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나흘 연속 하락하면서 255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상승 및 금리인상 우려를 불러와 주식투자 매력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이 증시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코스피는 일주일 전(2563.71) 대비 0.63% 내린 2547.68로 거래를 마감했다. 4일 0.81% 올라 상승세 기대를 모았지만 5~8일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가면서 열흘 만에 2540대로 주저앉았다.
8일 코스닥은 914.18로 장을 마쳤다. 일주일 전(919.74)보다 0.6% 하락한 수준이다. 장중에는 902.77까지 떨어지면서 900선도 위태로워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0.81%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16일(92.86달러) 이후 최고치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7.51달러로 마치면서 전날 대비 0.74% 치솟았다. 5일·6일에는 배럴당 각각 86.69·87.54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점을 이틀 연속 경신하기도 했다.
세계 2·3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국제유가 급등을 주도했다. 5일(현지시각) 사우디 에너지부는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당초 9월에서 12월 말로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를 연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특히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 악재로 꼽힌다. 미국 CPI에서 에너지 가격 비중은 9%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 증시도 유가 흐름에 민감하다. 한국의 전체 수입액 중 원유 비중은 작년 기준 15%(7313억 달러 중 1060억 달러) 수준에 달할 정도로 크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처럼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업 국가는 달러화 강세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부담스럽다”며 “수입 물가 지수를 상승시켜 실적 측면에서 이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역시 늦춰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보수적인 통화정책을 이어 갈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8월 말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긴축적인 수준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8일 4.26%로 8월 말(4.106%) 대비 1%p 이상 급등했다. 금리 인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45.2%에서 49.5%로 4%p 이상 올랐다. 금리 동결 확률은 54.8%에서 50.5%로 급감했다.
증권가는 미국 CPI·소매판매 등 경제지표가 고유가·고물가·고금리로 나타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 정부는 13일(현지시각) 8월 CPI에 이어 14일 생산자물가지수(PPI)·소매판매지수를 발표한다.
이어 15일 수출물가·수입물가 지수가 공개되고 산업생산지수가 발표된다. 8월 CPI가 7월 CPI(3.2%)보다 낮거나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블룸버그는 미국 8월 CPI가 전년동월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고 클리블래드 연방준비은행은 이보다 높은 3.84%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7월 CPI 상승률이 3.2%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블룸버그와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모두 전월(4.7%) 대비 4%p 이상 낮은 4.3%·4.29%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 영향으로 CPI 전월대비 변화 전망치가 상향 조정 중인데 8월 가솔린 가격 상승분과 가중치를 반영할 때 전월 대비 상승률을 최대 0.5% 끌어올릴 수 있지만 최근 그 이상 상승을 예상하는 전망치들이 나오고 있어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주 미국 물가·소매판매·제조업 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채권금리·달러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NH투자증권은 미·중 무역갈등 확대 우려와 빅테크 규제를 증시 하락 요인으로 거론했고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복귀 기대감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코스피 등락범위(밴드)로는 2490~2610선을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수요 등 주식시장 전반과 관련된 매크로 여건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개별 분야·기업들의 리스크가 주식시장의 노이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주식시장 전반에도 다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주가지수는 약보합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해 보이는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 할 텐데 유가 상승 수혜분야·중국의 이연수요(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늘어나는 수요)와 관련되는 분야에 관심을 둘 것”이라면서 관심 업종으로 반도체·항공·면세점·카지노·정유 등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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