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민주당은 당내 의견마저 분분한 가운데 검수완박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15일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국민의힘과 4월 임시국회에서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검찰은 검수완박이 문재인정권 비리와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장동 수사 회피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 위반이라고 반대했다. 여론마저 검수완박 반대 의견이 찬성에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검수완박 추진에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 당내 신중론에도 강행… 국민의힘 “與 권력비리 수사 저지용”
12일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과 관련해 검찰개혁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문재인정부 임기 내인 4월 중에 관련법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완전히 분리하고 관련된 법은 4월 중 처리하기로 했다”며 “동시에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5일에는 박찬대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이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날 박 의원은 해당 개정안들과 관련해 “검찰은 6대 중대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이 수사한 대로 사건을 송치하거나 기록을 송부한 이후에도 직접 수사보다는 경찰을 통해 보완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게 바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앞서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의총에서 “검찰개혁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15일에는 “검수완박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이 시점에 과연 우리 국민의 최고 관심사가 검찰문제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민주당이 당내 신중론에도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검찰은 검수완박에 대해 우려하며 반대에 나섰다. 우선 국민의힘은 문 정권의 비리와 이 고문에 대한 대장동 의혹 수사 등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은 2년 전 검찰개혁이 완성됐다고 선언했다”며 “임기를 한 달도 안 남긴 채 또 다시 검찰개혁을 꺼내든 이유는 문 정권에서 저지른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어도 민주당이 무리하게 검수완박법을 추진했을 것인지, 그렇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진사퇴한 이후부터 대선에 이르기까지 1년간 검수완박법을 미뤘던 것인지 민주당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설령 민주당이 무리하게 검수완박법을 처리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다.
15일 권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수완박은 이재명 방탄법”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대장동 게이트‧백현동 옹벽 아파트‧성남FC 불법 운영‧소고기 법카(법인카드) 횡령 등 권력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수사 자체를 막아버리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 “검수완박 반대” 응답
13일 유상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反)하는 것으로써 헌법파괴 행위”라며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게 되면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돼도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도 그대로 기소할 수밖에 없고 법률가인 검사가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기소하는 결과가 초래되면서 인권은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김오수 검찰총장은 국회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관련 법안 저지를 위한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찰이 잘못했다면 책임은 검찰을 이끄는 제게 있다. 저에 대한 탄핵 절차 이후 입법 절차를 진행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온당하다”며 검찰총장직을 내건 반대에 나섰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 절차와 관련해서도 “법안은 국회에서 법무부‧검찰‧법원‧경찰이 참여하는 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법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확인되고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대검찰청도 같은 날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을 검토한 뒤 “우려했던 내용이 확인됐다"면서 "명백한 헌법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검사를 영장 청구권자이자 수사 주체로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사건은 검찰과 경찰 사이에 이송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관계자는 “부실한 기소로 법원에서 무죄가 속출해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처벌을 면해 안도할 것"이라며 "범죄 피해자와 국민들은 사건의 장기화와 피해회복을 제대로 받지 못해 더욱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 대립이 치열한 상황에서 14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검수완박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대답은 ‘민주당 관련 일부 정치인을 보호하려고’였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검수완박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2.1%, 찬성한 사람은 38.2%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9%는 ‘민주당 관련 일부 정치인을 보호하려고’라고 답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추진 혹은 완수하기 위해서’ 37.7%, ‘차기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서’ 11.4% 등이 뒤를 이었다.
검수완박에 따라 비대해질 경찰권력과 관련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치경찰제를 통한 권력분산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자치경찰제 또한 정치적 중립성 담보가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13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10명 중 4명이 친(親)민주당 성향 인사로 구성됐다”며 “현재 위원 구성을 보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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