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제 ‘징용상 불법 제막’ 시도… 결국 물건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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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반대로 제막식 무산… 市 정식심의위 거치기로

전문가 “징용공은 약속된 일자리… 납치·강제연행과 달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16 18:03:07

▲ 15일 광복절로 예고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의 거제시 징용동상 설치 및 제막식이 끝내 불발됐다. 경상남도 거제시 장승포항 수변공원 앞에서 기습 무단 설치를 저지하고자 4박5일 천막집회를 이어온 '거제징용상설치반대 범시민단체' 회원들이 당일 12시 '제막식 무산' 확인 후 이번 활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거제=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징용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예고한 15일 광복절 제막식이 결국 열리지 못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야권 인사들로 구성된 이들 추진위가 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는 ‘합법’ 설치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2017년 이래 서울·부산 등 8곳 동상은 모두 무단 설치였다.

4박5일 밤낮으로 ‘기습’ 설치 기회를 엿보던 추진위측 시도가 ‘거제징용상설치반대범시민단체(범시민단체)에게 저지당한 것이다. 나라사랑연합회·미래희망세움학부모연합·(사)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경남지회·자유대한호국단·한일갈등타파연대)의 연합체인 범시민단체는 이를 ‘거제시민의 승리’로 자평했다. 16일 추진위 관계자는 “국유지라서 행정절차를 위해 연기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거제시 조례에 의하면 공공조형물을 설치하려면 관련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사후관리를 위해 기부채납절차 등 일정한 허가 및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내지 1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거제시는 앞서 추진위가 ‘15일 제막식’을 내세우자 ‘위법 시 즉각 법적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추진위는 국내 9번째 징용상 설치를 위해 5월11일 50여 개 단체가 모인 조직이다.필요예산 ‘4000만 원’, 7월 말 기준 3000만 원 이상이 모금됐다. 140개의 단체 및 추진위원으로 규모도 커졌다. “역사정의 구현으로 올바른 한일관계 실현” “일본의 사죄”가 추진위의 활동 명분인데, “일본이 단 한번도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도 사죄도 한 바 없다”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

한국근현대사 전문가 집단인 이승만학당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강제동원’이란 태평양전쟁 발발로 일본 현지에 발이 묶여 전시체제에 동원된 상황을 말한다. 이에 대한 위자료 지급이 이른바 ‘징용공 소송’의 핵심이다. 당시 조선인들에게 일본 내 광산 내지 군수공장 취업은 고수입이 약속된 일자리로, 경쟁을 뚫고 획득한 기회였지 납치·연행은 아니었다.

또한 한·일 양국이 1965년 ‘청구권 협약’을 통해 모든 공적·사적 채무관계를 타결지은 것으로 저마다 의회비준까지 거쳐 합의한 상태다. 일본이 건넨 유·무상 5억 달러 속엔 전쟁 말기의 혼란 가운데 발생한 1~2개월 미지불 임금 등도 포함된다. 다만 국가가 받아 개인배상을 한 필리핀 등과 달리 박정희정부는 대부분 경제개발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투입했던 것이다. 일부 개인 배상 역시 노무현정부 시절 이뤄졌다.

추진위 측에겐 장승포의 상징성이 중요하다. “입영훈련소가 있었고 조선노동자들이 장승포항을 통해 일본·중국에 강제노역을 나갔다”는 주장이다. 불과 100m 떨어진 곳엔 2014년 1월 세워진 ‘거제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이런 움직임을 ‘역사왜곡·반일선동 음모’로 규정한 범시민단체와 자유민주당(대표 고영주)이 6월부터 거제시 전역에 60개의 현수막을 달고 제막식 반대투쟁에 나섰다. 6월28일 박종우 거제시장을 면담해 ‘설치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지난달 25일엔 ‘현장 공청회’를 열어 추진위 측 공청회에 맞불을 놨다.

반대시위 측의 명분은 다음과 같다. △사실의 날조. 국내에 설치된 징용공 동상들이 실은 일본인노동자 사진에 기반한 것임이 밝혀졌다. 관련 민사소송에서 동상작가 부부가 2심에서 패소했다. △민주노총의 반일투쟁. 거제지역 지부가 특히 강경파인 만큼 징용상 설치 시 소녀상처럼 전국적 확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 조만간 일단락. 윤석열정부의 ‘제3자 변제를 통한 배상’ 방안에 원고 다수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 '거제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의 15일 제막행사를 위해 추진위는 5월11일 발족 후 모금브로셔(사진)를 만들어 행사홍보에 활용해 왔다. 사진=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

범시민단체는 11일부터 계속 장승포항에 천막집회를 벌여 징용 동상의 무단 설치를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14일 ‘제6회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장 맞은편에서 소녀상 징용상 설치가 ‘반국가적 선전선동의 도구’임을 외치며 추진위 측 동태를 예의 주시한 끝에 15일 오전 11시로 예고된 제막식의 무산이 확인된 것이다.

이날 12시 범시민단체가 최종 집회를 열어 ‘거제시민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들은 “무단설치 될 경우 거제시민사회에 이를 폭로하는 게 목표였으나 합법설치로의 전환까지 이끌어냈다”고 자평하며 거제 일정을 마무리했다.

▲ 11일부터 범시민단체는 거제 수변공원 인근에 집회천막 설치 후 거제문화예술회관과 옥포항 및 장승포항 일대를 돌며 주진위 측의 무단설치를 감시했다. 거제= 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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