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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경제포커스] 경제 안보 전략 반도체산업 육성 왜 머뭇거리나
보조금 지급 ‘검토’라니 중대성·시급성 인식하고 있나
SK하이닉스 용인 공장 건설 인허가 등 5년 허송세월
반도체산업 위기 국면 닥치기 전에 파격적 지원 필요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1 06:31:30
 
▲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서울지방시대위원장
정부는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제5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첨단 전략산업 특화 단지에 대한 종합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경쟁국의 투자 보조금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첨단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확충 방안을 지속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투자 인센티브 검토 대상에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포함된다. 민간 투자를 단순히 뒤에서 돕는 수준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연말에 일몰되는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연장은 기본이고 보조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미국과 일본 등이 반도체산업 부흥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첨단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이제사 ‘검토’하기로 했다니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국의 반도체 지원 현황을 보면 미국은 2023~27년 70조 원의 생산보조금과 연구개발 보조금을 지원하고, 유럽도 2023~30년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 등 반도체 투자금의 40% 수준인 62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일본도 2021~23년 공장 건설 비용의 약 50%에 해당하는 18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인도도 2023년부터 공장 건설 비용의 약 70%인 13조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직접적인 지원은 없이 국가전략 기술에 최대 25% 투자세액공제를 해 주는 것이 전부다.
 
일본은 건설 인허가도 속전속결이다. 전통적으로 인허가 진행 속도가 느렸던 일본은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은 착공 후 주야로 건설해 지난 달 1년 10개월 만에 완공시켰다. 그러나 인허가나 공장 건설에 대해서도 우리는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 120조 원을 들여 공장 4개를 짓겠다고 발표한 게 2019년이다. 하지만 주변 지자체의 반발·토지보상 문제·환경영향평가 등의 문제로 착공은 수차례 연기됐고 지난해 초에야 첫 삽을 떴다.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5년 가까이 지나 땅고르기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도 송전선로 문제로 5년을 허비했다. 보조금 지원도 없고 인허가 등에 5년은 예사로 허비하고 있으니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급기야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인특례시청에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허브 용인특례시'를 주제로 개최한 스물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용인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반도체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며 “약 622조 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업 투자 중 500조 원가량이 용인에 투자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500조 원은 전부 삼성전자가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에선 자국으로의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비의 40~70%까지를 보조해 주고 있는 실정에서 보조금 하나 없는 한국에 삼성이 이 정도 규모를 투자하기로 한 것은 애국적 결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민간기업만으로는 수조 원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해외 업체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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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심의를 서두르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기반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특례시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자치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첨단전략산업 특화 단지에 대한 민간투자를 적극 돕기 위해 올해 반도체 분야 정부 지원 예산을 1조3000억 원으로 늘리고 △인프라·투자 환경 △생태계 △초격차 기술 △인재 육성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시 국비 지원 비율을 5~10%p 상향하고, 단지별 2건으로 제한했던 건수 기준도 폐지하고, 용인 일반산업단지 내 고도제한 완화를 포함해 263건의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는 여전히 보조금 지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급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재정 당국의 반발이 상당”하고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 역시 부담”이라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바뀌고 있고 각국이 기술 패권 경쟁을 통해 자국 산업 경쟁력 향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구시대적인 인식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생명줄이자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핵심적인 산업이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면 파격적인 지원을 머뭇거려선 안 된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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