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인들이 동물병원의 의료사고로 속을 태우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사고는 이를 입증해 법적 책임을 묻거나 손해배상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사고가 의심될 때 병원의 진료기록을 가장 먼저 찾기 마련이지만 현행 수의사법에는 의료행위가 기록된 ‘의무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없다. 법적 소송을 하지 않는 한 수의사들은 이를 근거로 반려인에게 의무기록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의료사고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데 반려동물의 의료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람의 경우보다 더 힘들다. 현행법 상 동물은 유체물, 즉 ‘물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와는 달리 업무상 과실 치상·치사 적용이 불가능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동물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1990년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이후 헌법 개정까지 완료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1988년 이 같은 골자의 민법 개정을 마쳤다.
생후 7~8개월…의료사고로 걷지 못하게 된 반려견 곰돌이
스카이데일리는 동물병원 의료사고로 걷지 못하게 된 반려견 곰돌이(8세·수컷)를 만났다. 곰돌이는 생후 7~8개월 동물병원 의료사고로 한쪽 뒷다리와 허리를 못 쓰게 돼 잘 걷지 못한다. 그러나 항상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가게에 오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 해준다고 반려인은 전했다.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반려인은 365일 곰돌이와 함께 한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항상 곰돌이를 곁에 두고 일을 하며 유모차에 태우고 경치 좋은 곳으로 산책을 가기도 한다. 반려인은 곰돌이가 몸이 다소 불편할 뿐 너무 착하고 영리해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병원 의료사고로 곰돌이가 걷지 못하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곰돌이가 어렸을 때 뒷다리가 유독 가늘고 절어서 동물병원에 데려갔어요. 그랬더니 수의사 선생님이 탈골이 되는 소아마비가 진행 중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지금 치료를 하면 나중에 잘 걷고 산에도 가고 뛰어다닐 수 있다고 하셔서 수술을 결심하게 됐죠.”
“수의사 선생님은 곰돌이가 고통을 받을 수 있으니 두 다리를 같이 수술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퇴원하고 3개월을 간호했는데 곰돌이가 이상하게 예전보다 잘 못 걸었어요. 알고 봤더니 곰돌이가 몸집이 크다보니 몸속 철심이 끊어지면서 인대가 끊어졌는데 그 상태에서 봉합을 해버려서 생긴 문제였어요. 나중에는 피까지 흘렀어요. 부동산에 오신 한 손님이 의료사고 같다고 해서 동물병원을 다시 찾았는데 병원 측이 처음엔 반려인의 관리 소홀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죠.”
반려인에 따르면 동물병원 측은 나중에서야 곰돌이 몸속에 있는 핏물 같은 것을 빼내야한다고 이야기하며 의료사고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려인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병원에서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한 것이었다. 동물병원 측이 수술비를 환불해주겠다고 밝히며 곰돌이 대신 다른 개를 기를 것인지 물어보는 바람에 아연실색했다고 반려인은 털어놓았다.
한편 오래전부터 동물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서야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무부는 4월 15일 ‘사회적 공존과 1인가구’ 제2차 회의에서 “현행 민법상 동물은 단순한 물건에 해당해 소유권의 객체에 불과하며 민사집행법상 동물에 대한 압류도 가능하다”며 동물의 비 물건화 등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올 하반기까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비 물건화하고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민법·민사집행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사람과 다른 동물병원 체계…반려동물 이상 증세 조기발견·수의사와 긴밀한 소통 등 중요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의 의료사고로 인한 반려인과 동물병원의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 행위는 수의사법에 의해 관리 감독을 받고 있는데 사람의 의료 행위를 감독하는 의료법과는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 때문에 종종 반려인과 동물병원 간에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의료법에 준하는 수의사법의 개정 법안들을 다양한 사항들로 발의를 하고 있으나 분쟁의 발생 시점에서 적용되는 수의사법에 의한 해석이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동물병원은 현재 사람의 병원과 같이 분류체계가 돼있지 않고 우리나라의 수의학 분야에서는 사람의 전문의 제도와 같은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의 교육과 인증 제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원 과정에서 관련 분야 수련을 한 수의사들이 최근 나오고 있지만 수련 과정을 거친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특화에 제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 진료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인이 반려동물이 아픈 것을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아픈 것을 잘 표현하지 않는 반려묘는 반려인이 이상한 것을 느끼고 동물병원에 내원한 경우 이미 병이 커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의 경우보다 반려동물의 진료에서는 반려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의 빠른 치료와 회복을 위해서는 반려인들이 자주 반려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며 “이상을 느낄 때는 자세한 기록과 동영상 등의 자료를 가지고 동물병원 수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교수는 반려동물의 기저 질환에 대한 기초 자료는 사람에 비교해 많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평소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를 반려동물이 가지고 있거나 크게 아팠던 병력에 대해서 반려인이 담당 수의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진료와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수술 후에는 수의사에 의해 수술 후 지켜야 될 유의사항을 듣고 관리를 잘 해야한다”며 “흔히 수술한 부위가 미처 회복되기 전에 반려동물이 긁거나 핥아 2차 감염에 의한 패혈증 등이 발생하는 수술후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이 말 못하는 반려동물의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늘 함께 있던 반려인들이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고 담당 수의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반려동물의 수술 또는 치료 후 반려인의 관리 책임 부분도 잘 이행한다면 의료사고의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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