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윾튜브, 월수입만 1억원 추정’, 3년 전 사이버렉카(이슈 유튜버)의 효시로 알려진 유튜버 ‘윾튜브’를 보도한 다수의 기사 제목이다. ‘끼’와 ‘재능’에 더해 남을 비판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월에 ‘수 억원’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은 바로 유튜브 그 자체였다. 진입 장벽은 커녕 아무런 검증 절차도 필요 없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 내에서 유튜버로 활동하는데 필요한 것은 ‘셀카봉’과 ‘카메라’가 전부였다. 이름과 얼굴은 얼마든지 익명이라는 미명 아래 드러내지 않아도 됐다. 유튜버들이 몰려들었고 관련 컨설팅, 마케팅 업체까지 합세해 ‘혐오장사’에 가세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혐오를 팔아 장사할 수 있는 거대한 콘텐츠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 셈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기사인듯 만들어내고 공인을 심판대 위에 세운 후 10년, 20년 전 논란까지 끌어와 붙인 후 놀림거리를 만들면 수만에서 수백만 조회 수가 따라붙었고 수천 개의 구독과 ‘좋아요’가 그림자처럼 얹혀졌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올라오면 올수록 슈퍼챗(후원금)이 바로바로 터졌다. 운 나쁘게 저격의 타깃이 되기라도 하면 평생 억측과 혐오의 대상자라는 낙인이 찍혀 억울한 일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혐오 콘텐츠’로 이익을 얻는 유튜버들을 네티즌들은 ‘사이버렉카’라 지칭했다.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렉카처럼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빠르게 달려가 짜깁기 영상을 만든다는 의미다. ‘혐오 장사꾼’이 된 사이버렉카 세계의 민낯과 속살을 들여다봤다.
‘마녀사냥’ 부추기는 사이버렉카... 피해자들 ‘극단적 선택'까지
1월 BJ잼미(본명 조장미·27)씨 극단적 선택 사건의 중심에 선 117만 ‘안티페미니즘’과 ‘경제자유주의’를 표방한다는 유튜버 뻑가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사이버렉카’ 문제가 공론화했다. 2019년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며 여캠BJ로 활동한 잼미는 귀여운 외모와 톡톡 튀는 방송진행으로 빠른 시간 내에 인기 BJ로 떠올랐다. 방송 중 남성 혐오 몸짓을 했다는 이유로 ‘이슈유튜버’들의 저격 대상이 됐다.
특히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뻑가의 영상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오명 속에 끊임없는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2020년 그의 어머니가 딸에 대한 악성 댓글로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이후 악성댓글을 중단해달라 호소한 잼미를 네티즌들은 다시금 비판했고 결국 잼미는 세상을 등졌다.
잼미는 지난해 말 남긴 영상에서 혐오 영상으로 정신과 치료와 심리상담 치료를 받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나는 메갈도 아니고 페미도 아니다. 그런 데는 관심이 없다”며 “사람들이 나만 보면 ‘쓰레기’라고 말하는 게 들린다. 웅성거리는 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방송 일년 만에 모르는 사람들의 저격으로 전 국민의 적이 돼 버렸다”고 호소했다.
잼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는 혐의를 받는 뻑가 영상의 중심에는 바로 ‘안티페미니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명 뻑가는 2019년 수차례의 저격 영상을 통해 잼미가 래디컬페미니스트이며, 워마드 회원의 일원으로 ‘남성혐오’를 자행해왔으며 잼미의 해명 혹은 사과 영상에 대해서도 ‘새빨간 거짓’이란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뻑가는 잼미가 사망한 이후에야 잼미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다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잼미 팬들의 빈축을 샀다.
뻑가의 다른 영상 또한 여성혐오로 점철돼 있었다. 유명 연예인 중 여성, 그것도 페미니즘의 구호를 외치며 신상을 공개한 후 활동하는 특정 여성에 대해 “페미의 특징은 피해망상 호소”, “여성을 위하는 척하며 사치를 부렸다”, “알고 보니 거짓발언을 일삼으며 호화로운 삶을 살았다” 등 평론의 탈을 쓴 비난을 퍼부었다. 자료 화면은 대부분 ‘악마의 편집’으로 필요한 부분만 각색해 비판의 줄거리에 맞게 꾸며졌다.
네티즌들은 뻑가의 콘텐츠에 동조하며 여성혐오식 발언을 쏟아내는 댓글을 수천 개씩 달았다. 여성혐오의 공론장은 더욱 자극적으로 확대 재생산 했다. 혐오가 혐오를 다시금 재생산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진 탓이다.
뻑가는 ‘혐오’라는 무형의 상품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22일 기준 업로드 된 그의 영상은 866개, 조회수는 8억5000만여회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1조회수당 상업적 이득을 1원으로 본다. 구독자, 조회수, CPM 등 정량지표로 유튜브 수익을 계산해 보면 그는 3월 현재 매일 유튜브로만 134만원을 벌고 월 4000여만원을 벌고 연 5억원 정도를 이익으로 얻고 있다.
문제는 무분별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대응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그는 익명의 유튜버다. 실명이 아닌 이상에야 법적 조치를 할 수가 없고 고소도 불가능하다. 신상이 철저하게 미상에 붙여진 뻑가는 본인의 익명을 더욱 철저하게 하려고 스키고글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방송을 진행했다. 뻑가에 대한 법적 고소를 준비하는 모 온라인 커뮤니티는 현상금 1000만원을 걸고 그의 신상 제보를 받고 있을 정도다.
‘근절 방법이 없다’ 혐오 발언으로 조회수 끌어모으다 문제되면 채널 삭제
기성 언론사는 보통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 등에 기재된 취재윤리에 맞게 보도를 한다. 취재윤리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공정보도를 하고 정당하게 정보를 수집해 취재원과 그의 사생활을 지키며 갈등과 차별조장을 하지 않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면서도 공익에 맞는 진실보도를 위한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언론사는 데스킹과 팩트 체크를 통한 사실 보도를 한다. 보도 후 정정 및 수정을 할 때에도 이를 반드시 표기한다.
‘언론중재법’은 언론보도에 의한 취재원의 명예, 권리, 법익에 대한 다툼을 조정 및 중재하며 실명보도 원칙에 따라 형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와 기자 고소와 고발이 가능하다. 원칙에 따른 보도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이는 누군가의 알권리를 위한 표현의 자유가 누군가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적으로 언론 이슈를 다루는 익명 유튜버는 익명으로 영상을 제작하며 불리하거나 문제가 되는 영상은 삭제와 교묘한 편집 및 썸네일 교체 등을 통해 본인을 둘러싼 비판과 비난을 피해 나가고 있다. 최대한 자극적 영상을 제작한 후 사후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은닉하는 식이다.
뻑가의 성공 이후 그를 표절하는 아류 유튜버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얼굴을 가린 채 자료화면으로 대체한 익명 이슈 영상을 촬영 △연예인, 공인 등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논란 이슈를 재생산하며 △수십에서 수백만의 조회수를 올리며 △문제가 되면 채널을 비공개한 후 새로운 채널을 생성해 비슷한 류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올린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이슈 유튜버까지 등장했다는 점이다. 베트남 등 해외에서 AI(인공지능)로 제작하는 이슈 유튜브는 기존 사이버렉카의 콘텐츠를 대사만 차용해 그대로 베낀 후 짜깁기한 영상과 함께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이 같은 익명 이슈 유튜버 ‘Abbot Kinney BLVD’를 고소한 배우 박해미는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유튜브에서 연예인들을 상대로 떠드는 채널이 많은데 구독자 수를 늘리려 10년도 더 된 이야기를 한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고 용서하기 힘들다.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명예훼손으로 모두 고소할 것”이라 강조했다. 박해미 측은 고소와 함께 “유튜브에서 부문별하게 이어지는 가짜뉴스·거짓폭로 등과 관련해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년 전 사건을 확인 없이 재조명해 당사자에게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관하는 것 또한 명백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취재 중 만난 온라인 이슈를 제작하는 유튜브 회사 전직 직원 A씨는 “이미 온라인에서 이슈화된 공인을 고른 후 그에 대한 최대한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뒷담화식 원고를 작성해 영상을 만든다”며 “법적 대응이나 명예훼손이 있을 우려 때문에 익명은 ‘생명’”이라고 밝혔다. A씨는 “원고는 작가가, 편집은 PD가, 녹음은 성우가 할 경우 하루 3~4개의 이슈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며 “데스크는 아무도 하지 않고 오로지 구독자와 조회수를 끌어모으기 위한 혐오발언을 늘어놓는 게 특징”이라 했다. 실명으로 활동 중인 이슈 유튜버 B씨는 “뻑가 또한 제2의 윾튜브였고, 이를 없애면 제2,3의 뻑가가 등장할 것”이라며 “유튜브 내에서 보다 강력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유튜브에는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콘텐츠물에 대해 이른바 노란딱지라 하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이를 통한 영상 제재를 하고 있다. 가이드 라인 위반에 붙는 노란딱지는 노출이 적어지고 수익창출이 안 되며 때에 따라선 업로드 자체가 불가한 자체 필터링 시스템이다. 하지만 플랫폼 내 제재에 대한 허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A씨는 “유튜버 사이에서 노란딱지를 떼는 방법이 공유되는데, 특정 ‘말’, ‘사진’ 등을 삭제하고 재 업로드하면 (영상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더욱 강력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악플 문화가 영상과 음성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만나서 하나의 혐오의 판타지가 된 게 바로 사이버렉카 시장”이라며 “혐오가 혐오를 재생산하며 더 큰 혐오의 광기를 만들어내면 낼수록 돈이 되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들은 “견제장치도, 데스크도 없으며 재판대 위에 오른 이들은 사지가 조각조각 나는 정신적 고통 속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중 박기태 변호사는“현재 법적으로 사이버렉카를 근절 할 수 있는 방안은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지적하면서도 “혐오조장 콘텐츠 유튜버 들 중 특정인들은 여러차례의 누적된 고소와 고발에 의해 활동이 제약되거나 분야를 옮겨 탄 경우가 많다”고 해석했다. 그는 “특정인을 공격하는 유튜버의 경우 신고 및 고소등을 통한 즉시적인 견제를 하는 데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유튜브 내 ‘신고’ 기능을 네티즌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특히 유튜브에 신고가 누적된 유튜버의 경우 검색 노출 알고리즘이 영상 노출의 빈도수를 줄여 결국 영상 제작 자체의 유혹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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