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과 인간의 질서에 대해

 

A. “앞서 자유는 힘을 쏟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생명은 힘을 쏟지 않으면 죽는다. 중력장이 미치는 곳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일을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 인간에게 자유로운 힘이 없으면 생명의 존엄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에너지 얼개다. 인간이 존엄성을 확보하고 주체적인 자아를 형성하는 배경에 선택 또는 결정을 하고 움직이는 이 같은 ‘자유의 권능’이 있다. 그런데 자신이 갖고 있는 자유 에너지를 투입할 때 소유하고 있던 에너지가 나간다. 일을 강하게 할수록 강한 에너지가 발산된다.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고에너지를 일에 발산할수록 이른바 효율이 오르기 시작한다. 효율은 나간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돈의 근간인 부가가치가 탄생한다. 인류는 이 부가가치를 소통하면서 한 단계 시너지를 더 일으켜 더 많은 돈을 만들어 왔다. 돈과 인간은 하나로 엮였다. 자유의지가 모두 동행한 결과다. 돈은 무기물이지만 유기물과 하나가 돼 순환된다. 생명이 아닌 원자가 생명의 씨앗이 되듯 돈은 유기물인 생명을 유지시키는 씨앗이다. 오늘날 수많은 화폐는 거짓 가치이기에 돈이 아니다”

 

Q. 돈은 상식적으로 화폐다. 돈을 생명의 원리와 그 부가가치로 본 것은 이해하지만 화폐가 돈이 아니라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Q. 화폐가 돈이 아니라면 혼란스러워 진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화폐를 소유할수록 부자가 되는 것은 맞지 않나. 돈의 특성을 조금 더 확실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A. “일에 힘을 쏟는 인간이 자존감을 갖고 효율을 창조해 가는 과정이 돈을 버는 삶이다. 이는 직업적 소명의식이나 행복감으로 표현된다. 인간이 이런 활동을 하는 전 과정이 곧 돈이라는 것이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시너지를 내야 하기 때문에 돈은 순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 만든 재화나 서비스가 돈과 하나가 돼 같이 숨 쉰다. 돈이 순환할 때 일의 결과이자 본질가치가 아닌 이자는 인간의 사치 본성과 교만을 부른다. 화폐를 지나치게 쫓으면 영혼이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심성이 황폐화 되면서 자유의지도 약해져 간다. 부가가치가 탄생하는 일을 선택하기도 어렵게 된다. 반면 책임 있는 직업정신은 아레테(Arete, 탁월성)로 표현된다. 아레테는 돈이 들어오는 관문이다. 화폐는 탐욕의 문을 열지만 아레테는 책임의 문을 연다”

 

Q. 사람들은 돈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손에 없는 돈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장이나 등기부등본에 숫자나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어야 돈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유하는 것이 부(富)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A. “현대인들이 돈을 소유하는 방식이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부자가 되려면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했다. 부자는 돈의 많고 적음의 기준이 아니다. 가령 수백억대 돈을 가진 사람의 주변인들이 전부 1000억대 돈을 갖고 있다면 부자라고 할 수 없다. 부는 경쟁 우위가 핵심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거나 보다 많은 재화 또는 서비스를 구입할 힘이다. 이 힘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 갖고 있던 부가 쉽게 빠져 나간다. 당장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면 돈이 잘 벌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번다고 해도 거품처럼 손에서 빠져 나가는 상황을 간과하거나 모른다. 소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퍼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 위치에너지)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 운동하고자 하는 잠재된 에너지가 현재 운동하는 에너지보다 강할 때 부의 기운이 몰린다. 운동 에너지는 소유욕이지만 위치 에너지는 소유한다고 하지 않는다. 퍼텐셜 에너지는 네트워크에 분산돼 있으면서 강한 힘으로 돈을 끌어들인다”

 

Q. 분산을 통한 소유개념이 잘 와 닿지 않는다. 돈을 버는 동시에 쓰는 능력을 생각하는 것이 부(富)라는 논지도 이해는 되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

 

A. “부는 경쟁과 차별이란 요소를 반드시 머금는다. 따라서 부는 자신이 소유한 절대적인 양이 중요하지 않고 돈을 쓸 수 있는 가치가 중요해 진다. 부는 그래서 소유보다 더 가치 있게 쓰거나 쓸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이다. 부를 이루고자 한다면 이 원리를 따라야 한다. 인간은 혼자만으로 살 수 없다. 현대사회는 특히 수없이 얽히고설킨 네트워크 사회다. 부는 관계의 망에 일의 가치를 심는 과정이다. 쉬운 말로 일을 누가 더 많이 효율적으로 해서 돌아올 부가가치 양을 키우는 경쟁이다. 효율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구매력을 키우는 일이다. 경쟁을 통해 일의 부가가치에서 앞서 나가면 부는 네트워크로부터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돈을 버는 것도 사회 관계망인 네트워크에 있지만 버는 힘도 분산된 네트워크로부터 얻는다”

 

Q. 구매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관심이 간다. 구매력을 네트워크 능력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이 자신의 주머니에 없는데 어떻게 부자라고 할 수 있는가.

 

A. “주머니에 있는 돈을 계산하면 속된말로 쌈짓돈 마인드다.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계산해 더 많은 돈이 있으면 부자인가. 구매력은 단순히 들어오고 나가는 차액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계산을 하면 구매력은 떨어지고 더 가난해진다. 구매력은 소유할 돈보다 앞으로 돌아올 돈의 개념이 훨씬 중요한 개념이다. 소유가 아니라 큰 순환이다. 작은 순환이 바로 쌈짓돈이다. 작은 순환은 빨리 돈다. 큰 순환일수록 느리게 돌기는 하지만 많은 돈이 자신을 거쳐 간다. 그 순환을 강력하게 하는 분산의 능력이 부자 될 확률을 높인다”

 

Q. 큰 바퀴를 굴릴 때 구매력을 통해 자신이 일한 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돈이 자신에게 들어올지 여부를 어떻게 확신하는가

 

A. “돈을 쌓아둔 채 순환을 시키지 않는 사람은 돈을 순환시키는 사람보다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언젠가 가난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이유는 돈이 네트워크에 분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분산능력을 갖출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은 상식이지만 실천이 어렵다. 위험요인이나 돌출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산능력은 이들 위험과 변수에 대응하는 헤지(위험분산)까지 해야 할 힘을 필요로 한다. 그 힘이 능력이다. 존경받는 성공을 이룬 많은 사람들은 순환의 정신으로 무장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돈 울타리를 쌓아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이 클수록 화를 당한다. 돈이 자신에게 돌아올지 여부를 너무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돈은 크게 순환시킬수록 더 많은 돈이 자신에게 머무른다는 공식은 수학의 공리처럼 법칙이다. 설사 변수가 있더라도 그만큼 회복된다는 질서를 믿어야 한다”

 

Q. 구매력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바잉파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부가가치 능력이라는 논지인가. 돈을 순환시키고 분산하는 능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A. “두 가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하나는 돈 자체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돈이 흐르는 시장이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편견들을 갖고 있다. 돈은 무섭고 냉정하다는 시선이자 생각이다.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는다. 부자에 대한 편견도 많다. 돈의 이런 모습이 있는 것이 틀리지 않다. 하지만 돈을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편견을 버리거나 접어두어야 한다. 돈에는 인간의 생명 또는 그 생명들의 질서가 함께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가족 그 이상의 존재다. 이를 굳이 무서워하거나 멀리할 이유가 없다. 설사 돈을 벌기 위해 혹독한 고통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돈 때문이 아니다. 돈은 사람들 자신의 양심과 얼굴을 반추한다. 돈에 대한 편견은 돈이 벌리는 네트워크에서 멀어지게 한다. 돈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명을 살리는 에너지다. 나아가 돈은 곧 국가이며 국민 전체의 목숨 줄이다”

 

Q. 돈의 순환능력을 키우기 위해 돈이 흐르는 시장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A. “돈은 선악을 공유한다. 아니 선악은 하나라는 생각의 전환이 돈을 순환시킬 수 있는 출발이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악을 보면 안 된다. 윤리와 도덕을 내팽개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책임이라는 강력한 도덕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돈을 순환시킬 능력이 약해진다. 또 돈의 선악을 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돈만을 쫓지 않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화(榮華)나 미래의 뜬구름에 빠지지 않는다. 효율을 높이는 방안에만 몰입하게 되는 것이 돈을 순환시키는 운전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효율은 모두에게 이롭다. 진정성 있게 네트워크에 공동선의 부가가치를 키우는 것이 돈을 순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반대로 돈만을 쫓다가 대부분 실패하는 사람들은 돈을 미워하고 무서워하면서 증오까지 한다. 선악을 지나치게 가린다. 그 결과는 무책임, 무소신, 게으름, 회피, 나태, 무력감 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자연의 본질 또는 본성과 어긋난다”

 

 

Q. 서양의 이데아, 동양의 도(道) 등 자연의 본질이 있다고 해도 극적 모순을 하나로 조화시키는 능력이 인간에게 가능한 것인가

 

A. “유무상생(有無相生)과 유무합일(有無合一)은 광의로 보면 같은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유무의 합일은 불가능하다. 상생 속 본질에 합일이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극과 극의 상생은 우리 현실에서 적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고통을 고통으로 수용하지 않는 태도다. 행복도 행복으로 오만하지 않고 슬픔도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특성이다. 상생은 곧 부족함의 최대치 상황인 ‘결핍의 임계치’에 항상 서 있음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항상 불만으로 가득차 있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아슬아슬한 상황을 수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위험의 극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물이 우리 현실에 드러나는 원리가 이와 다르지 않다. 드넓은 우리 우주도 중력이 수천조분의 1 만큼만 달라져도 한 순간에 파괴된다. 벼랑 끝 위험한 역동은 대칭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본질을 비춘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

 

Q. 마치 인간에게 신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 신처럼 완전할 수 없다고 보는데

 

A. “극과 극의 합일은 사라짐이다. 물론 본질로 남아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법칙이다. 대칭은 하나가 되면 없음이다. 극과 극의 완벽함은 현상계 삶의 원리가 아니다. 과감히 혼돈에 나서는 임계치에서의 활동이 지혜로운 판단을 이끌어 내고 경쟁에서 이기며 효율을 만들고 돈을 만든다. 이율배반의 상생 논리를 몸에 체화시킬 때 좋은 운명이 만들어 지고 강인해 진다. 완전해 지려고 극과 극을 부정한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그 순간 두려움에 가득차 상황을 피하거나 도망 갈 자세를 취하는 자신을 보면 된다. 완전성을 주장할수록 그 의도를 의심해야 한다. 완벽함은 없다. 극과 극의 상생을 위해 그리고 극과 극의 이데아를 실현하기 위해 현실의 사람들은 끝없이 자신을 결핍의 임계치로 올려놓아야 한다. 이 때 앞으로 나아갈 정확한 길이 보이고 돈의 길목이 보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