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신작로에 대해

 

A. “행복은 정의하기 힘들다. 행복의 조건은 수없이 다양하고 변화하며 진화도 한다. 하지만 일관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삶에 부단히 영향을 주고 있는 지배적 위치에 있다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행복의 잣대가 될 수 있다. 행복을 고민하는 삶, 그 자체가 불변하는 행복의 조건이다. 삶은 보석과도 같이 희소가치가 있다. 인간이 태어나 살아 숨 쉬고 생명활동을 하는 삶 자체는 희소가치를 매개로 행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삶 속에는 초정밀의 작동 원리와 극적 조화를 통한 생명의 희소가치가 상상할 수 없는 크기로 함축돼 있다. 이 희소가치는 인간에게 자존감의 근원 자리다. 70억 개개인 모두에게 하나같이 신기에 가까운 존엄한 가치가 부여돼 있어 누구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삶(생명)을 유지할 확률을 우주적 관점으로 보면 과학적으로 계산해도 ‘거의 없다’에 가깝기 때문이다. 죽음이 온통 확정적으로 지배하는 최악의 조건들을 이겨내고 있는 삶은 은총이다. 삶이 아무리 고통으로 점철된다고 해도 삶 자체가 행복이라는 사실은 생명의 질서로 보면 진실이다”

 

Q. 희소가치가 존귀함의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인간의 삶이 어떤 과학적 근거로 희소가치가 있는지

A. “인류는 마치 백척간두 벼랑 끝의 자그마한 바위 위에 서 있는 모습이다. 누구나 천길 낭떠러지의 아슬아슬한 집에서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거시적으로 집(지구) 밖은 온통 죽음 밖에 없다. 미시적으로도 에너지 공장 미토콘드리아가 숙주 삼은 집(인간) 밖은 역시 죽음이다. 박테리아의 정교한 힘에 의존해 사는 인류의 삶은 동시에 지구라는 지상천국의 보금자리에 있다. 인류의 집 지구와 생명의 집 인간은 각각 상상하기 힘든 기막힌 복잡계의 원리들로 둘러쌓여 있다. 거시적 집 주소는 ‘다중우주>우리우주>은하단>우리은하>태양계>지구>자연>생명>동물>인간’이다. 인류가 영장류 지위로 삶을 유지하고 있는 환경이 조성된 이 주소가 탄생될 확률은 수학적 계산으로 0에 가깝다. 확률적으로 없음(무)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미시적 집 주소는 ‘끈(에너지)>쿼크>양성자·중성자>전자>원자>분자>세포>기관>신체>인간’이다. 이 주소가 유지될 확률도 역시 거의 없음의 확률이다. 우리 모두의 삶은 초정밀의 원리가 작동하는 자궁에서 숨을 쉬고 있으니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A. “삶이 힘든 이유는 평생 극도의 임계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행복이지만 삶 자체가 고통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온갖 번뇌가 끊이지 않고 수없는 난관들이 수시로 닥친다. 때로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일들이 닥친다. 도무지 행복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미시와 거시의 집 주소를 상기해 보면 복잡계 원리상 천혜의 보금자리가 고통의 산물이다. 원리를 이행하는 것 자체가 힘든 가속운동이다. 정밀한 원리들이 단 한순간도 이상없이 작동하는 과정일 수록 더 많은 힘이 들어야 한다. 고통은 삶을 유지시키는 동인(動因)이라는 것이다. 고통이란 에너지를 먹으면서 힘든 삶이 유지된다. 고통이 없는 삶은 죽음이다. 죽음을 행복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고통을 행복으로 받아들일 여유를 갖는다. 행복이라고 느끼기 어려운 난관이 닥쳤을 때도 객관적 삶의 조건은 무조건 행복이라는 점이다. 이를 수렴하는 의식은 거대한 집 주소와 극미의 집 주소를 확연히 찾아내는 일이다. 자신의 집 주소를 찾아 들어가면 그 어떤 고통도 삶에 도움을 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 행복감이 부의 본질로 작동하고 있다”

 

 

A. “방식이 많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이를 보지 않고 찾지 않으려 하는 경향성을 띈다. 상황마다 ‘고통의 수렴방식’(행복)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행복한 신작로가 있다. 자신의 삶 자체를 자신의 안에 가두지 않는 방식이다. 누구나 부지불식 삶을 자신의 든든한 철창에 가둔다. 거시와 미시의 임계선상에서 움직이는 삶의 법칙을 보지 못하는 눈이 그것이다. 삶이 본래 존재하기 힘든 확률이라는 것을 확신하면 삶을 자신의 독방에 가두지 않는다. 삶을 가두면 행복도 갇힌다. 따라서 삶을 수시로 꺼내는 일은 행복을 찾는 과정이다. 삶이 자신만의 독방에서 탈출할 때 희열을 느낀다. 생명의 희소가치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정밀한 작동이 눈에 보인다. 철창의 정체는 요행, 공짜, 게으름, 나태, 이기심, 오만, 에고 등이다. 이 철창에서는 불운까지 부른다. 이를 벗어나면 고통이 따르지만 강력한 의식이 살아 꿈틀대는 행복감을 느낀다.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행복의 원천인 타자들과의 관계망이 넓어진다. 가족, 사회, 국가 그리고 인류가 점점 크게 보일수록 행복 에너지가 강해진다. 의식의 힘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큰 네트워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조한다”

 

 

 

A.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거나 잊게 된다. 순간적인 만족감이 행복이라고 할 수 없다. 보다 근원적인 삶의 자존감을 찾는데서 변할 수 없는 행복감이 있다. 행복이 일관되게 자신의 삶을 에워싸게 하려면 자신과 같은 위치의 임계선상에 있는 타자들을 보고 함께 해야 한다. 그 범위가 넓을 수록 행복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자신의 행복 에너지도 함께 커진다. 수많은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화학자, 예술가 등이 인류의 보편적 존재가치를 추구하는 기저에는 행복에 대한 원천적인 확산 욕구가 있다. 그들은 인간의 삶에 대해 심오한 가치를 찾는다. 이 원리가 인간의 삶과 행복에 기여해 왔다. 부를 일구고 문명의 꽃을 피우는 근원이 되기도 했다. 삶의 근원을 찾는 고통스러운 방황이지만 행복한 신작로를 닦는 일이다. 이 일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만든 불행한 환경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때 가난을 동반한다”

 

 

A. “0의 발견은 위대한 인류의 업적이라고 했다. 0은 없는 것이 아니라 기준점이라고 했다. 유한을 가능하게 했지만 무한도 가능하게 한 신의 한 수(數)였다. 신의 한수(神의 一手)라는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0이 자연의 본질을 표현해 주는 숫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없음이지만 있음을 가능하게 하고 있음이지만 없는 존재가 0이다. 이 수를 통해 인류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미시 현미경과 거시 망원경을 동시에 갖게 됐다. 아원자의 양자역학 원리에서부터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의 원리도 수리를 통해 드러났다. 0의 좌표가 있어 가능해진 수리체계의 비밀은 자연의 정밀한 작동원리였다. 인간의 오감에 드러나지 않는 세상은 단 한시도 쉬지 않은 채 고통스러운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피하는 것이 곧 죽음 뿐이라는 것도 0의 원리에서 역동했다. 고통이나 죽음 모두 유한성을 결정짓고 무한성을 보게 한 0의 좌표에 있지만 죽음은 행복과 동행하지 않는다. 고통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 고통은 피하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끌어 안고 품어야 할 동반자다”

 

 

A. “고통에 대한 의식을 바꾸지 않는 한 행복은 없다. 우리 우주가 탄생할 때 나온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는 수많은 은하단은 물론 우리은하를 만드는 모태 역할을 했다. 10만분의 1이라는 극미의 밀도차이가 아름다운 은하들의 아기집이 됐다. 이 밀도차가 행복의 근원이다. 우주(宇宙)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 정교한 집(宇) 주소가 정밀한 시간의 집(宙) 주소와 씨줄 날줄처럼 얽혔다. 인간이 특정 시공간에서 현재 단면으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곧 행복의 근원 대상이다. 미움과 갈등 또는 싸움과 전쟁 등 단 한시도 고통이 끊이지 않는 원인을 제공하는 타자들이 동시에 필연적인 행복의 대상들이다. 의식을 바꾸면 고통은 반드시 행복이 된다. 고통의 대상이 행복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지 않다. 힘 들이지 않고 행복의 길을 갈 수 있다. 극미의 밀도차가 우리 모두의 집 주소를 만들어 냈듯이 극미의 생각차이가 고통의 집을 행복의 집으로 바꾼다”

 

 

A. “종교를 무조건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과학은 큰 발전을 했다고 해도 여전히 만물의 원리 중 지극히 일부만을 파악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쌓은 현대과학을 모두 쌓아도 만물의 원리로 보면 ‘모른다’에 가깝다. 많은 과학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다만 ‘전혀 모른다’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을 아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입장이다. 알면 알 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니 ‘모른다’의 의미는 결국 과학과 비과학을 넘나든다. 그 중심에 의식이 있다. 이 의식은 과학으로 에너지이고 가속운동이다. 의식은 모름을 아는 범위에 있기에 모름과 앎의 관계가 전자기파처럼 상호 교란을 한다. 모를 수록 더 알려하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면서 또 알려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실제로 인류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정신은 이런 교란성을 띠었다. 이 의식의 운동성이 인류의 실존을 말해준다. 잠재의식도 표면의식과 교란하면서 실존을 확인해 준다. 그래서 고통의 근원인 잠재의식을 바꾸면 행복의 문이 열린다. 무의식인 잠재의식은 비과학인 듯 하지만 수없이 많은 과학의 도구들이 동원돼 팩트임을 증거해 냈다”

 

 

A. “인간의 오감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정보의 총량은 1초당 1100만건에 달하지만 뇌가 그것을 처리하는 용량은 40건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잠재의식의 정체는 아직 밝혀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인간의 육감, 통찰, 직관, 공명 등의 현상은 현실에서 의심할 바 없이 늘상 겪는 일이다. 더욱이 인간만의 특권이라는 창조 또한 의식의 힘이다. 표면의식이 일종의 디스플레이라면 잠재의식은 데이터베이스다. 그 DB는 에너지 얽힘을 통해 다른 생명과 물질로 초연결 돼 있다. 빈 공간조차 힘과 물질이 상호작용하면서 얽혀 있다. 인간의 의식은 잠재의식을 넘어 마치 글로벌 인터넷 망처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시공간과 얽혀 무한 항해를 하며 정보를 꺼내 쓸 수 있는 환경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이 이런 원리의 홀로그램 우주론을 주장했다. 무한히 엮여있는 얽힘의 생명원리는 혼자가 아니기에 행복이다. 산고는 고통이지만 반드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준다. 이 의식의 본령이 부를 만들어 주는 에너지다. 만해도  ‘자유가 만유의 행복이다’고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