뱅커지가 발간한 세계 100대 은행의 ROE는 미국 15.54%, 일본 8.58%, 중국 17.17% 등이다. 총자산이익률(ROA) 역시 국내은행들의 평균은 0.52%에 불과한 반면 글로벌 100대은행 평균은 0.85%나 됐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 경쟁력도 갈수록 퇴보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올해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는 전체 137개국 중 74위에 불과했다. 지난 2007년 27위에서 10년이 지난 현재 오히려 순위가 떨어진 셈이다.
 
文정부 공약 1호 ‘적폐청산’ 무색…코드·낙하산인사 등 관치금융 여전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금융업 경쟁력 약화가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기인한 ‘관치금융’ 의 결과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캠프나 친정부 코드, 특정 실세와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있는 인사들을 선임하는 이른바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는 대표적인 관치금융 폐해로 지목된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이러한 인사 관행이 이어지고 있어 금융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과거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간주하고 적폐청산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앞선 정부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당초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후보로 점쳐졌던 금융위원장 자리에는 최종구 전 수출입은행장이 임명됐다. 당시 최 전 위원장의 임명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추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최 위원장은 장 실장과 같은 고려대 동문으로 둘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금융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장 실장의 천거를 공식화하며 소문이 사실임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이후 장 실장의 경기고-고려대 인맥은 ‘금융권의 황금학맥’으로 급부강하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새롭게 선임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장 실장과 경기고 학맥으로 얽혀있다. 최 원장은 장 실장의 경기고 1년 선배고, 이 회장은 장 실장과 경기고 동기다.
 
노무현정부 시절의 인연 역시 금융권 낙하산 인사 논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위원을 맡은 이력을 지녔다. 이 회장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금융연구원장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수출입은행장에 선임된 은성수 행장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출신이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코드 인사가 금융기관 수장에 임명되는 등 낙하산 인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배경이다.
 
새롭게 선임된 김용덕 손보협회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등도 문재인 대통령 캠프 및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맡은 관료출신 인사다. 문 대통령의 대선 정책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캠프의 경제고문을 지낸 바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낙하산 논란을 피해나가지 못했다. 지난 8월 신임 이사장 공모에 나선 한국거래소는 후보자 서류심사 결과발표를 하루 앞두고 추가공모를 실시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유력후보들이 지원을 자진철회하는 사태가 빚어져 사전 낙점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핵심 인사는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이 공익보단 정치적 목적에 기인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금융은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규제가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경영 및 인사개입은 국가의 금융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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