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23년 만에 사실상 민영화에 성공한 가운데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주목받고 있다. 비록 1%의 지분을 갖는 재무적 투자자로 이사회에 참여할 자격은 없지만 가상화폐 관련 기업이 전통적 금융을 대표하는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사상 처음으로 획득한 것을 두고 핀테크 기업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두나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장인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송 의장은 맨 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든 인물로 이미 그 능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다만 현재 송 의장이 각종 송사와 의혹에 휘말려 향후 행보를 두고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가상화폐거래소 수장 송치형, 각종 송사·의혹에 골머리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는 송치형 의장과 두나무 직원 2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송 의장은 지난 2018년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형법상 사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8’이라는 ID를 만든 뒤 실제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1221억원의 가상자산과 원화를 보유한 것처럼 꾸미고 업비트 회원 2만6000명에게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던 비트코인 1491억원어치를 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심에서 송 의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0억원 등을 구형했지만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당시 업비트 변호인단은 “업비트가 보유한 물량으로 거래했다는 점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당시 업비트는 비트코인(BTC) 1만4000개를 보유하고 있었고 ID8에 BTC 118개를 입력한 것은 주문 한도를 설정해 놓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도했느냐가 쟁점이 아니라 해당 계정에 실물로 암호화폐가 입고됐냐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는 가운데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업비트 사건과 유사해 보이는 다른 거래소 사건의 대법원 결론이 나온 뒤 비교·분석해서 사건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언급한 사건 중 코미드 사건은 2020년 8월 사전자기록위작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고 코인네스트 사건은 2020년 1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두나무가 얽힌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업비트 일부 회원들은 6억원대의 예치금을 돌려달라는 집단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업비트가 제공한 전자지갑에 화폐를 전송했음에도 ‘입고처리’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업비트 측은 오입금이어서 복구하기 어렵단 입장으로 알려졌다.
두나무는 각종 불미스러운 의혹으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비트의 환치기 의혹을 제기했다. 노 의원은 업비트가 업비트APAC과 ‘오더북(거래창)’을 공유하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신고절차 없이 현지통화로 출금, 즉 불법 외환거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더북 공유’란 서로 다른 거래소가 매수와 매도창을 공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 의원은 “업비트의 경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환치기를 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환율시장을 교란해 국부를 유출시키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업비트APAC은 업비트와 사업제휴만 맺고 있을 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계열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거래소는 이용자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할 뿐 거래 당사자가 아니어서 환치기나 우회상장을 할 수 없다”면서 “업비트APAC의 지분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업비트 성공신화 송치형, 최대 5조원대 재력 눈길
송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설립한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그는 2012년 두나무를 창업했다. 두나무는 최초 IT관련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다 2017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급증했고 덕분에 업비트도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두나무는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1조9000억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데카콘’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두나무는 방탄소년단(BTS)의 기획사 하이브와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하이브는 두나무 지분 2.48%를 약 5000억원에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단순 계산으로해도 약 20조원에 이른다.
지난달 기준 업비트의 누적 회원 수는 무려 890만명에 달한다. 이는 1년 전보다 3배나 늘어난 규모다. 이 중 20대는 31%, 30대는 29%로 모두 60%를 차지했다. 이달 들어 업비트의 점유율은 70%선으로 10~20%대인 2위 거래소인 빗썸을 3배 이상 앞선다. 두나무의 작년 매출은 1767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66억원과 477억원으로, 두나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1조797억에 이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두나무는 상반기에만 1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매출액 역시 2조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반 년치를 기준으로 하면 매출은 전년 대비 2200% 이상, 영업이익은 4200% 이상 폭증했다.
두나무의 고속성장 덕분에 송 의장 소유의 지분가치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현재 송 의장은 두나무 지분 25.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앞서 본 기업가치대로라면 송 의장의 재산은 5조원 대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송 의장은 최근 그동안의 잠행 행보에서 벗어나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9월 중순에는 모교인 서울대에서 발전기금 협약식을 열고 150억원을 기탁하는 사회공헌활동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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