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의 행보에 ‘빨간불’이 커졌다. 실적은 하락했고 수익성과 재무건전성도 전년대비 악화됐다. 지급여력비율(RBC)도 금융당국이 정한 기준 근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타 손해보험회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이러한 실적 악화에도 3월 주주총회에서 권중원 흥국화재 대표이사의 3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여 책임경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손보업계 호황 속 나홀로 실적 부진, 재무건전성·주가도 줄줄이 하락세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흥국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384억원)보다 29.7% 감소한 2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줄었다. 권 대표가 부임하기 이전인 2016년(315억원)과 비교해도 14.3% 감소한 수치다.
권 대표 취임 이후 흥국화재의 순이익은 2017년(853억원), 2018년(504억원), 2019년(384억원), 2020년(270억원)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흥국화재 측은 지난해 실적 하락에 대해 “판매비 증가 등으로 인해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 손보사들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저금리와 대면영업 축소에도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이 줄어든데 따라 영업손실이 축소된 결과다.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은 당기순이익은 483억원으로 전년(-691억원) 대비 1174억원 오르며 흑자로 전환했다. 삼성화재도 전년(6456억원)보다 17.3% 오른 7573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3319억원, DB손해보험은 5077억원, 메리츠화재는 3946억원 등의 순이익을 거두며 각각 23.3%, 34.5%, 3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손보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한 흥국화재는 재무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흥국화재의 RBC비율은 177.45%에 그쳤다.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기준인 150%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전년(192.38%)과 비교해도 크게 감소했다.
RBC비율은 ‘위험기준자기자본’이라는 의미로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요청할 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지표다. 보험사의 각종 리스크를 고려한 자본량인 ‘가용자본’을 보험사의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의 손실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예컨대 RBC비율이 200%라는 건 보험사가 전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2번 찾아와도 파산하지 않을 만큼 자본을 쌓아놨다는 의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손보사의 평균 RBC비율은 247.73%다. 200%를 넘기지 못하는 주요 손보사는 흥국화재를 비롯해 농협손보(198.34%), KB손보(188.58%), 롯데손보(169.39%)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흥국화재는 RBC비율을 개선하고자 4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는 채권 발행 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후에 상환 받을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흥국화재의 RBC비율은 후순위채 발행 전인 2분기(181.89%)보다 악화됐다. 사채발행을 통해 확충된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가치 제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이했지만 흥국화재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였다. 지난해 1월 3080원으로 시작한 흥국화재의 주가는 작년 마지막 거래일에 2830원을 기록하며 8.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2.1% 오른 것과 대비된다. 올해 들어 보험업에 대한 매수가 집중돼 3000을 넘어섰지만 권 대표가 처음으로 취임한 2017년 3월 24일(3750원)의 주가를 회복하진 못했다.
흥국화재 진중원, 금융당국 중징계, 경영지표 줄하락 악재 속 ‘CEO의 무덤’ 3연임 진기록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주식가치 등이 크게 부진했음에도 여전히 권 대표에 대한 신임은 굳건한 모습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화재는 권 대표 등 등기이사 5명에게 보수 총액으로 5억2900만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억580만원 꼴이다. 그러나 이중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3인을 제외하면 권 대표를 포함한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1060만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임원들의 연봉은 권 대표가 처음 부임한 2017년(4억2783만원)부터 2018년(4억3299만원) 줄곧 오르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상태다. 3분기 기준 2018년(5102만원)부터 2019년(5002만원), 2020년(5066만원)까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권 대표는 지난해 말 3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으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CEO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 임기가 짧았던 흥국화재에선 최초의 일이다. 권 대표와 함께 2019년 연임에 성공했던 조병익 전 흥국생명 대표가 작년 연말 물러난 점과 대비된다.
앞서 흥국화재는 2018년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듬해 태광그룹은 권 대표를 재선임했다. 당시 흥국화재는 대주주가 소유한 컨트리클럽에서 김치를 구매하면서 정상가격에 비해 8억2000만원을 과대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흥국화재는 이에 불복해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일부 승소 판결을 받는데 그쳤다.
당시 재판부는 “흥국화재가 세 차례의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정상가격보다 뚜렷하게 높은 가격으로 김치를 구매하고 김치와 와인의 특별이익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3억6300만 원의 과징금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손보업계 안팎에선 올해 흥국화재의 실적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본지원을 해줄 수 있는 계열사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아서다. 흥국화재의 최대주주로 지분 59.56%를 보유한 흥국생명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587억원으로 전년 동기(901억원) 대비 34.9% 줄었다. RBC비율도 188.20%에 불과했다.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도 횡령·업무상 배임 등으로 3년 째 수감생활 중이라 경영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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