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 것은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이후 24년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 하락,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 재개 등 대외적 요인이 호전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자체는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했다. 이는 해당 기간 물가 평균을 지난해 같은 기간 물가 평균과 비교한 누계비 기준이다. 전년 누계비 변동률은 1, 2월 3.6%에서 3월 3.8%, 4월 4.1%를 기록했고 5월 4.3%, 6월 4.6%로 상승하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을 살펴보면 1~6월에는 매달 0.6~0.7%씩 상승하다가 지난달에는 0.5% 소폭 둔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남은 기간 물가가 전월 대비 같거나 하락하지 않으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물가의 원인으로는 에너지, 식료품 등의 물가 상승세가 서비스 등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7월 전년 동월 대비 4.5% 올라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수요측 물가 압력으로 간주하는 개인 서비스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올해 1.20%p에서 7월 1.85%p로 증가했다.
다만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완화되며 물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먼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90달러대로 내려왔다. 이는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슷한 수치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제유가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2100원대까지 치솟았던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하락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면 기름 가격이 더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재개되며 식량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급등 등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대외적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8~9월의 기저효과도 작용한다면 다음 달에는 오름세가 그렇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으로의 물가 추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물가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 수준에서 상승세가 꺾이거나 하락하는 것은 어렵다는 예측이 우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종 외부적 요인들과 금리 인상, 정부의 세금 인하 정책 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세에는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물가가 유지되거나 내리는 수준까지는 가지 못할 것 같고 전월 대비 상승세가 꺾이는 산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더 위축되면 기업들에도 좋을 것이 없다”며 “기업들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 인상을 자제해 서로가 윈윈하는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외부적 요인들이 지목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며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로 통화가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것이기 때문에 이 통화량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물가 상승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특히 “최근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풀린 통화량을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선제적으로 빅스텝을 밟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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