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세계 증시와 비교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소액주주의 이익도 반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소액주주 진영은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5배(4일 기준)로 집계됐다. PER은 기업의 시장가격(시가총액)을 한 해 벌어들인 이익(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12개월 선행 PER 10.5배란 1년 뒤 시가총액이 순이익보다 10.5배 많다는 의미다.
코스피 시총은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저평가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이 예측한 국가별 증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29일 기준 전 세계 증시의 12개월 선행 PER은 평균 16.8배로 나타났다. 코스피 PER은 선진국 PER(17.6배)뿐 아니라 신흥국 PER(11.8배)보다도 저조했다.
지수별로 살보면 미국의 S&P500은 19.7배·다우는 18.3배·나스닥은 29.6배였다. 유럽의 유로스톡스50은 12.4배·유로스톡스600은 13.0배였다. 일본의 닛케이225는 19.1배·토픽스는 14.2배였다. 캐나다의 TSE300은 13.8배였다. 인도의 센섹스는 20.6배·니프티50은 20.2배였다. 중국의 CSI300(10.4배)과 홍콩의 항생(8.0배) 정도가 코스피보다 낮게 평가됐다.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증시 활성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상법 개정을 제시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주식시장이 매우 저평가돼있다“며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
소액주주 이익 보호와 관련한 상법 개정안은 국회에 2건 계류돼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와 총주주’로 바꾸도록 했다.
여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작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획기적인 법안을 잘 봤고 그 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한 바 있어 여야 간 충돌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상법 개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다.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으로 꼽히곤 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작년 2월 발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미흡한 주주환원 △저조한 수익성·성장성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등으로 추정된다.
주주 이익에 반한 이사회 결정은 주가를 끌어내렸다. 2차전지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LG화학은 2021년 2월 100만 원을 웃돌며 황제주에 등극했지만 배터리 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고 이듬해 1월 상장하면서 주가는 60만·50만·40만 원대로 점점 급락했다. 25만 원 수준이던 SK이노베이션 주가도 베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나서 ‘반토막’ 났다.
이에 상법 개정안 통과 시 물적분할 등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법이 개정되면 자본거래를 통한 일반주주 지분율 침탈을 막을 수 있고 자본거래에 찬성한 이사를 상대로 주주들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이사가 주주 지분율을 침탈하는 행위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주주 침탈로 짓눌린 주가가 리레이팅(재평가) 될 수 있어 코스피는 2~3년 내 5000을 돌파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상법이 개정돼도 이전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주 비례적 이익은 지금도 보호하고 있다. 비례적 이익이라는 것은 소유한 주식 수만큼 비례해서 보호하고 권한을 주라는 소리”라며 “주주 우선주의에서 회사와 주주는 일치한다.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주주를 위해 일한다는 말이다.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는 주주에게 더 큰 비례적 이익을 주는 것은 반비례지 비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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