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의결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사업인 정유 분야가 2분기에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출범 이후 적자를 계속해서 이어온 가운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에 따라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대로, 1분기 12.6달러와 비교해 큰 폭으로 꺾였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4~5달러대를 손익 분기점으로 본다. 현재 4달러대의 정제마진 수준에서는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적자가 생기는 셈이다.
이에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은 76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87.1% 감소한 셈이다. 정제마진 하락이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런 한편 SK그룹이 3년간 20조 원을 투자한 SK온도 부진이 길어지면서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한 이후 10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의 성장세가 가파를 당시엔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전기차 캐즘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부진하며 다시 적자의 골이 깊어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K온은 이번 2분기에도 35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0개 분기 동안 SK온은 2조5800억 원대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캐즘 영향에 따라 반등 시기는 점차 늦어지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체의 투자도 지연되면서다. 포드는 SK온과 건설하고 있는 미국 켄터키 2공장 가동 시기를 늦췄고, 튀르키예 합작 공장은 취소됐다.
다만 SK그룹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반드시 도래할 미래로 보고 막대한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SK온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간 SK온의 부진에 SK이노베이션의 지원 능력은 고갈됐다. SK온이 출범한 이후 부채도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결정했다. SK그룹은 주력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SK E&S가 매년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캐시카우’이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에 자금 수혈을 도와 캐즘 시기를 벗어나는 것이 양사의 합병의 배경이라고 짐작하는 시각이 있다.
뿐만 아니라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업체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탱크 터미널 기업 SK엔텀과 3자합병도 의결됐다. 이 배경에도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합병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서울대 강연에서 “SK온은 대규모 수주와 적극적인 증설을 통해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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