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식당과 다중이용시설 등의 이용 인원을 4명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등은 사적 모임이 잦은 시기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만남 자체를 지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는 지난달 3일까지만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400명대를 넘나드는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다.
고강도 방역규제로 인한 피로감 누적 및 경제적 피해 등의 부작용이 확산되자 정부는 이달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고 식당과 다중이용시설 등의 영업 제한을 완화키로 했다. 그러나 3차 대유행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이유를 들어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인원 수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방역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같은 테이블에 5명 이상 앉지만 않는다면 수십명의 사람들이 매장 내에 체류할 수 있는 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제한하고 막으려 들 게 아니라 철저한 방역 안에서 영업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연말연시 대목에도 매출 폭락…회식·모임 원천봉쇄에 영세 자영업자 “굶어 죽기 직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퓨전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시행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씨는 “지난해 초 발발한 코로나 사태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는데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코로나 여파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가게 운영조차 어려워졌다”고 한탄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크리스마스가 겹친 연말연시엔 사람들 간 만남이 잦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매출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작은 기대마저도 물거품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영업 제한보다도 집합금지 조치가 매출에 더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 씨는 “술집이라는 업종의 특성 상 새벽에도 손님들이 많았으나 밤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손님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대신 밤 9시 이후엔 배달이나 포장 손님들을 받을 수 있어 매출이 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5인 이상 집합금지는 회식이나 모임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 조치이기 때문에 단체 손님을 아예 받을 수 없었다”며 “연말연시와 같은 대목에 단체 손님을 못 받은 것은 나 같은 영세한 자영업자에겐 엄청난 손실이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이달 15일부터 영업 제한이 완화돼 밤 10시까지 영업시간이 늘어난 데 대해 반색하면서도 집합금지 유지 결정으로 인해 실질적인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씨는 “매출이 예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임대료, 공과금 등 고정 비용은 그대로다”며 “1년 넘게 엄청난 손실에 허덕이고 있는데 100만원, 200만원 정도의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업시간이 한 시간 늘어나면서 조금이나마 매출이 진작될 수도 있겠지만 회식이나 모임이 사라진 지금 상황에선 손님들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매출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하모 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하 씨는 “현재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같은 테이블에 4명까지 앉을 수 있고 테이블 간 안전거리만 유지되면 수십명의 사람들이 매장 내에 체류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 공간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 음식과 술을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 손님을 막겠다고 인원을 제한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무작정 인원 수를 제한하는 것보다 철저한 방역 수칙 하에서 사람들이 회식이나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 모두에게 유익한 방안인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당국의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거리두기 1.5~2.5단계의 경우 음식점은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좌석·테이블 한 칸 띄우기 △50㎡ 이상 공간에서 테이블 간 가림막(칸막이) 설치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침에 허점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체류하고 있는데 비말에 의한 감염이 과연 없을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하워드 스톤 미국 프린스턴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내에서 대화할 때 발화자의 입 앞으로 원뿔형의 제트기류(jet-like)가 형성돼 30초 안에 미세한 비말(에어로졸)이 2m 가량 퍼진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9월 공개했다.
논문 결과에 따르면 정부 당국이 권장하고 있는 1m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은 실내 환경에서는 감염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 음식점 등 실내에서 서로 1m의 거리를 두고 식사를 하더라도 공기 중 비말로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어서다.
박인복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중앙회장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소기업·소상공인들 모두 죽을 맛이다”며 “객관적인 데이터나 전문가들의 견해가 전무한 상황에서 5명만 넘지 않으면 누구나 실내에서 취식이 가능한 정부 조치가 과연 방역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 제한이 9시에서 10시로 연장된 것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집합금지 조치를 해제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워 주되 철저한 방역 대책을 통해 감염을 줄이는 것이 무조건적인 규제에도 묵묵히 참아 온 이들을 위한 길이다”고 덧붙였다.
현장 목소리 빠진 일방통행식 방역대책 피해 확산…“막연한 규제 능사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아지고 영업 제한도 소폭 완화됐으나 집합금지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매출 급감에 엄청난 손실을 떠안은 이들을 외면한 채 사실상 영업을 못하게 막는 이른바 ‘닫힌 대책’만을 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소상공인 사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로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80.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로 인해 매출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은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등이었다. 이들 업종은 타 업종에 비해 정부의 영업제한, 집합금지 조치 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강화된 방역 조치로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기 버거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끝내 폐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을 결정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중 86.3%는 매출 부진으로 인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날로 커지면서 정부가 펼친 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는 한편 생계유지가 가능한 선에서 방역 효과를 높이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 중인 한모 씨는 “방역 조치로 인해 재산권 행사를 침해당했는데 아무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건 위헌이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달 13일 헬스장·볼링장·당구장 등을 운영하는 운영자 203명은 10억1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달 14일엔 카페 운영자들이 민사 소송을 냈다. 이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집합 금지 조치를 규정한 감염병예방관리법이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헌법 제23조 3항에 따르면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정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방역 등을 위한 적법한 조치라 해도 그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법제처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영업 손실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고 과도한 재정이 든다는 이유로 보상이 힘들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윤식 소상공인연합회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5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코로나에 따른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등의 장기화로 인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업 제한 완화, 집합금지 조치 해제를 통해 최소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정부가 확진자 수에만 매몰돼 결정하고 있는 현 방역 조치에서 벗어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속가능한 정책을 시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기석 코인노래방협회장은 “종교 시설과 요양병원, 심지어 국가가 관리하는 구치소에서도 확진자가 나왔으나 코인노래방에선 단 한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는 현장에 와보지도 않은 전문가들이 만든 집합금지 조치를 바꿔 달라”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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