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회째 맞는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이하·코세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페세는 박근혜 정부 당시 내수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차원에서 기획한 쇼핑 관광축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 등을 표방한 셈이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코페세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 세일 상품이 많지 않은데다 할인율도 저조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보여주기 식 행사’라는 비판마저 새어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도 코세페 흥행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명무실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해외직구·온라인보다 비싸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코세페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7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주요 유통업체와 관련 인터넷 몰, 패션, 가전 브랜드 등이 코세페 기간 동안 주요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코세페가 열리는 기간 동안 살만한 물건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해외직구, 온라인 최저가보다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업체대로 정부주도 행사에 ‘울며 겨자 먹기 식’ 참가를 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코페세 홈페이지에 ‘파격 할인’ 목록에 포함된 대표 제품 20종을 살펴본 결과 평균 할인율은 30~40%로 인터넷·직구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소비 축제를 표방했지만 정작 할인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산성전자 ‘그랑데 의류 건조기’의 경우 코세페 홈페이지에서 202만원에서 19%할인된 163만원에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기준 온라인 최저가는 119만9320원으로 코세페 판매가격보다 26% 가량 저렴했다.
LG전자 ‘65인치 OLED TV 65E7P'의 경우 560만원에서 29%할인된 399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였지만 온라인 최저가는 275만9000원이었다. 까사미아 ’로레토 3인 소파‘의 경우 139만원에서 99만원으로 29%할인율을 제공한다 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97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적외선 그릴 ‘자이글 파티’는 코페세 홈페이지에서 33% 할인된 20만 9000원에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지난달 30일 기준 온라인 최저가는 16만2890원이다. 금강제화 리갈 신사화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25만8000원에서 40%할인된 15만48000원에 판매를 약속했지만 온라인 최저가는 14만8410원이다.
한국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다이슨 청소기의 경우 코페세 행사기간 매장에서 98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온라인 해외직구를 통한 최저가는 45만원대에 불과했다. 30만원대 커피메이커는 해외 직구로 19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코세페 행사가격보다 온라인 구매가격이 저렴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가을 정기 세일이 겹치고 프로모션 혜택이 크지 않아 코리아 세일 페스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행사에 참여하는 기업도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반짝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 기간에 맞춰 연말로 행사를 늦추는게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코세페가 내수시장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백화점 관계자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해를 거듭할수록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매출 상승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꿈꾼 정부…현실은 ‘보여주기 식’ 행사 전락
이처럼 코세페를 향한 실효성 논란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코세페가 정부 주도 할인행사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코페세는 정부 주도 하에 유통업계가 떠밀리듯 행사에 참여하다보니 할인폭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광군제 역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라’라는 참신한 문구와 함께 최대 70%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성장했다. 해마다 몸집을 키우고 있는 광군제의 성공 비결로 ‘파격적인 할인’과 ‘제품의 다양성’ 등이 지목된다.
반면 코세페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당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꿈꾸며 정부가 야심차게 개최한 것과 달리 지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여하는 기업도 형식적으로 참가하다보니 코세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2018 코리아 세일 페스타 예산 내역’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 배정된 예산은 34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51억원에서 32.4%가 줄어든 수치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예산 역시 지난해 27억7800만원에서 올해 13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 수와 행사기간도 각각 지난해 446곳에서 231곳으로, 34일에서 10일로 감축됐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코세페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행사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이번 코세페를 두고 실망스런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명동에 위치한 한 백화점에서 만난 한명숙(56·여·주부) 씨는 “가을을 맞아 백화점에서 세일을 한다고 해서 이곳을 방문했다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며 “정부가 추진한 행사인데도 홍보는 전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세페를 진행하는 또 다른 대형 할인마트에 방문한 예비 신혼부부 김지현·최민석 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알게 된 후 혼수 준비차 왔는데 생각보다 할인되는 제품이 적어 실망했다”며 “나머지 혼수는 해외직구를 통해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성태운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이벤트·홍보 위주로 가다간 껍데기만 남는 행사가 될 것이다”며 “정부가 행사의 취지를 살리려면 예산을 늘리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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