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요. 어쩌면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소아재활 아이들에게 필요한 유전자기법이나 인공지능(AI) 등 테크놀로지를 잘 활용해서 좀 더 효율적이고 환자가 재밌게 느끼도록 치료할 수 있는 전략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80% 이상이 유전적 원인…가족 내에 재발하거나 대물림 되는 질환
2000년도 초반부터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된 질환 수 및 진단 환자수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산정특례 적용 희귀질환이 2004년도 11개 질환에서 2020년에는 1038개로 확대됐다. 치료비 중 본인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산정특례 적용 희귀질환자 수가 50만명이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한다. 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7000여종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 이해가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희귀질환 및 발달지연, 소아재활 전문의로 손꼽히는 명의가 있다. 바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재활학과에 재직 중인 장대현 교수(43)다. 장 교수는 본과 의학유전·희귀질환센터에서 센터장도 맡고 있다. 진료로 바쁜 스케줄 중에 짬을 내 인터뷰에 응해 준 장 교수를 인천성모병원에서 만났다. 우선 장 교수에게 의사를 직업으로 택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다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의대 입학 당시 내과계열이든, 외과계열이든 생명과 관련된 분야를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내과계열의 경쟁률이 심해서 결국에는 차선으로 생각하던 재활학과를 오게 됐고, 이 분야 전문의가 된 셈이죠. 또 소아재활이라는 세부전공을 하게 된 것도 주위의 권유를 받아서 하게 됐거든요.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은 저의 의지와 목표와 상관없이 시작되긴 했지만, 현재 저에겐 환자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고 사명처럼 제 삶의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요.”
장 교수는 의사가 되고 재활의학과 소아재활을 전공하게 된 것은 본인의 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연’처럼 시작됐지만, 이제는 이 일이 평생의 사명이고 자신의 삶에서 ‘필연’이라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천성모병원에서 주로 발달지연, 희귀질환, 소아사경, 소아재활 관련 분야를 전문 담당하고 있는 장 교수는 각 질환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발달지연에 관해 설명하자면, 우리나라는 사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발달의학이란 없어요. 소아재활을 하는 교수님들이 주로 발달의학을 보고 있고, 학회도 대한소아재활학회라는 게 따로 있거든요. 발달지연이란 말 그대로 발달이 늦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아동의 인지나 신체적인 발달, 대근육, 소근육, 사회·정서적 발달 등을 말할 수 있어요. 이를 큰 카테고리에서 보면 인지, 언어, 신체, 사회, 감정, 적응에 있어서 발달이 또래 친구들보다 일정수준 지연되는 것을 의미하죠.”
장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아동의 발달지연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야가 바로 발달의학이다. 특히 발달지연이 되는 아이들 중에는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지연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희귀질환이 비교적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 교수 역시 소아재활과 발달의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희귀질환으로 관심이 이어졌다고 한다.
“발달지연의 원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희귀질환이 많이 발견되다보니 관심이 생긴 거죠. 그래서 희귀질환을 연구하게 됐고, 이는 소아뿐 아니라 성인까지로 관심영역이 더 넓어지게 됐어요. 소아질환은 제가 이전부터 수련하고 연구했던 분야인데,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들의 진단뿐 아니라 치료를 해서 정상적인 발달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죠. 또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게 치료하는 분야가 소아재활이에요.”
이어 장 교수는 일반인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소아사경증과 관련해서도 설명해줬다.
“소아사경증은 하나의 진단명으로 보기는 어려워요. 사경이란, 아이들의 고개가 기울거나, 목 또는 머리 자세가 이상이 있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경을 진단명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좀 많긴 하지만, 사실 쉽게 말하면 ‘배가 아프다’는 표현과 유사하다고 보면 돼요. 일반적으로 소아의 사경증은 머리 또는 고개가 삐딱하거나, 한쪽을 보고 있거나, 목이 좌우로 잘 움직이지 않는 증세를 통틀어서 말해요. 특히 증상의 원인이 다양하므로 원인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죠.”
사경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선천성 근육성 사경이 있다. 이는 소아의 한쪽 목 부위 흉쇄유골근(목빗근)의 수축 또는 종괴(혹)나 외상 등에 의해 손상된 것이다. 또 기능에만 문제가 있는 자세성 사경과 경추뼈 사경이 있고, 선천적으로 목뼈나 뇌척수의 문제로 사경이 유발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눈이 좌우의 차이가 있는 안성사경, 뇌의 문제가 있는 중추신경 등의 뇌사경도 있다. 따라서 사경증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장 교수는 거듭 강조했다. 이어 장 교수는 최근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 주로 보게 되는 질병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최근 내원 환자 중에는 소아사경, 발달지연, 뇌성마비, 미숙아 등의 문제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희귀질환 아이들도 내원하는데요. 특히 유전질환 환자수는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희귀질환이라고 하죠. 그럼에도 최근 유사 질환으로 내원하고 진단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인 질환을 희귀질환이라고 정의한다. 또는 진단이 안 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극 희귀질환 같은 경우에는 200명 이하이거나 유병인구의 0.001%미만이다. 희귀질환의 종류는 7000가지가 된다. 국내 보고는 아니지만, 대략 인구의 5%정도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인구대비 10%까지 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가 걸리는 질환임에도 그 종류는 수천가지가 된다. 환자 개개인으로 보면 해당 질환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가 그만큼 적기 때문에 특히 소아들에게서 비교적 발생률이 높은 질환에 대한 예방법 또는 치료법이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날 장 교수는 예방법과 치료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가 잘되어 있는 편이에요. 특히 소아과·청소년과 의사선생님들의 노력도 있었구요. 소아재활과·소아정신과 선생님들 협력을 통한 71개월간 8번에 걸친 영유아 검진을 할 수 있는데요, 그 중 3차부터는 발달선별 평가를 해요. 이 평가는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아기가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체크리스트에서 걸러지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발달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안내되어 있고, 관내 개인 소아과에서도 안내를 해주고 있죠. 이를 통해 상급병원 혹은 발달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의뢰가 돼요.”
장 교수가 위에서 설명한 발달지연에서는 정밀 검사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병원에서 상급기관으로 가도록 권하면 꼭 가야 한다고 장 교수는 조언했다. 국가차원에서 만들어주는 시스템 내에서 권고하는 사항을 잘 지켜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정확한 평가와 그 원인을 알게 되면 그에 맞는 훈련된 전문의들이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별다른 큰 문제가 없으면 좀 더 경과를 지켜볼 수도 있고 또는 환경변화로 인한 문제점을 빠르게 알아낼 수 있기도 한다는 것이다.
“희귀질환은 그 종류가 7000가지로 굉장히 많아요. 그 중 80%는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병원에서도 희귀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선 원인 파악을 통해 정확한 진단명을 아는 것이 중요하죠.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희귀질환 진단에 소요시간이 7~8년이 걸리는데요. 우리는 진단하기까지 보통 4년이 걸려요. 그 사이 오진을 하기도 하고, 여러 명의 의사를 만나게 되어 있죠. 그래서 희귀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서 원인을 찾는 것이 치료와도 연결이 돼요.”
소아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학유전·희귀질환센터
의학유전·희귀질환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는 장 교수는 의학유전·희귀질환센터가 신설된 주된 목표는 희귀질환의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 그리고 치료 후 성공적인 사회 복귀까지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희귀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고통 받는 환자들이 많아요. 그런데도 희귀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죠. 게다가 환자들이나 일반 국민이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도가 부족하거든요. 이러한 문제를 저희가 개선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센터를 설립했어요. 사실 국가차원에서도 그렇고 각 개별 병원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환자수가 적다보니 집중적으로 훈련된 기관이 필요한 거죠.”
장 교수는 센터가 하고자 하는 일은 우선 의료진 모두의 영향력을 집중적으로 모아보는 것, 빠른 진단 및 치료를 제공하는 것, 관내 협력기관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한 관내 거주민과 일반국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사회, 경제, 의료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목적의 5가지 키워드, 즉 진료·상담·협력·교육·홍보 등도 적극 수행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구성된 의료진은 희귀질환 각 영역이 있으므로, 특수한 희귀질환을 보는 특수한 과는 아니고요. 일반적으로 각 과별로 희귀질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유전질환이 많은 점을 고려한 의학유전센터도 있어요. 뿐만 아니라 유전자 검사와 각 임상과, 사회복지 분야 등으로 나뉘어 운영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장 교수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바로 25%의 열성유전으로 내원한 사례이다. 장 교수는 한 가정에서 첫 아이와 둘째 아이마저 같은 질환을 갖게 됐다면서 좀 더 빠른 진단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아울러 가장 최근에 치료한 중학생 환자를 치료했던 사례도 전했다.
“시설에 있는 중학생인데요. 이 학생은 지능이 나쁘진 않는데 잘 못 걷는 거예요. 그리고 시설에서 생활하다 보니 보호자의 관심이 적었죠. 그래서 부모한테 소외됐었던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한 ‘꾀병’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정신과에도 가보고 그랬더군요. 그러다 저희 병원에 찾아왔는데, 그때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의심이 가는 병이 있었어요. 일병 세가와병인데요. 이 병은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희귀질환이고, 유전자로 인해서 오는 병이거든요. 결국 이 아이는 세가와병으로 확진이 됐죠. 내원 당시 제대로 잘 걷지 못했는데 원인을 파악해 치료한 끝에 지금은 아주 잘 걷고 있어요. 드라마틱하게 호전된 사례인데, 그 후 아이에 대한 오해도 풀리게 됐어요. 이 아이의 병이 잘 호전된 것은 발전된 의학기법을 통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맞게 잘 치료된 케이스로 기억에 남아요.”
사례를 듣는 동안 희귀질환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해준 장 교수의 노력에서 사명감이 느껴졌다. 이처럼 소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재활의학 관련 의사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계기였다. 하지만 재활의학 관련 전문의로서 또 한 의사로서 장 교수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사로서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가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못할 때는 기도를 하죠.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도 하고요. 젊었을 때면 몰라도 지금은 이 부분에 대해선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요즘에 저에게 힘든 순간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데도 저의 체력이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좀 더 적절하게 못했을 때예요. 특히 스스로 잘 관리를 못할 때가 더 힘든 것 같아요. 희귀질환이나 발달지연 등은 보통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시간이나 체력 등 환경적 여유가 있다면 더 정확하고 여유 있게 진단하고 설명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상황에 쫓기듯이 빨리 끝내려 할 때가 있어요. 사실 그 순간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비로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소아재활 아이들에게 좀 더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시스템이 뒷받침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아재활을 하는 이른바 소아마비, 뇌성마비 등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는 전략이나 가이드라인을 국가 또는 보건의료 차원에서의 관리는 적고, 개별의사 또는 가족단위로 알아서 하는 시스템 위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국가 또는 보건의료 차원에서 시스템으로 주기별로 정책적 연구의 제도화가 속히 마련되기를 바라요. 일개 의사가 이를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기에 이러한 시스템적인 부분을 주도적으로 하는 분들이 있으면 함께 열심히 일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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