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이어 해외 부동산 펀드 위험성이 커지면서 증권사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내후년까지 도래할 만기 금액이 30조 원에 육박해 증권사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미래에셋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1.3%(90원) 하락한 7040원에 장을 마감했다. 17일(-1.11%)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연중 최고점인 지난달 9일(7560원)과 비교해 6.9% 낮다. 우선주인 미래에셋증권우도 2거래일간 1.8% 주저앉았다.
이 같은 하락세는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금융기관이 2019년 6월 홍콩의 랜드마크 오피스빌딩인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에 빌려준 2억4300만 달러(당시 약 2800억 원)의 대출금(중순위)을 대부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직접 투자금 300억 원을 뺀 2500억 원을 증권사 등 국내 금융기관에 펀드로 셀다운(재매각)했다.
그러나 보증을 선 GFGC의 최대주주인 판수통 회장이 파산하고 금리 인상 등으로 빌딩 가격이 급락하면서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는 빌딩 매각에 나서 원금을 회수했다. 이에 따라 중순위 등 나머지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GFGC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약 90%를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 우려에 증권업종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KRX 증권지수’는 최근 2거래일간 1.5% 떨어졌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GFGC 빌딩에 자체자금을 투입한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1.9%)와 유진투자증권(-1.9%)의 하락세가 컸다. 삼성증권(-2.2%)·다올투자증권(-5.7%)·NH투자증권(-0.5%) 등도 업황 악화에 줄줄이 내렸다.
증권사들은 수년 전부터 저금리와 증시를 대체할 고수익 투자처로서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주목하며 해외 부동산 펀드를 앞다퉈 판매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의 설정잔액은 14일 기준 74조4641억 원으로, 2018년 말(38조6712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고금리 여파로 상황은 급변했다.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고점에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진 것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부동산펀드 규모는 △2023년 9조9000억 원 △2024년 11조6000억 원 △2025년 8조8000억 원 등 총 29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의 약 40% 수준을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해외 부동산에 대해 경고 신호를 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인플레이션 지속·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상승하고 있는데 특히 재택근무로 오피스 부문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스트레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업계는 해외 대체투자 부실 위험성이 하반기 증권사의 신용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24%로 중소형 증권사(11%)보다 높았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서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은 3월 말 기준 초대형사 18%, 대형사 14%, 중소형사 8% 등으로 나타났다.
위지원 한신평 실장은 “부동산 경기 둔화 브릿지론 차환 부담이 확대돼 본 PF 엑시트(자금회수)를 달성할 가능성이 감소했고 해외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리파이낸싱(재융자) 부담도 확대됐다”며 “금리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이익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거나 투자자산 부실 등 위험 관리가 미흡한 업체는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윤재성 나신평 수석연구원도 “증권사 실적 개선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경기 회복도 지연되면서 자산건전성 추가 저하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특히 초대형사의 경우 해외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대형사 및 중소형사의 경우 브릿지론·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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