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입법 절차를 마치자 건설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시장 및 건설 관련 규제를 강화한 탓에 가뜩이나 건설업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까지 도입될 경우 건설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법의 형평성·실효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후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정작 입법 취지인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참여할 동기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사업주·경영책임자 형사처벌·벌금 부과 등 처벌 초점…중대재해법 신속 도입
지난 2018년 12월 충청남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비정규직이였던 故김용균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대재해법 도입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故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대재해법 도입을 촉구하는 글을 게시했고, 1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입법이 논의됐다.
정치권에서 중대재해법 도입과 처벌 강도에 대한 장기간 논의를 거친 끝에 지난달 8일,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해 사망·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벌금을 부과하는 등 높은 처벌수위를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법안 통과로 인해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되며 징역과 벌금은 동시에 부과될 수도 있다. 법인의 손해배상은 손해액의 최대 5배 이하이다. 단, 기업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 법의 시행은 공포 뒤 1년 후 시행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뒤 2년 동안 법 적용을 유예받게 돼 총 3년의 기간을 둬 2024년부터 적용된다. 법안이 공포되면서 당장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의 산업현장에서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법이 발동될 전망이다.
안전사고 예방 사활 걸어도 건설업 재해발생률 높아…“처벌 수위 과도”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건설업계의 반발은 다른 어느 산업군 보다 높은 모습이다. 건설업은 타 산업군에 비해서 사망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건설산업 특성상 예측이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군 중에서 건설산업에서의 사망사고가 가장 많다.
한국산업안정보건공단에 지난해 9월 말 기준 건설업종 사망자수는 349명으로 전체 660명 중 52.8%에 달했다. 재해자수 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의 재해자수는 1만 7691명으로 1만 7317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제조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유독 건설업에 사망사고가 많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건설업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공사 과정 중에 불가피하게 난간 위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경우가 잦다”며 “안전장치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해도 작업자 부주의 등으로 사고로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잘 조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을 건설업 전체에 전면적으로 적용시키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번의 재해만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중벌이 가해지면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자가 전무할 거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규모 건설사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건설산업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건설업은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건설현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2019년도 10위 이내 업체의 건설 현장수가 업체당 무려 270개에 달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여기에는 평균 60여 개의 해외현장도 포함돼 있으며 아파트의 경우 대형업체는 아파트 현장이 상시 50개 정도 가동된다”며 “1개 현장당 일 투입 근로자가 최소한 500~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감안했을 때 전체적으로는 하루에 2만5000~5만명의 근로자가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규모가 이렇게나 막대하더라도 현장 안전 관리자를 늘려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만 하면 백번 양보해 늘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건설업이라는 게 감시만 강화 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날 수도 없는 것이고, 사고를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로자 부주의로 결론을 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자체를 박살 낼 수도 있는 중대재해법은 기업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중대재해법을 처벌이 아닌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다른 산업군 보다 건설산업은 중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이번 법안 통과는 산업 전체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한번으로 기업 오너가 징역을 살 수도 있는 만큼 불의의 사고를 겪은 중소건설사는 기업 운영 자체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지역 내 크고 작은 사업들이 줄어들 수 있고 결국 일자리 감소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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